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ldon Solomon, Jeff Greenberg, and Tom Pyszczynski. 2015. The Worm at the Core: On the Role of Death in Life. Penguin Books. 225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심리학 실험, 인류학적 탐구, 철학적 사색, 문학적 표현 등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논의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인간이 공유하며, 이 문제는 인간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두가지 방식으로 극복하려 한다. 하나는 '문화' culture 이며, 다른 하나는 '자존감' self-esteem 이다. 문화는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죽은 후에도 의미있는 무엇이 있다는 '이야기'를 제공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한다. 종교는 인간의 실존적 질문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방책이다. 문화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으로부터 와서 내가 죽은 이후로 이어지는 의미있는 무엇이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조상, 혈통, 후손, 민족, 예술, 지식, 위인, 역사, 등의 문화적 메시지와 상징은 나의 죽음이 '끝', 즉 '진정한 죽음'이 아니라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자존감이란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 볼 때 자신의 위치와 역할이 중요하며 의미가 있다는 자의식 self-consciousness 이다. 자신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큰 집단과 큰 프로젝트의 일부에 속하며, 이런 집단과 프로젝트에 내가 기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면, 자신의 죽음이 모든 것의 끝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자신이 이 땅에 살면서 행한 것을 후손이 이어받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삶이 외롭거나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은 자신보다 더 큰 것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의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문화적 확신이나 자신의 삶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은 결코 확고하지 않다. 종교적 신념은 불안정한 기반 위에 있으며, 자신이 더 큰 것의 일부에 속하며 이것에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 역시 확실하지 않다. 신이나 내세에 대한 아이디어는 인간이 만든 허구이며, 자신이 이룬 것은 별볼일이 없으며 자신이 죽으면 모두 잊혀질 것이라는 생각이 수시로 떠오른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이땅에 사는 한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 권력이나 돈이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없애는 작업, 즉 영생을 추구하는 데 엄청나게 몰두했다. 그러나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은 물리적으로 죽음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상징적인 영생을 추구할 수 있을 뿐. 그래서 사람들은 자식, 명예, 예술 등에 몰두하며, 이것이 잘 안되면 술, 마약, 섹스, 도박, 등으로 방종한 삶에 자신을 내던지며 인생의 근본적인 외로움과 허무를 잊으려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속한 집단과 기존의 질서를 옹호하는 쪽, 즉 보수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이나 내가 따르지 않는 믿음과 규범의 존재는, 내가 속한 집단과 내가 따르는 질서와 가치를 위협하는 존재이며, 이는 내가 죽음을 극복하려 하는 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수록 타집단에 대해 더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을 옹호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극단적으로 정신병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적절하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두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죽음과 친숙해지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가급적 감추고 피하려 할 것이 아니라,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런 냉엄한 사실을 자주 인식하고 감정적으로 친숙해지라고 조언한다. 둘째는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완전한 의미는 자연 세계에서 찾을 수 없다. 우주와 자연 법칙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궁극적으로 무의미하다. 생물계에서 인간은 벌레나 개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지구는 수많은 별 중 하나에 불과하다. 벌레와 개가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듯이, 인간의 영혼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인간의 삶은 궁극적으로 무의미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이 시점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와 행위는 유의미하다. 아이들과 놀기, 예술 창작에 몰두하기, 신의 은총에 감복하기,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기, 등을 할 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며, 본인이 인지하건 하지 않건 간에 모든 사람의 삶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책의 첫머리에서 선언한다. 그러나 이 명제를 경험적으로 충분히 검증했는지 의심이 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예시와 설명은 서구 기독교 문명권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죽음이 수반하는 육체적 고통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죽음이 끝이라는 사실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범신론적 세계관이나, 다른 생물과 인간을 대등하게 보는 불교의 세계관이나, 현세의 삶에 대해서만 관심을 둘 뿐 죽은 다음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유교의 세계관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통이 아닌 죽음 자체를 크게 두려워할 것 같지 않다. 비서구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조금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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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 과학원리 편집위원회. (김홍표 번역). 2018. 과학원리. 사이언스 북스. 247쪽.
이 책은 물질, 에너지와 힘, 생명, 우주, 지구 순으로 장을 달리하면서 자연의 원리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도감이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 천체 및 지구과학의 기초 지식을 전달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현상이 왜 그러한지를 설명하는 데 촛점을 맞춘다.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한 과학 지식을 복습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약간이나마 깊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을 보고 해설을 읽으면서 과학은 흥미로운 영역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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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 Mlodinow. 2022. Emotional: How Feelings Shape Our Thinking. Vintage Books. 207 pages.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이면서 과학 분야의 저술가이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감정(feelings)은 인간의 생존에 유용한 도구이다.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은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근래에는 인간의 감정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한 유용한 정보처리 기제라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었다. 하등 동물은 주어진 조건에 정형화된 방식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고등 동물은 새로운 상황에도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을 대면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포함하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고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고도 상황을 신속히 평가하고 대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인간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대응 간의 관계는 자동 반사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을 하나의 중요한 인풋 요소로 하여 사고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한다. 감정(feeling)과 사고 작용(thinking)은 서로 밀접히 엮여 있다.
