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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8'에 해당되는 글 1건
2025. 6. 18. 16:03

Richard Thaler. 2015. Misbehaving: The Making of Behavior Economics. W.W.Norton. 358 pages.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학문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그의 개인적인 지적 여정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며, 이 학문 분야의 발달 과정을 주요 이슈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서술한 기록이다. 그는 행동 경제학의 대부로서, 이 학분 분과가 어떻게 시작되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서술한다. 

경제학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상을 가정한다. 합리적 인간은 효율을 중시하며,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이유로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박사 과정생 시절부터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라는 전제가 실제 사람들의 행동 방식과 맞지 않는 경우에 흥미를 가졌다.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에 유의미한 패턴이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심리학에서 출발한 행동경제학자인 칸네만과 트베르스키와의 만남은 그의 이러한 의심을 학술 활동으로 구체화하는데 크게 작용하였다. 

첫번째로 그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소유 효과 endowment effect" 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것에 대해서 자신이 그것을 소유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그것에 더 큰 가치를 매긴다. 이는 동일 물건은 시장에서 동일 가치를 가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명제에 어긋난다. 그는 다양한 실험과 실재 상황을 통해 그의 주장이 맞음을 증명한다. 이 주제 이외에도 여러 흥미 있는 이슈들이 소개된다. 사람들이 사용처에 따라 심리적으로 계정을 구분하여 돈을 운용하는 현상(mental accounting), 공정성을 고려하면서 효율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현상, 금융시장에서 자산의 가치가 반드시 대상의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현상, 프로 스포츠 업계에서 선수를 스카웃할 때 팀에게 최고의 승률을 가져오도록 결정하지 않는 경향,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소홀히 하는 성향 등이다. 

저자가 쓴 책인 "Nudge" 은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여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람들은 먼 미래에 닥칠 위험에는 비중을 적게 두기에 미리 대비하는 행위를 소홀히 하며, 당장의 소비를 저축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결국 노년이 되면 궁핍에 빠지게 된다. 직장에 들어갈 때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것을 '기본 선택 default' 항목으로 하여 자동 가입되도록고, 미래에 임금이 오르면 오르는 부분의 일부를 자동으로 더 많이 저축하도록 연금저축을 설계함으로서, 심리적 저항감 없이 사람들의 노후 대비 저축을 늘릴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낸 뒤 영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너지 효과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정책으로 개발하는 팀에 깊이 관여했으며, 이후 그의 아이디어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행동경제학은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가정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대체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합리성으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이 완벽한 설명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정도나 맥락은 다양하다.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경제학의 현실 정합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행동경제학이 해야할 일은 많다. 

이 책은 저자가, 언제 어떻게 특정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는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적인 학술 연구 활동으로 발전시켰는지,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아이디어를 낳았는지 등을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행동경제학에 대해 전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게 된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학술 연구 활동이란 것이 무엇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을 노벨상을 수상한 한 분야의 대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으며,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읽은 드문 책이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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