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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12. 16:53

Joshua Greene. 2013. Moral Tribes: Emotion, Reason, and the Gap between Us and Them. Penguin books. 353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도덕성(morality)의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편 타당성을 갖는 도덕율을 탐색한다. 저자는 절대적으로 옳은 도덕율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최고의 대안인 "공리주의 Utilitanianism" 혹은 "결과주의 Consequencialism" 를 모든 도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도덕성이란, 진화의 과정에서 '협동' cooperation 이라는 우월한 특성을 수행하기 위해 발달하였다. 인간은 집단적으로 협동하여 일하였기 때문에 진화의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었다. 그런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이기적 존재이다. 집단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협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집단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배반 행위를 규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도덕율이 바로 그러한 장치이다.

인간의 도덕성, 즉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판단과 행위는 두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는, '감정' emotion 이다. 예컨대, 남을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짓말 하면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동정심이 들고, 배반당하면 분노가 치밀고,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혐오감이 들고,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를 하면 의기양양하고, 등등.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은, 사람들 서로간에 행위를 조율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을 포함한 이웃의 감정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도덕성의 두번째 단계는, 이성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도덕성은 첫 단계, 즉 감정에 따라 움직이지만, 이것이 적절치 않은 경우가 있다.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을 상대할 때, 도덕적 감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컨대, 내가 속한 집단 사람을 죽이는 것은 감정적으로 꺼리지만, 전쟁에서 타집단 사람을 죽이면 칭송받는다. 나의 집단 사람을 속이면 양심의 가책을 받지만, 타집단 사람을 착취하는데 대해서는 부정적 감정이 일지 않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을 우월하게 보는 반면 타집단을 낮게 본다. 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습득한 성향인데, 집단간 접촉이 드물던 수렵채취 단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집단간 접촉이 빈번한 사회에서는 갈등과 비참의 원인이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려면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신,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 인간 내면의 소리, 등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현실적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공리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가장 많은 사람에게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유일한 기준이다. 이때.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의 가치에 대해 차별을 두지 않는다. 어떤 행위가 옳은가 여부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라는 기준만을 적용해 판단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공리주의에 따라 행동하지만 항시 그렇지는 않다. 때때로 행위의 결과에 관계없이 직관적인 감정을 우선시한다. 예컨대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를 허용할 때 발생할 결과를 우려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부여한 생명을 인간이 끊는데 대한 부정적 감정 때문에 반대한다. 그러나 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낙태 반대자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는데, 이렇게 절대적인 의미의 '권리' right 를 주장하는 순간, 경험적으로 '결과'를 따져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공리주의는 설자리가 없다.

신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세속적 인간이 의지할 유일한 판단 기준은 '경험적 사실'밖에 없다.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조차,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만 선택하여 편파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편파적 선택에서 가장 자유로운 방식은 과학적 접근이다. 따라서 과학적 접근 방식을 적용하여 객관적으로 수집한 결과에 따라,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절대적인 가치 기준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치가 다 옳다는 상대주의 또한 배격한다. 장기적으로 본 인간의 긍정적 경험, 즉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이 도덕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철학적 문제를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적 접근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절학적 질문에 대한 참과 거짓의 판단은 일단 유보해 놓고. 공리주의적 접근은 세속적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논리적이며 체계적으로 잘 썼다. 다만 반복과 군더더기를 빼서 절반 정도의 분량으로 썼다면 훨씬 읽기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