감정이 없다면 무엇을 해야할 이유가 어렵다. 감정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다. 즐거운 감정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을 계속 추구하게 만든다. 감정은 물리적으로 두뇌의 여러 부분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이루어진다. 두뇌의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심적인 영역이다. 인간의 굳건한 의지 (determination) 역시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이를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극으로 두뇌의 어떤 부분에 자극을 가하면 결심의 대상이 불확실함에도 결의의 감정이 높아진다.
사람은 각자 다양한 감정 영역에 대해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감정을 더 자주 느끼며, 각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저자는 이를 감정의 프로필 (emotional profile) 이라 칭하는데, 수치심과 죄의식 (shame and guilt), 조바심 (anxiety), 분노와 공격성 (anger and aggression), 행복도(happiness), 사랑과 애착(love and attachmen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척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독자들에게 각자의 감정 프로필을 직접 구성해 보게 한다. 제시된 척도를 이용해 본인의 감정을 측정해본 결과, 수치심과 죄의식은 평균에 가까웠으며, 조바심과 분노는 평균보다 크게 낮았으며, 공격성과 행복도는 평균보다 약간 낮았고, 사랑과 애착은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다. 명상과 운동, 인정하기, 상황의 재해석,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각각에 대해 서술하자면, 명상과 운동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으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게 된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어떤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 눈을 돌리게 되면 감정이 안정된다. 격렬한 감정이 일 때 이를 글로 쓰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성공한 학자일 뿐 아니라, 전공 밖에까지 호기심을 뻗쳐서 대중 작가로서 성공한 특이한 사례이다. 스타트랙의 극본을 쓰고, TV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심리학 분야에 여러권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했다.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글을 쓸 때 무척 많이 다듬는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책과 같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흥미를 꾸준히 제공하는 글을 만들어 냈다. 메시지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큰 통찰력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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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bi S. Low. 2015. Why Sex Matters: A Darwinian look at human behavior. Princeton University Press. 252 pages.
저자는 행동 생태학자(Behavioral Biologist)이며,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남녀차이와 짝짓기 행위에 대해 설명한다. 동물이 처한 생태적 환경에 따라 각 동물은 진화의 최적의 전략, 즉 후손에게 유전자를 퍼트리는 데 fitness 에 최적의 전략을 선택한다. '모든 생물체는 후손에게 유전자를 퍼트리는 이익 fitness 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라는 진화론의 프레임을 가지고 인간 남녀의 행위를 관찰하면, 과거는 물론 현대 사회의 인간의 행위에 대해서도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는 일부일처제 social monogamy 를 유지하지만, 유전적이 면에서 보면 일부다처 genetic polygyny 동물이다. 남성이 만드는 후손의 수의 변이 variation는 여성의 후손의 수의 변이보다 더 크다. 이는 혼외의 자식을 갖는 것, 이혼후 재혼 비율 등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빈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경쟁적이고 모험적으로 행동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더 많은 자식을 얻을 가능성이 큰 반면, 여성은 모험적으로 행동해도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많은 자식을 낳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는 '아이를 생산하는 가치' reproductive value 가 중심이었는데, 근래에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늘면서 '자원을 늘리는 가치' resource value 의 비중이 커졌다. 근래에 선진 산업국에서 남성은 여성 배우자을 구할 때 미모와 같은 육체적 가치 만이 아니라 경제적 가득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성향이 뚜렷해졌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자식을 많이 낳는 전략보다는 소수의 자식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소득이 높을수록 자식을 많이 가지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소득이 높으려면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하고, 이는 부모의 높은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의 수를 줄이는 대신 각각의 자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한다.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능력이 낮으면 자신의 자손을 만들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부모는 소수의 자녀에 더 많이 투자하려 한다.
인간 사회의 도덕률은 협동을 통해 구성원의 진화적 이익 fitness 을 높이는 것을 목적한다. 모두가 협동한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집단 전체에 돌아가는 이익이 훨씬 크다. 문제는 이탈자가 있으면 협동이 붕괴되기 때문에, 모든 사회는 이탈자를 막기 위해 엄격하게 감시하고 규제한다. 과거 소규모의 지역 사회에서는 모두가 모두의 행위를 감시할 수 있으므로 협동을 해치는 이탈자를 막기 위해 추상적인 도덕율을 크게 필요치 않았다. 현대 도시의 대규모 익명 사회에서는 서로간 직접적인 감시가 불가능하므로 공식적인 법 제도를 필요로 한다.
