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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 17:52

Ashoka Mody. 2023. India is Broken: A People Betrayed, Independence to Today. Princeton University Press. 411 pages.

저자는 인도계 미국인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인도가 독립이래 최근까지 걸어온 정치경제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한다. 저자는 인도가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해왔다고 비판한다.

제이차대전 이후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네루가 수상으로서 1960년대 중반까지 인도의 정치 경제의 기초를 닦았다. 네루는 인도인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은 지식인이었으나, 그는 전후 인도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네루의 잘못은 여러가지인데, 그의 잘못된 정책은 이후 인도를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네루의 주요한 잘못을 요약하자면, 첫째, 그는 정부 주도로 중화학 공업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는 인도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인도는 농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엄청난 수의 교육을 받지 않은 실업 인구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산업인,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산업을 우선적으로 일으켰어야 한다. 중화학 공업은 고용을 크게 창출하지 않았으며, 가뜩이나 빈약한 보유 외화를 비싼 고급 기계를 사는 데 지불하여 외환위기를 초래하였다. 두번째 잘못은, 인구의 절대다수가 문맹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전인구에게 기초 교육을 시키고 그들의 보건 수준을 높이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네루는 말로만 서민을 걱정했을 뿐, 교육과 보건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결과 인도의 인적 자본 축적이 빈약하여, 이후 경제를 성장시키는 기초 토양이 계속하여 부실한 상태에 머물렀다. 네루는 초등교육에 투자하는 대신 고등교육에 재정 지원을 더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셋째는, 사회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중앙계획 경제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국가의 허락을 필요로 하고 세세히 간섭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통제 정책은 부패와 비효율을 극에 달하게 하였다. 넷째는 높은 관세장벽과 수입 제한정책을 통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국내 생산 업자의 생산성 향상을 막고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결과적으로 인도 경제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1960년대 중반 네루가 힌두교 극단주의자의 총에 쓰러지고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받아 수상과  정치 실력자로서 15년 이상 인도의 정치 경제를 이끌었다. 그녀는 네루와 같은 국민의 절대적 존경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중영합적인 정책과 권위주의적 통제를 휘두르면서 권력 유지에 집착하였다. 그녀는 대자본가와 영합하여 권력을 유지하면서, 경제가 정체되고, 인도 사회와 정치 전반에 부패와 폭력이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녀가 집권하는 동안 정치인들의 부패가 매우 심했다. 정치인들은 엄청난 정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과 검은 돈으로 충당하는 인도의 선거비용은 미국의 선거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엄청난 규모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정책이나 서민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정책은 전혀 구사하지 않고, 대신 가난한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하였다. 삶이 매우 고단한 서민들은 고질적인 인도 사회의 병폐인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갈등과 카스트 간의 대립 구조에서 쉽게 선동되었다. 정치인들은 종교적 대립을 선거에 악용하였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힌두교 민족주의자의 선동에 휩쓸려 이슬람교도를 대규모로 살해하고 이것이 다시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결국 1970년대 석유파동이 촉발시킨 경제위기 때문에 인디라 간디는 실각하였으며, 독립 이래 인도의 정치를 독점한Congress Party 는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대신 힌두교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정당이 부상하여 현재 모디 Mody 정부에 이르기까지 집권하고 있다. 간디와 이후 네루가 이끈 Congress Party는 정교 분리를 원칙으로 하였으며, 인도의 힌두교 세력의 압력에 대해 굴복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이후 들어선 힌두교 민족주의 지도자가 이끄는 정부는 힌두교를 편파적으로 옹호하였으며, 이슬람 교도를 박해하는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현재의 모디 수상은 그가 주정부의 수반으로 재직할 당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를 대규모로 살해하는 것을 방조한 장본인이며, 현재도 극단주의 힌두교도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메시지와 행동을 종종 보인다.

인도는 1980년대 초반 대외적으로 경제를 개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독립부터 이어오던 폐쇄주의 경제 정책을 마침내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와는 달리 제조업을 육성하는 대신, 금융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 정책을 운용하였다. 그 결과 많은 가난한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대신, 소수의 권력과 영합한 산업가들과 부패한 관료들이 부를 축적하여,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1990년대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 콜센타, 제약 산업 등에서 서구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대외적으로 신인도가 높아지고 인도가 신흥경제 국가 emerging economy 의 총아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뿐 가난한, 대중 전반에게는 충분한 일자리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저자는 인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교육과 보건에 대한 정부 지출을 늘리는 일이다. 인도의 교육은 양과 질 모두에서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여성의 교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이 교육을 받으면 출산율이 줄고,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아지고, 자식들의 교육과 건강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앙정부의 통제 체제가 부패와 외곡을 낳았기 때문에, 지방 정부에 과감하게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여, 시민사회의 참여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효율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도 정치와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에 촛점을 맞추고 일관되게 비판한다. 이는 아마도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선진국과 비교해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낳은 한계인듯 싶다.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를 외부에서 보면 그런 모습만 우선 보인다. 인도가 낙후된 상태로부터 어떻게 지금의 단계까지 발전하여 왔는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인도의 정치와 경제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하는데 주력한다. 이 책만 읽으면 인도의 정치경제가 어떻게 현재의 발전 단계에 이르게 되었는지, 왜 외국의 투자가들이 인도를 신흥경제 국가의 총아로 지목하면서 투자를 집중하는지 알길이 없다. 그는 이러한 외부의 평가가 과장되며 인도의 허상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외국의 투자가들이 그렇게 쉽게 속아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디라 간디는 도덕적으로 타락하였으며, 이후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부패를 더 심화시켰다고 하는데, 저자의 말이 맞다면, 인도의 정치 경제는 1960년대 이후 과거보다 더 추락하였어야 하지만 경제 지표를 보면 그렇지는 않다. 그는 수시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계속 인용하면서 서술하는데, 이는 전체 그림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독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부정적인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음을 신문 기사를 연이어 읽듯이 계속 나열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서술을 따라가기 힘겹다. 유사한 사건의 반복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인도가 가난하고, 부패했으며, 종교적 갈등이 난무하기 때문에 정치경제나 도덕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거듭 말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상황이 어떻게 왜 변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그의 말을 정말 믿는다면 인도는 미래가 없는 나라인데, 과연 그럴까? 그는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희망" hope 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의 책 어디에서도 희망의 징표를 읽을 수 없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그가 매우 꼬장꼬장한 "꼰대"일거라는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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