Robert Bates. 2010. Prosperty and Violence: the 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 Norton. 98 pages.
저자는 아프리카 사회를 연구한 인류학자이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기구인데, 국가의 폭력이 서구의 역사에서는 제어될 수 있었던 반면,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제어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국가의 폭력이 제어될 때 경제 발전이 가능한 반면, 그렇지 못할 때 빈곤과 비참이 지속된다.
국가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가족과 친족이 폭력을 행사하는 단위였다. 가족과 친족의 구성원이 폭력을 당했을 때 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여 복수하고 이는 다시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평화는 잠정적 과도기적 현상으로, 때때로 폭력이 분출되는 사이클을 보인다. 마치 화산이 분출과 휴지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그리듯이.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유재산권이 언제라도 침탈당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자본을 투자하고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여 생산성을 높이려 하지 않으므로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수없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새로운 재배 기술이나 새로운 종자을 시도하려하지 않으며, 상업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꺼린다. 왜냐하면 조금 더 높은 생산성을 바라면서 새로운 종자나 재배 기술을 시도했다가 만일 실패하면 생존의 위기에 봉착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생산성은 낮지만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업작물을 재배했다가 시장 상황이 악화되어 가격이 폭락하면 생존의 위협에 처하므로 돈은 안되지만 자급자족할 수있는 생산성이 낮은 전통적 농업을 고집한다.
아프리카 부족사회에서 친족이란 예기치 못하는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적 성격을 지닌다. 작황이 나쁘거나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친족과 부족은 의지할 수 있는 언턱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처는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 없는 친족과 부족 구성원을 위해 나의 노동을 바치고 폭력의 행사에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족과 부족을 단위로 폭력의 행사가 이루어지는 전통 사회는 외면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상은 평화롭지 않으며 구성원에게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친족과 부족의 범위를 넘어서는 단위인 국가에 폭력의 행사를 위임하는 관행이 출현했다. 국가의 지배자가 중앙에서 폭력을 독점하는 대신에 구성원간 사적인 폭력을 제한함으로서 평화를 가져올 수있다. 지역 엘리뜨에게 사적인 폭력 수단을 포기하는 댓가로 지역의 세금을 징수하는 권한을 나누어 준다거나, 국가의 고위직을 부여하여 국가나 지역의 통치에 동참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적인 폭력을 중앙으로 집중시켰다.
문제는 국가의 지배자가 폭력을 중앙에 집중하여 독점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큰 군대가 필요한데,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높은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이다. 지배자는 자신의 영지에서 나오는 소득에 더하여 지주와 상공인에게 세금을 징수하여 이 비용을 충당하려 하는데, 지주에 대한 세금은 지역 엘리트와의 관계 때문에 고율로 착취하기 어렵다. 상공인에게 높은 세금을 징수하기도 어려운데, 왜냐하면 상공인에게 높은 세금을 요구하면 그들은 자신의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 딜레마를 가장 먼저 해결한 나라이다. 왕이 자신의 통치권한의 일부를 지주와 상공인에게 위임하는 대신에, 그들로부터 재정적 협조를 이끌어 낸 것이다. 영국의 의회는 국가의 재정을 통제하는 권한을 가짐으로, 왕이 함부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돈을 쓰는 것을 제어한다. 왕의 행위를 의회가 통제하기 때문에 국민의 사유재산권은 왕의 침탈로 부터 보호된다. 자신의 재산과 노력의 성과가 보호된다는 보장이 있기에, 영국은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먼저 상공업이 발달했으며, 영국은 이웃나라와의 군사적 경쟁에 필요한 군비를 민간 자본으로부터 장기 저리로 조달할 수 있었다.
제 3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힘이 빠진 것을 기화로 독립을 얻었다. 이들 나라에서 폭력은 부족의 휘하에 장악되어 있으며, 국가가 폭력을 중앙에서 독점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들 사이에 폭력을 주고 받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이들 나라의 지배자는 폭력을 행사하기 위한 군대를 유지하고 지역 엘리트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민으로부터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원조 자금과 이권으로 융통한다. 이들은 유럽과 달리 지배자가 자신의 통치권한의 일부를 국민의 대표나 지역 엘리트에게 위임하는 댓가로 재정적 협조를 이끌어내지 않으므로, 국민과 지역 엘리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일방적 권위주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지배자가 언제 자신의 재산과 노력의 성과를 뺏을지 알 수 없으므로 사람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며 경제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요컨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라고 주는 선진국의 경제원조는 개발도상국에게 독이 되는 것이다. 정치 민주화나 경제개발은 국가의 지배자가 국민에게 자신의 통치 권한을 위임하고, 지배자의 뜻에 따른 자의적 폭력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을 때에만 가능한데, 선진국의 경제원조는 바로 이러한 제도가 발전할 수있는 기반을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프리카 사회의 현재의 정치경제 상황과 선진국의 정치경제의 역사를 대비함으로서, 국가의 정치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국가는 폭력을 행사하는 기구이며, 통치자의 자의적 폭력을 대의 기구를 통해 제어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열쇄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사유재산이 보호된다고 해도, 왜 어떤 나라에서는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더 활발한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지만, 경제성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확인시켜준다. 평이하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 쓴 것 같지만 많은 자료를 소화하여 만들어 낸 좋은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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