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opher Ryan and Cacilda Jetha. 2010. Sex at Dawn: How We mate, Why we stray, and What it means for modern relationships. Harper Collins. 312 pages.
저자는 과학 저술가와 정신과 의사이며, 이 책은 수렵채취시대에 인간은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집단의 남녀 구성원 모두 서로 섹스를 하는 promiscuous 관계를 맺었는데, 농업이 시작되면서 남녀 사이에 배타적인 성적 소유관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실시된 일부일처제는, 훨씬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수렵채취 시기 동안 행해진 남녀간 비배타적인 성적 관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일부일처제의 혼인 관계 속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과 재혼을 빈번히 하는 것, 등은 모두 과거 남녀간 비배타적 성적 관행의 흔적이다.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 모두,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수시로 섹스를 한다. 특히 보노보는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간은 물론, 동성 간에도 수시로 섹스를 통해 관계의 긴장을 푼다. 침팬지의 경우, 집단내에서 권력이 큰 수컷이 여러 암컷들과 섹스를 많이 하지만, 암컷들은 수시로 권력자 이외 다양한 지위의 수컷과 몰래 섹스를 한다. 과거 수렵채취시절에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마찬가지로, 집단내의 남녀가 서로 섹스를 하면서 인간 관계를 관리하고 결속을 다졌다.
과거 인간 집단의 남녀 구성원들이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에게 관용적인 성생활을 했다는 증거로, 생리적 사실과 인류학적 사례를 제시한다. 생리적인 증거로는, 남녀간 체구의 차이, 남자의 성기의 크기와 정자의 수, 여자의 감추어진 배란기, 여자의 과대한 유방, 여자의 다발적 오르가즘, 등을 제시한다. 인류학적 사례로는 전세계에 여러 원시부족들 사이에서 집단내 관용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점, 서구 사회에서도 과거에 축제와 같은 특정 시기에 남녀간 관용적인 섹스의 향연을 벌였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한다.
수렵채취시대에 여성들은 집단 내에 여러 남성들과 섹스를 함으로서, 섹스를 통해 집단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하였다. 수렵채취 시대에 소집단의 구성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서로 잘 알고 있었으며, 사냥물을 포함하여 집단내의 모든 가용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공동으로 해결하였다. 여성들은 여러 남성과 섹스를 하여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아이의 아버지는 특정되지 않았으며, 아이의 엄마가 여러 남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전한 방책이었다. 아이들은 집단내에서 여러 아버지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여성에 대한 섹스의 독점권을 놓고 남성들이 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여성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남성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졌다. 여성이 여러 남성과 섹스한다고 하여도, 그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하고, 그 여성과 면역 계통에서 궁합이 맞는 정자가 최종적으로 그 여자의 난자와 수정하는 데 성공을 하게 된다. 암컷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수컷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보편적인 현상인데, 인간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남자들은 자신과 섹스를 한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가 자신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믿기 때문에, 아버지의 지위 또한 여러 남성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수렵채취시대에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모든 것을 공유하는 평등의 관행은 농업이 시작되면서 깨졌다. 개인 소유물이 출현하면서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성향이 남녀 관계에도 적용되었다. 농토와 부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힘이 센 남성이 하나 내지 여러 명의 여성과의 섹스를 독점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그러나 인간의 성적 본성은 과거 수렵채취시대에 형성된 것을 농업 시대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양한 성적 상대를 찾는 남자와 여자의 욕구는, 농업시대에 접어들어 일부일처제의 규범에 의해 억압되었기 때문에 긴장과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남녀간 일부일처제의 엄격한 규율을 사회적으로 느슨하게 만들 것을 제안한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부분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되, 섹스 활동에서는 일부일처제 밖의 것도 어느정도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투'라는 관계 파괴적인 감정을 어떻게 제어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질투의 감정은 어느 정도는 일부일처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다. 여러 남녀 사이에 관용적 섹스를 허용하는 원시부족 사람들에게는 질투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으며, 일부다처제의 사회에서도 여러 부인 사이에 질투가 심각하게 파괴적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수컷은 후손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확신이 없으면 그를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자기의 자손이 아닐 위험이 있는 자식을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다른 암컷과 섹스하여 하나라도 더 후손을 늘리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오랜 기간동안 부모 양쪽의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일 아버지가 후손을 돌보는 데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일부일처제나 여성의 섹스에 대한 남성의 극심한 질투는 바로, 남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사회적 및 생리학적 장치이다. 수렵채취 시대에 집단내에 여러 아버지가 공동으로 자식에 대한 유전적 연계를 믿으면서 함께 양육을 돕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동물세계의 일반적 패턴과 어긋난다.
저자는 남녀관계에 관한 진화심리학의 정통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남자는 여성의 성을 독점하는 대신 빵을 벌어다 주는 것이 일부일처제의 근간이다. 이것이 원래부터 인류의 삶의 방식이라는 기존의 주장과는 반대로, 인류는 원래 남녀가 집단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면서 화목하게 살았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객관적 증거로 검증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물리적 증거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생리학적 물증이나 인류학적 자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인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그럴듯한 면이 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엄청나게 호응이 좋았는데, 전문가들은 그가 제시하는 증거나 그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였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그의 주장이 맞았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속으로 바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wishful thinking). 수렵채취 시대의 생활에 대한 그의 서술은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여하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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