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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27. 10:52

Binyamin Appelbaum. 2019. The Economists' Hour: False prophets, free markets, and the fracture of society. Little, Brown and Company. 332 pages.

저자는 기자이며, 이 책은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경제학자가 미국의 정책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케인즈의 이론, 즉 정부가 적극적 재정 확장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이론은 1960년대 이후 시장주의, 즉 경제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론에 의해 대체된다.  20세기초까지 정부의 정책 형성에서 경제학자의 역할은 미미했으나, 1960년대 이래 경제학자의 영향은 꾸준히 확대되었다.

1970년대에 미국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결합된 어려움 속에서 시장주의 노선을 택하게 된다. 그때까지 경제 전반에 지배했던 규제를 폐지하고 시장경쟁에 의해 생산성을 높이고 실업율을 줄이는 전략은, 1980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가속화된다. 대규모의 세금 철폐를 통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공급경제학 이론이 등장했으며, 노조의 세력을 무력화시키고 복지 지출을 감축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80년대에 경기를 진작시키는데 기여했으나,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1980년대 이래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규제 강도와 범위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때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규제에 대한 비용손익분석을 실시하여, 경제적 이해에 따라 규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접근의 문제는 경제적 이해와 사회적 정의는 반드시 함께 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조치가 아무리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형평의 원칙에 위배될 경우, 과연 이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가는 의문이다. 비용손익분석의 두번째 문제는, 앞으로 발생할 상황에 대해 비용손익을 분석하는 것은 객관적인듯 하지만 주관적인 요소를 내포한다는 점이다. 구성 요인에 대해 어떤 가정을 하고 어떻게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분석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의 극심한 인플레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는 통화주의자(moneterist)의 이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업율이 어느 정도 올라가더라도 인플레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통화주의자의 믿음은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폴 볼커 연방지준은행장을 통해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이후 중앙은행은 정부와는 상대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매입하거나 시중은행에 대한 지준율을 조정함으로서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이는 케인즈 이론에 따른 정부의 확장/긴축 재정정책과 함께 정부가 경제를 관리하는 중요한 정책도구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초에 미국은 2차 대전 이래 유지했던 금본위제도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다. 이후 레이건 대통령 시절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90년대 초반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 파동을 겪고, 2008년 대규모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는 모두 금융기관의 무모할 정도로 위험한 투자와 대출 행태가 빚어낸 파국이다. 정부는 그들의 무모함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때 경제학자들은 어떤 조치가 해당 행위의 결과에 더하여 그와 연관된 사태에 미치는 영향(collateral effects)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금융위기를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과 세계에는 시장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화가 전개되고, 생산성이 높아지고, 전반적으로 소득이 높아졌지만, 불평등이 확대되고, 대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하고, 제조업 대신 확대된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를 이민자로 채우면서, 이민자를 배격하는 파퓰리즘이 득세하였다. 이제 정치와 정부 정책에서 경제학자의 역할은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 책은 기자의 시각에서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근래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의 전개를 서술한다. 이는 학자들이 분석적, 체계적으로 사안을 접근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특정 사안에 대해 경제학자의 의견이, 그 당시 다른 관련 요인들과 비교할 때,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하는 식으로 체계적 논의를 기대했는데, 약간 실망했다. 시장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겨있지 않아 진부하다. 어느 경제학자가 기르고 있는 고양이의 이름, 젊을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 특이한 냉소적 발언, 등 수많은 사소한 서술은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엄청나게 많은 고유명사가 등장하여 읽는데 애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