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l Mokyr. 1990. The Lever of Riches: Technological creativity and economic progress. Oxford. 304 pages.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이다. 이 책은 인류의 기술 발전의 역사를 조감하고, 왜 어떤 사회에서 어떤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다른 사회의 다른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설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18세기 후반 산업혁명기를 지나, 19세기를 산업 발전기를 거쳐 1914년까지 각 시기별로 에너지, 재료, 운송수단 등의 분야에 집중하여 기술 발전의 역사를 기술한다. 책의 후반부는 기술 발전의 사회적 메카니즘을 설명하는데 할당한다.
어떤 요인이 기술발전을 이끄는가? 자연자원, 임금수준, 경로의존, 종교, 가치관, 소유권 보호 제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혁신에 대한 반발, 국가와 정치, 인구 증가, 등의 요인을 차례 차례 검토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기술 발전에 기여 요인이기는 하지만, 어느 한 요인도 외생적 사건인 신기술 출현을 이끈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중국은 600~1200년대 당송 시대만 해도 기술 발전이 매우 활발하였으며 서구를 수백년 앞섰다. 그러나 1300년대에 명나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존재하던 기술도 퇴보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지 않는 기술 정체 상태를 오래동안 지속했다. 반면 서구는 1300년대 르네상스, 1400년대 발견의 시대, 1500년대 종교개혁, 등을 거치면서 그리스 로마 헬레니즘 시대의 지식을 되살리고, 중국과 이슬람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오고, 마침내 1700년대 중반 산업혁명을 통해 비약적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왜 어떤 사회에서 기술이 발전하는지 설명하려면 두가지 요인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기여하는 긍정적 요인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막는 부정적 요인이다. 모든 사회는 전통과 이에 기반한 기득이권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방법은 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손해를 보기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 한다. 새로운 기술로 이익을 보는 사람 winner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사람 loser 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저지하는 조직적인 세력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기술 혁신의 관건이다.
왜 중국은 정체된 반면, 서구는 계속 발전했을까? 두가지 요인을 핵심으로 든다. 첫째는 물질주의적 실용주의 materialistic pragmatism 세계관이다. 자연을 통제함으로서 물질적 풍요를 높일 수있으며,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목적에서 지식을 접근하는 관점이다. 이는 도덕적 가치, 미적 가치, 지적 가치, 종교적 가치를 삶과 지식에서 우선시하는 세계관과 대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럽은 다른 사회와 달리 물질적 실용주의가 정착하게 되었을까? 유럽에서도 중세까지 기독교 신앙은 금욕과 세속 부정의 교리를 설파했다. 그러나 근세로 오면서 기독교의 교리는 변하였다.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하느님의 영광을 실현하는 행위로 보는 기독교 교리가 세속적 경제활동과 결합하면서, 물질주의적 실용주의가 정착하였다. 반면 인도의 힌두교, 중국의 불교와 유교는 물질주의적 세계관을 거부하였으므로, 인간의 복리를 높이기 위한 자연의 물리적 탐구와 기술적 조작이 권장되지 않았다.
둘째는 유럽의 다원주의적 사회이다. 유럽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으며 서로 간 경쟁관계에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 나라에서 억압을 받더라도 이웃 나라로 도피하여 뜻을 펼수 있기에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것에 대한 억압이 철저할 수없었다. 유럽은 중국과 달리 새로운 것이 숨쉴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열려 있었다. 물론 여러나라로 분열되어 있으면 갈등과 전쟁의 비용이 엄청날 수있지만, 유럽은 전체로 볼 때 다원주의의 이익이 피해보다 더 컸다.
세번째 요인은, 왜 유럽에서도 영국이 먼저 산업 혁명에 착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요인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발명가 기술자들은 중류층 출신인데, 이들이 대륙의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프랑스는 귀족과 빈농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한 반면,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중류층 상공인들이 증가했는데, 이들이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영국의 정치 지배층은 지주들이었는데, 이들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이 아니었으므로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여 기존의 방식을 뒤업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영국의 지주들은 상공인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보았으므로,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억압하였다. 반면 중국에서는 지주와 관료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이 상공업 계층이 기술발전을 통해 부를 쌓아 힘을 축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주와 관료 계층은 기존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기술 발전의 싹을 엄격히 틀어 막았다. 사실 영국과 서구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반발과 억압하려는 노력이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서구는 중국과 달리 기술 발전을 틀어막는데 실패했다.
네번째 요인은, 영국의 기술발전은 민간이 주도하여 이루어졌으며 시장 경쟁이 기술발전을 이끈 동력이었다. 반면 중국은 고대부터 국가가 큰 사업을 주도하고 기술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회였다. 중국에서 민간의 사업은 국가의 보호아래 독점적 사업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지배층 특히 통치자의 의지에 따라 기술 개발이 억압되었다.
기술 혁신의 선두에 선 나라가 그런 다이나믹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는 없다 (Caldwell's Law). 기술 발전의 선두에 섰던 영국은 180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독일과 미국에 기술 개발의 기수 지위를 넘겨주고 국력이 쪼그라 들었다. 기술 발전이 계속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기에 부가 확대될 수 없다. 기술 혁신이 오랫동안 계속 지속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의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점차 몰아내고 자신들이 기득권층으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들은 다음 세대의 새로운 기술 발전을 저지하는 세력이 되기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서 뒤쳐져 있던 나라가 선두에 선 나라들을 모방하고 따라잡으면서 선두 자리를 대체한다. 서구 전체로 보면 산업기술의 발전이 영국에서 시작되어, 대륙과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지금까지 서구가 세계 다른 지역에 앞서 기술 발전의 선두를 계속 유지한 것이 지난 300년간의 역사이다. 서구 나라들 사이에 경쟁이 기술 발전의 동력을 계속 유지시킨 것이다. 현재 미국이 기술 발전에서 가장 앞서 있는데, 후발국인 중국이 일부 기술 분야에서 서구를 따라잡고 앞서는 현상이 관찰된다. 앞으로 서구가 서구이외의 지역에 의해 따라잡히고 뒤로 물러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하였으며, 신기술에 대한 반발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사회가 다양성을 잃거나 폐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기술 발전은 정체하게 된다. 서구 사회는 여러 나라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다양성과 개방성을 계속 유지했기에 세계의 다른 지역과 달리 기술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서구의 기술발전을 연구한 최고의 전문가답게, 저자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통찰력을 제공한다. 서술이 명료하고, 주제와 관련해 밝혀진 것과 의심되는 사항을 비교하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면서 몰입하게 되는 정말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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