남성들 사이에 연대 coalition 는 경쟁 사회에서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하고 지위를 높이는 목적에 맞추어져 있다. 남성들에게 더 많은 자원과 높은 지위는 자신의 자식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한다. 남성들은 혈연 관계를 넘어 외래인까지 포함하는 큰 규모의 연대를 구축한다. 반면 진화적 이익 fitness 의 측면에서 여성들간 연대의 이익은 남성들간 연대의 이익만큼 크지 않다. 여성들간 연대는 주로 혈연관계에 치중하며, 외래인을 포함한다고 해도 규모가 작다.여성들 사이의 연대는 자식을 양육하는 것과 관련된 편익과 정보를 얻는 데 한정된다. 따라서 치열한 갈등이나 전쟁은 주로 남성들 사이에 벌어지며, 여성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진화적 이익 fitness 를 높이는 것인데, 이러한 이익과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구호는, 자신의 이익 self-interest 를 최우선 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개인에게 어떤 이익과 해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라는 조언은,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 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여를 경쟁적으로 하도록 하고, 기여를 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여 지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 효과적이다. 미래 세대의 이익을 현재 살고있는 사람의 이익만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보다 훨씬 깍아서 평가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위가 미래 세대가 아닌 현재 세대에게 어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강조해야 한다. 추상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하면서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면 무시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어떤 행위가 그가 사는 지역의 구체적인 환경과 어떻게 연관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지적해야 한다.
이 책은 엄청나게 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인간의 성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를 건드린다. 본문이 250쪽인데 주석과 참고문헌만 150쪽이 넘는다. 포괄적이라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워낙 많은 연구를 구체적으로 인용하며 요약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성에 대한 특별한 의미나 감정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생물계의 일원으로 인간의 성에 대해 큰 그림을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얻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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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artwright. 2016.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Darwinian Perspectives on the Human Condition. 3rd ed. Palgrave. 434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개론 교과서이다. 자연 선택과 성적 선택, 적응과 인간의 생애, 인지와 감정, 협동과 갈등, 짝짓기, 건강과 질병, 문화, 윤리에 이르기까지 진화심리학의 전분야를 커버한다. 이 책은 이론적 쟁점을 중심으로 서술하며, 수많은 관련 연구들을 요약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진화적 접근은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에 근거하여 인간의 행동, 생각, 감정을 설명하는데 근래에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근래에 급속히 발전하는 분야이다.
인간에 대한 진화적 접근의 모든 논의를 맛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3판까지 나온 것 치고는 덜 다듬어진 부분이 많다. 후반으로 갈수록 문장이 덜 다듬어지고, 허술하게 정리된 부분이 많아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대학 개론 교과서이므로 한 주제를 깊이 논의하지는 않지만, 대신 이슈가 되는 논의를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보기 드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읽은 많은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논의의 좌표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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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Wrangham and Dale Peterson. 1996. Demonic Males: Apes and the Origins of Human Violence. Houghton Mifflin Company. 258 pages.
저자는 생물자이자 인류학자이며, 이 책은 침팬지에 대한 연구를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폭력성은 문화가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침팬지는 위계적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수컷 침팬지들 사이에 지위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힘으로 다른 수컷을 제압하여 최고의 지위에 올라선 알파메일은, 다른 동료를 마주칠 때마다 매번 그들로부터 굴종적 인사를 강요한다. 다른 수컷이 알파 메일의 권력에 도전하여 그를 권좌에서 몰아낼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하위의 침팬지가 알파 메일에 본격적으로 도전하여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권력의 전환기에는 침팬지 사회 전반에 폭력적 분위기가 흐른다. 침팬지의 권력 투쟁은 침팬지 사회 구성원 다수가 참여하는 집단적 게임이다. 알파 메일은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다른 동료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며, 알파 메일에 도전하는 하위의 침팬지들은 그에 대항해 연합 전선을 형성하여 싸운다. 침팬지 사회의 권력 투쟁은 폭력적이며, 종종 살상을 동반한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하여 계산적으로 행동하며 동족을 살해하는 행위는 인간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침팬지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수컷들이 무리를 지어 이삼일에 한번씩 경계를 시찰한다. 그들은 종종 자신의 영역을 넘어 이웃 침팬지 집단에 원정 공격을 나선다. 이웃 침팬지 집단의 영역에서 홀로 돌아다니는 취약한 상대를 발견하면 집단적으로 공격하여 죽인다. 이러한 집단 공격에 참여하는 침팬지들은 집단적으로 흥분에 들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잔인하게 상대를 때리고, 물어뜯고, 살과 뼈를 찢고 부러뜨린다. 이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듯하다. 이러한 원정 공격의 목적은 복합적이다. 이웃 침팬지 집단을 약화시켜 자신의 집단의 영역을 확장하고, 때로는 살상한 침팬지 고기를 먹는다. 자신의 집단의 영역이 확장되면,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먹이를 구할 수 있고, 더 많은 자신의 후손을 길러낼 수 있다. 때로는 이웃 침팬지 집단의 수컷을 수차례의 원정 공격을 통해 차례로 제거한 다음, 그들의 아이를 모두 죽이고, 암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이웃 집단의 영역을 포함하여 자신의 사회를 확장한다.
침팬지가 자신의 집단 내에서 및, 이웃 집단과 벌이는 폭력 투쟁은 전적으로 수컷의 몫이다. 암컷은 수컷들의 권력 투쟁에 소극적으로만 관여하며, 이웃 집단과 벌이는 원정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다. 침팬지 수컷에게 지위 추구는 삶의 유일한 목적이다. 권력을 쥔 수컷은 많은 암컷들을 차지하여 많은 후손을 낳는 반면, 권력이 없는 수컷은 자신의 후손을 만들 가능성이 제한된다. 침팬지 수컷이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이유는, 침팬지 암컷이 권력을 쥔 수컷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알파 메일이 기존의 알파 메일을 대체하면, 그는 기존의 알파 메일의 자식을 모두 죽이고, 기존의 알파메일의 암컷을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 침팬지 암컷에게, 권력을 가진 수컷은 다른 수컷으로부터 자신과 아이를 보호하는 존재이므로, 그들은 자신의 전남편의 자식들이 살해당하더라도 항시 권력을 가진 수컷을 선호한다. 침팬지 암컷은, 수컷보다 체구가 작고 힘이 약하며,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역할 때문에 수컷과의 힘의 경쟁에서 열위에 있으므로, 수컷의 권위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수컷은 자신의 의도에 저항하는 암컷을 겁박하여 힘으로 굴복하게 한다.
침팬지와 매우 유사한 종으로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으며 힘이 약한 보노보가 있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달리 수컷과 암컷의 체구가 대등하며, 수컷 또한 폭력적 행태를 거의 보이지 않고 온순하다. 보노보 사회에는 수컷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없으며, 알파 메일이 존재하지 않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이다. 보노보는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는 물론, 이웃 집단과 폭력적으로 충돌하는 일도 없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상이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먹이의 차이에 있다. 침팬지는 과일과 육식에 의존함에 비해, 보노보는 과일과 잎사귀를 주식으로 한다. 과일은 드물기 때문에 소수의 작은 집단으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반면, 잎사귀는 풍부하기 때문에 큰 무리를 형성하며 산다. 큰 무리를 짓고 사는 보노보 사회에서 암컷들은 서로 친밀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수컷의 도발을 집단적으로 제어한다.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수컷은 암컷들이 연대하여 벌을 가하거나 집단에서 쫒아내버리기 때문에, 침팬지 사회에서 보는 수컷의 폭력성은 보노보 사회에서는 행사될 수 없다.
인간과 침팬지는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화되었다. 침팬지의 행태는 인간과 매우 흡사하다. 인간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된 이후 빠르게 변한 반면, 침팬지의 행태는 오랜 세월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현재 침팬지들이 보이는 폭력성은 공통조상의 행태에 가깝다. 인간은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으며 힘이 약한 반면 두뇌가 발달하였다. 과거 수렵채취 시대에 인류의 집단 사회에서 알파 메일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어떤 남성이 권위적으로 행동하여 타인을 지배하려 들거나, 폭력을 행사하여 남의 것을 탈취하려 하면, 집단적으로 그를 제재하며, 최악의 경우 그를 집단에서 축출하였다. 이러한 인간의 행태는 보노보와 닮은 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보노보와 달리 남자가 여자보다 체구가 크고 힘이 세며,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 patriarchy 를 형성해 왔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보노보보다 침팬지에 가깝다.
인간의 폭력성이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요인, 즉 유전자에 기인한다고 하여, 인간의 폭력성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사하는 폭력성을 집단적 연대를 통해 제어할 수 있음을, 수렵채취 시대의 인류 사회에서, 또한 보노보 사회에서 확인한다. 집단적 접근으로 개인의 폭력성을 제어하는 것은 사회 제도를 통해 구성원의 폭력성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원의 폭력성을 집단적으로 제어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결국 민주주의 제도로 발전하였다. 즉 인간은 조상으로부터 수컷의 폭력성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나,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제도를 통해 이를 부분적으로 극복한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 연구자인 제인 구달을 도와 아프리카 밀림에서 침팬지를 오랜동안 관찰하며, 인간과 침팬지의 놀라운 유사성에 눈뜨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작품으로, 자신이 필드워크를 통해 관찰한 것, 평소의 생각, 다양한 독서 경험 등을 망라하여 뒤섞었다. 논리의 비약이 눈에 띠고, 때로는 논의가 직접 연결되지 않고, 반복이 많은 흠이 있지만, 저자의 모든 것을 쏟아 놓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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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ros Makridakis, Robin Hogarth, and Anil Gaba. 2009. Dance with Chance: Making Luck Work for You. Oneworld Publications. 333 pages.
저자는 경영학자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생의 중요한 네가지 영역, 즉 건강, 부, 성공, 행복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기존 시도들을 검토하고, 어떻게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실제보다 세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illusion of control). 인간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들에게서까지 의미있는 패턴을 추정하는 오류를 낳는다.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우연의 세계에서 사는 것은 두렵기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피하려 한다. 세상의 많은 일은 우연히 일어나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의료, 투자, 기업 경영 분야에서 우연이 크게 작용한다. 객관적 자료를 이용해 검증한 결과, 이러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의견이나 개입은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정기적으로 신체 검사를 하면 병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검사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 대비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다. 검사를 통해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할 가능성은 매우 작으며, 설사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 분야를 예로 들면,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단기 및 중기로 볼 때 랜덤 워크에 가깝다. 헤지 펀드와 같이 펀드 매니져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여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율은 랜덤하게 종목을 선택한 가상의 경우의 수익율과 비교해 결코 높지 않다. 주식 투자에서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결국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뿐이다. 기업 경영 분야를 예로 들면, 장기적으로 계속 성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새로운 혁신이 계속 나오면서 과거에 성공하던 기업은 새로 부상하는 기업에 의해 대체된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그분야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이 패턴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extrapolate). 전문가들은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됬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데는 무력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들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유추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크게 두가지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사건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며, 위험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변화의 범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경우이다. 집에서 직장까지 걸리는 통근시간, 특정 시간대에 어느 지역의 전기 사용량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의 불확실성, 즉 예측치의 분포의 변이 variation 는 정규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둘째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피해의 규모가 매우 큰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미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대비하기 어렵다. 대규모 지진, 금융 버블의 붕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도 집합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고, 금융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앞으로도 발생하리라 예측할 수 있는데,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이 두가지 성격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뒤섞여 있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하여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한 예측치들의 평균을 취하는 방법이다. 전문가의 의견, 수리적인 예측 모델, 직관적인 예측,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의견을 모아 평균을 취하면 개별 출처에 의존할 때보다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중요한 것이 걸린 결정의 경우, 한 사람의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기보다, 여러 전문가의 이차 의견을 구해야 한다. 둘째는, 과거의 유사한 사건들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가급적 단순한 패턴을 추출하여야 한다. 많은 변수의 복잡한 모델을 구축할 경우, 과거의 사건은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면 크게 빗나가게 된다. 이는 머신 러닝에서 "overfitting"의 오류라고 지칭한다. 몇개의 주요 변수만 포함한 단순 모델을 구축할 경우, 이것이 과거를 만족스럽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했을 때 크게 빗나갈 위험 또한 줄어든다. 이렇게 객관적인 자료로 부터 몇개의 변수를 사용하여 구축한 단순 모델을 적용하여 예측하는 것이, 사람의 직관을 이용해 예측한 것보다 더 정확하다. 사람들은 인간의 직관이 객관적인 모델보다 더 정확하게 대상을 파악한다고 느끼지만, 이러한 막연한 느낌은 사람들이 가진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 에 불과하다. 인간의 주관적 평가와 직관은 상황에 쉽게 좌우되기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할 때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어렵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세번째 방법은, 관련 사건이 속하는 포괄적 범주의 평균을 추출한 다음, 이것에다 개별 사건의 추가적인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위험의 확율을 과소평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련 사건이 포함된 포괄적 범주의 변이에 두배를 곱하여 개별 사건에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 방법은 예측 전문가들이 쓰는 방법으로, 관련 범주의 기본 수치 base statistics 를 바탕으로 하여 ,개별 상황이나 추가적 정보에 맞게 약간씩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불확실성을 줄이려 해도 세상과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내포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위험이 큰 사안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큰 지진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내진 설계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기업이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면 파괴적 혁신을 들고 등장하는 새로운 기업에 의해 망한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면 이러한 위험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계속 노력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사람에게 운이 따라온다는 것은 엄연한 진리이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큰 규모의 위험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위험에 휩쓸려도 망하지 않는다.
이 책의 처음에 우연의 힘을 막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선언한다. 이책에서 제공하는 지식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체계적으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방법은 있다. 이 책은 특별히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기존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인 분석으로 검증하고,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지혜롭게 의사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논의에 반복이 많은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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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Dunbar. 2021. Friends: Understanding the Power of Our Most Important Relationships. Little, Brown. 359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친밀한 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검토한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 유지시키는 요인은 무엇인지, 최대 몇명까지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친구관계 맺기에서 남녀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의 의문에 대해 저자의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 맺기는 도구적 목적에 한정되지 않는다. 타인과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없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며 병에 쉽게 걸리고 일찍 죽는다.
침팬지는 깨어있는 시간의 거의 5분의 1을 다른 침팬지의 털을 골라주는 일 grooming 에 사용한다. 다른 침팬지의 털을 골라주는 일은, 단순히 위생적인 목적을 넘어,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인간 역시 타인과 관계 맺는 일과 연관된 활동에 깨어있는 시간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협동을 통해 생존의 경쟁력 fitness 를 높이는 것이다. 자신이 위험에 처하거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평소 친밀한 관계를 맺은 타인은 기꺼이 자신을 도와주는 반면, 친밀하지 않은 타인은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과 친밀한 관계의 사람, 즉 친구와 함께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진화적 필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들은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친밀한 사람과 관계 맺기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은 인지적으로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다른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사물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지 능력이 필요하며 높은 자원 소모를 수반한다. 타인과 적절히 상호작용을 하려면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theory of mind). 상대가 나에게 왜 저렇게 하는지, 상대의 행위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나의 행위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할지,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등등을 모두 추론하는 일은 고도의 인지 활동이다. 인간은 최대 다섯명까지 타인의 마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유명한 소설에서 동시에 다섯명의 생각이 함께 다루어지는 것을 종종 본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기술은 5살 때부터 시작해 20대 초반까지 서서히 발달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사람의 생각을 동시에 읽을 수 있으며, 타인의 생각를 복잡하게 추론하는 능력과, 자신의 충동적 사고와 행위를 제어하는 능력도 발달한다. 20대 중반을 넘으면 타인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더 이상 크게 진전되지 않으며, 타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 크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어느 정도 타인의 마음을 읽으면서 사회활동을 영위한다. 성장기에 또래들과 학교 혹은 놀이를 통해 집단 활동을 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기술과 자신의 충동적 반응을 제어하는 기술을 익힌다. 이러한 기술을 웬만큼 익히지 못하면 사회생활이 어렵다. 사이코 패스나 자폐증 환자는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추측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원만한 사회관계를 영위하지 못한다.
인간의 인지적 능력의 한계 때문에,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수는 제한되어 있다. 상대와 공감 simpathy을 주고 받는 최대 숫자는 15 명이며, 최대 150명까지의 사람들과 비익명적인 관계, 즉 상대가 누구인지를 인지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사람들의 전화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회관계에 쏟는 시간의 40%를 5명과 하며, 15명의 사람들과 전체 시간의 60%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범위가 좁은 이유는 인간의 인지적 자원 및 시간의 한계 때문이다.
친밀한 관계는 크게 두 종류, 즉 가족과 친구 관계로 나뉘는데, 두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 대체로 가족 관계가 친구 관계보다 더 친밀하다. 가족 관계의 유지를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관리하지 않아도 되며, 갈등이 발생하여 일시적으로 소원해져도 다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친구 관계는 지속적으로 시간과 관심을 투입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소원해지며, 일단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기 어렵다.
유사한 특성의 사람들은 우연히 만났을 때 서로 친구 관계를 맺기 쉽다. 다음 일곱가지의 차원 각각이 관계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유사한 언어/방언을 구사하는가, 같은 지역에서 성장했는가, 같은 교육과 직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특히 의사와 변호사는 각각 그들끼리 노는 성향이 강하다), 유사한 취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유사한 세계관(도덕적 가치관, 종교,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유사한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 유사한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는가. 이 일곱가지 차원 중 유사한 부분이 많을 수록 친구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은 남성보다 친밀한 친구를 가진 경우가 더 많으며 관계가 더 깊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친밀한 관계의 70~80%는 동성 친구이다. 친밀한 관계의 성격에 남녀간 차이가 있다. 여성은 주로 대화와 잦은 접촉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제인 반면, 남성은 함께 참여하는 활동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제이다. 즉 남성은 같이 운동을 하고, 같이 술을 마시고, 같이 일을 하고, 등 활동을 함께하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여성은 함께 참여하는 활동에 더하여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데 핵심이다. 반면 친한 남성들간에는 함께 활동을 하는 동안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여성은 친한 친구와 헤어지면 다른 사람이 그를 대체하지 못하는 반면, 남성은 친한 친구와 헤어져도 집단활동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이 그를 대치할 수 있다.
친밀한 관계는 직접 만나서 감정을 교환하는 것이 관계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에, 온라인 접촉이 대면 접촉을 대치하지 못한다. 전화나 SNS 등의 온라인 접촉은 오프라인 관계를 관리하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상대의 눈을 보며, 상대와 함께 웅직이는 것에서 사람들은 감정적 만족을 느낀다. 서로 큰 소리로 웃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고, 단체로 행진을 하고, 등등 리듬을 맞추어 함께 행위를 하는 가운데 공감, 상호 신뢰, 집단 결속감을 느낀다. 전통적으로 모든 사회가 이러한 함께 하는 활동을 주기적으로 갖는 것은 집단의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저자는 전문 연구자이며, 책 내용의 대부분을 구체적인 연구 결과의 인용으로 채우고 있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수많은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을 세세히 따라가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가 제시하는 사회적 두뇌 가설 (social brain hypothesis), 즉 인간의 두뇌가 발달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집단생활에 소요되는 고도의 인지 활동 때문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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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Ormerod. 2005. Why Most Things Fail: Evolution, Extinction and Economics. Pantheon Books. 245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대부분의 회사가 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는 생물계에서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이 소멸한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나타나는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의 복잡성이 궁극적 원인이다.
회사들이 망하는 것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 중 10%가 첫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망한다. 창업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초기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극복하면, 이후에는 창업 이래 흐른 시간과 망할 위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여하간 대부분의 회사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망한다. 미국에서 100년전에 상위 100대 회사 중 현재까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회사는 절반에 불과하며, 여전히 상위 100대 기업에 든 경우는 겨우 19개이다.
회사가 망하는 주된 이유는 회사 자체의 결함 때문이기보다는, 회사들 사이에 상호작용 속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회사들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하는데,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수시로 조정한다. 문제는 나의 행위에 대해 상대가 취할 선택지가 다양하고, 여러 상대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속에서 특정 행위자가 추진하는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어그러질 가능성은 무척 크며, 회를 거듭하며 상호작용하다 보면 결국 이러한 위험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어진 상황에 아무리 합리적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 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행위자들 사이에 상호작용은 매우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각 참가자에게 최선의 전략이 참가자 전체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행위자들은 게임의 규칙을 수시로 바꾸면서 자신에게 최선의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상대의 행위를 예측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주어진 상황에서 주위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이 한 행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러한 행위 방식은 사람들 사이에 선호가 연결되는 preference attachment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선호 대상의 객관적인 질과는 관계없이 열악한 선택을 가져오기도 한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행위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선택한 결과는 랜덤하게 선택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행위자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 적응력 fitness에서 상호간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받는다. 외생적인 충격과 내생적인 요인 때문에, 생물 종이나 회사의 생존 가능성에 굴곡 fluctuation 이 발생한다. 어떤 종에서 우연히 약간의 변이가 발생하고, 이것이 다른 종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이 파급되고, 그것이 다시 원래의 종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반복되면, 그 와중에 일부 종이 멸종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약간의 종 혹은 회사가 멸종하는 일은 항시 일어나는 반면, 많은 종 혹은 회사들이 한꺼번에 멸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가끔씩 발생한다. 그 당시 생존하는 종 중 20% 이상이 멸종하는 대규모 멸종이 지구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발생하였다. 종이 멸종하는 규모와 빈도 간의 관계를 보면 지수의 법칙 power law 이 작용한다.
행위자들이 네트워크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일부가 멸종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멸종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존의 네트워크에 속한 행위자들에게 익숙한 것,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것, 새로운 방식을 들고나오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즉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존에 상대의 대응을 넘어서는 새로운 충격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러 상대의 다양한 대응이 초래하는 불확실성과 충격을 넘어서는 길은, 내 쪽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충격파를 만들어 내어 복잡한 상황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요소를 상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의 복잡계 complex system 현상을 회사라는 경제행위에 적용한 흥미로운 글이다. 책 자체는 산만하게 쓰여서 저자의 서술이 그리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데, 이는 아마도 이 주제에 관한 논의가 아직 거친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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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 Tuschman. 2019(2013). Our Political Nature: The Evolutionary Origins of What Divides US. Prometheus Books. 413 pages.
저자는 인류학 배경의 정치컨설턴트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의 배경에는 성격 특성이 있으며, 사람들의 성격 특성은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이 보수적 혹은 진보적인 이유는 그의 성격과 연관되는데, 사람들 사이에 다양한 성격의 분포는 인류의 오랜 진화적 적응의 결과이다. 모든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는 이유는, 이 두가지 상반된 성향이 함께 하여 인류의 진화적 적응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여러 사회에서 사람들의 정치 성향을 측정한 결과, 보수에서 진보까지의 연속선에서 정규분포의 모습을 그린다. 사람들의 정치 성향은 그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부자 중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 중에는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보수 정책을 지지하는 경우가 흔하다. 소득과 재산의 분포는 하위로 심하게 편향된 분포이며, 이는 정치적 성향의 분포와 매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경제적 이익과 정치 성향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정치 성향은 성격 특성을 반영한다. 성격을 구성하는 다섯가지 차원 중, 개방성(openess)과 성실성(conscienciousness) 의 두가지가 정치성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참고로 성격을 구성하는 나머지 세 차원은 외향성(extraversion), 상냥함(Agreeableness), 신경질적임(Neuroticism)이다. 성격이 개방적일수록 진보적 정치성향을 보이며, 성실할수록 보수적 정치성향을 보인다. 사람들의 성격 특성은 일생동안 크게 바뀌지 않으므로, 사람들의 정치 성향 역시 일생동안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한 사회의 정치 경제 상황에 따라 정치 성향의 분포가 전체적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약간 이동하기는 하지만, 외적 상황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정치성향은 여전히 정규분포를 유지한다. 사람들의 성격 특성은 많은 부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일란성 쌍둥이의 성격과 정치 성향은 서로 매우 흡사한 반면, 태어나서 떨어져 성장한 이란성 쌍둥이의 성격과 정치 성향은 서로 매우 다르다는 사실에서, 성격 특성과 정치 성향은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하는 세가지 차원이 있다. 부족주의(tribalism), 불평등을 허용하는 정도(tolerance of inequality), 인간 본성에 대한 인식(perceptions of human nature)이 그것이다. 이 각각의 차원은 생물학적인 진화적 적응(evolutionary fitness)과 연관되어 있다.
먼저 부족주의를 보자면, 이는 자민족 중심주의(ethnocentrism), 종교성(religiosity), 성에 대한 개방성(sexuality)으로 구성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우선시하고 타 집단을 배격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퍼뜨리는데 유리하다. 친족선택이론 (kin selection)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자신과 유전적으로 연관된 사람을 중시할수록 자신의 유전자가 후세에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신의 집단 내에서만 폐쇄적으로 살아간다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짐으로, 어느 정도의 개방성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타집단과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태도가 유전자를 퍼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모든 사회는 부족주의에 편향된 보수적 정치성향과 새로운 환경에 개방적인 진보적 정치성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약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선호한다. 어는 사회에서나 지나치게 보수적이지도 지나치게 진보적이지도 않은 중도 성향의 사람이 대다수인 반면,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사람이 소수를 이루는 이유이다.
모든 사회는 사회 구성원, 특히 여성의 성생활을 엄격히 관리한다. 남성의 분방한 성생활에는 비교적 관대한 반면, 여성의 성행위는 엄격히 제한을 한다. 여성은 후손을 낳는 주체임으로 이들의 성생활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든 사회는 남성이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고 여성을 지배하는 가부장적인 위계를 형성하고 있다. 부족주의적이며 보수적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은 여성의 성을 엄격히 제한하고 가부장적 권위를 지지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은 가족의 생존에 큰 도움을 줌으로 여성의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진화적 적응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여성의 자유를 허용하고 남성과 여성의 권위 격차를 줄이는 진보적 정치 성향 또한 진화적 적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여성의 경제활동 기여도가 높아지고, 여성이 폐쇄적이며 권위적 가족관계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면서 남녀간의 권력 격차는 줄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치성향은 전체적으로 진보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람들이 각자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가난이나 성공의 책임은 구조적 환경의 탓인지, 가족 내에서 부모가 권위를 가지고 자식을 양육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부모가 자식을 자신과 대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 보수와 진보는 의견이 서로 엇갈린다. 사회와 가족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이렇게 서로 상반된 태도의 사람들이 모두 필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게 되면, 사회와 가족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
사람의 본성이 상호 협조적 (cooperative)인지 아니면 경쟁적(competitive)인지에 관해, 철학자에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 두가지 상반된 생각은 인간의 생존, 유전자의 확산에 필수적이다. 보수주의자는 인간의 본성을 경쟁적으로 보고, 진보주의자는 협조적으로 본다. 인간의 본성을 맹목적으로 협조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면 반칙을 저지르는 (cheating)사람에 의해 망하며,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면 협동을 통한 시너지를 거두지 못함으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모든 사회에는 협조적이면서 경쟁적인 요소를 동시에 품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중도적인 정치 지향의 사람이 다수를 차지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정치지향의 결정 요인을 성격 특성 및 진화적 적응에서 찾는 과정에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거의 모든 논의를 인용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책은 모든 다양한 잡다한 지식이 뒤범벅되어 있다. 저자의 박학다식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논의를 좀더 체계화하고, 핵심적인 증거 위주로 설명을 집약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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