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ley Bull. 2012(1977). The Anarchical Society: a study of order in world politics. 4th ed. Palgrave. 308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국제 정치와 "국제 질서"(international order)의 성격을 규명한다. 국제정치란 국가들 사이의 관계이다. 국제관계에는 국가간에 폭력을 통제하는 단일한 중앙 기구가 없기 때문에, 한 영토와 국민에 대하여 폭력을 독점하는 기구인 국가 내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질서가 유지된다. 국가들 사이에는 상호관계로 엮여진 국가들의 체제(states system)가 존재한다. 국가들의 체제에서 질서를 추구하는 것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별개이며, 현실에서는 두개의 가치가 상충된다. 국가들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정의롭지 않으며, 국제정치는 정의를 기준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국제사회(international society)에는 국가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지키는 규범이 있다. 그러나 이 규범은 법과는 달리 정치적인 것으로, 이를 위반해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호하고 유동적이다. 이 규범은 국가들 사이에 전개되는 사건들을 통해 뒷받침되고 상황에 따라 변한다. 국제정치에서 폭력 사용을 가급적 꺼리는 규범이 존재하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폭력 사용이 용인되기도 한다. 국가들은 가급적 국제적 규범을 지키려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따라 규범을 위반하거나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기제는 국가들 간에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이다. 상황이 변화하여 힘의 균형이 깨지면 새로운 연합이나 분열, 전쟁 등을 통해 힘의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국가들 사이에 전쟁은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강대국은 국제질서를 유지하는데 관심이 크다. 국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요인 혹은 국가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한다. 냉전시절에 미국과 소련은 서로 간에 직접적인 폭력 행사를 자제하였으며, 세계의 구석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였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강대국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 것이며, 그들의 이익에 기여한다. 국제질서에서 중소국가의 견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제질서가 서구의 선진국에 유리하도록 자원과 권력의 불평등 분배를 용인하므로, 제삼세계 국가들은 정의가 바로세워지도록 바꾸는데 관심이 크다.
핵무기는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였다. 국가간 폭력이 발생했을 때 폭력 행위의 대상은 물론 폭력 행위를 시작한 당사자까지 존립이 위협받게 되었다. 핵무기는 폭력의 발생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deterrance)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핵무기가 확산되면 폭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핵무기를 동원하는 비합리적 폭력 사용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핵전쟁이 두려운만큼 핵무기 사용을 상호간 자제하겠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전통적 무기를 사용하여 제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국가들의 체제에서 국가들 사이에 종종 폭력이 행사되고, 국제정치가 정의롭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세계를 관장하는 권력의 중앙집중, 지역단위의 결합체 형성, 국가이외에 다른 행위자, 예컨대 다국적 기업, 국제단체, 등을 포함한 새로운 국제체제, 등은 현실적이지 않거나 각자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국가들의 체제는 20세기 이전에 비해 20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서로 간에 규범을 지키는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심의 현재의 국제체제는 질서를 확보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국제 정치 세계에서 질서, 법, 폭력, 갈등, 등의 개념을 국내 정치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와 이해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분명한 오류이다 라고 단언한다.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질서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과 충돌한다는 지적에서 저자의 통찰력이 번득인다. 이 책은 1970년대에 쓰여져서 냉전 종식 이후의 상황과 맞지 않는 지적이 곳곳에 있다. 이 책의 또다른 단점은 문장이 복잡하여, 마치 법률 문구를 읽는 느낌이다. 논리적으로는 정치하지만, 독자에게 친절하게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통찰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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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ua Goldstein. 2011. Winning the War on War: the decline of armed conflict worldwide. Plume. 328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세계는 근래로 올수록 폭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국가간 전쟁은 현저히 감소하였다. 1948년에 처음 시작된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유엔의 여러 역할 중에서 중요성을 점차 더해왔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분쟁 지역에 파견된다. 그간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에 주로 파견되었는데,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 체제를 확립하는 데 유의미한 기여를 했다.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이 효과가 없다는 비판은 객관적인 증거에 반한다.
유엔의 평화유지군은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파견을 결정하고, 군인을 모집하고, 파견에 필요한 준비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문제는 분쟁 발생 초기에 개입할 때 가장 효과가 큰데 이러한 중요한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다. 마치 불이 난 다음에 소방관을 모집하고 소방차를 준비하는 격이다. 강대국의 군대와 비교해 형편없이 빈약한 예산과 병력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면에서,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유엔의 사업 중 효과성이 매우 높다.
평화유지군은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전투병의 역할만이 아니라, 치안을 유지하고, 평화체제의 정착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원칙적으로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는 나라의 동의를 얻고 나서야 그곳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지만, 인권을 크게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나라의 동의 없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국가의 주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질서의 원칙과 충돌하게 된다.
분쟁이 일어날 조짐은 미리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분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미리 파견한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두겠지만, 최소한의 평화유지군을 상비군으로 유지하자는 주장은 강대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 분야에서 사전 예방이 사후 치료보다 더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 듯이, 미래에는 평화 분야에서도 분쟁이 발생한 다음 개입하기보다 사전 예방 조치가 평화유지 활동의 주가 되어야 한다.
"정의 없는 영구적 평화는 없다" 는 주장이 진보적 평화운동가들 사이에서 옹호되지만, 정의와 평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유혈분쟁이 터지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정의가 구현되어야만 평화가 가능하다면, 그러한 평화는 가시적인 미래에 확보하기 어렵다. 평화가 없는 상태, 즉 분쟁은 엄청난 인간적 희생을 동반하므로, 정의가 구현되는가 여부와는 별도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국가간의 전면전은 갈수록 줄어들어 1990년대 이래 매우 드물어졌다. 내전, 즉 정부군과 반군사이의 전투가 전세계의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전은 대부분이 인종 민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수의 주류 집단에 반발하는 것인데, 분쟁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대의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는 소수의 주동자 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대의를 팔아먹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조직 범죄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나 경제성장율이 낮을 수록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국민의 소득이 낮으면 세수가 적어 국민에 대한 국가 권력의 장악력이 떨어져 내전의 위험이 높다. 또한 전쟁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 많을수록 내전의 가능성이 높다. 석유, 다이아몬드, 구리가 대표적 예이다.
국가간 대규모 전쟁이 크게 줄어들었고, 평화유지군이 개입하여 내전을 종식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사람들이 해결책으로서 폭력적 수단을 허용하는 정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만일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분쟁이 없는 세계의 도래도 가능할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므로, 가난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돕는 것이 분쟁 없는 세계를 만드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
이 책은 유엔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글이므로 그리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다. 평소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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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Haass. 2020. The World: A Brief instroduction. Penguin Press. 313 pages.
저자는 과거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기획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기관을 이끄는 전문가이다. 이 책은 국제문제에 관한 기본 상식을 배양하는 목적으로 쓰여진 개론서이다. 17세기 중반 웨스트팔렌 조약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세계 주요 지역의 개관, 국제적 쟁점 주제의 개요, 국제 질서의 프레임 이라는 네개 범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1989년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이 단독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으나 미국의 주도적 힘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 세계는 유럽, 소련, 중국, 인도 등으로 구성된 다자간 세계 질서 multilateralism 로 이행하고 있다. 세계 지역 중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세계의 평화는 각국의 민주화 정도, 경제적 상호의존의 정도, 국제 관계를 조정하는 기관의 힘, 국제적 규범의 힘에 좌우된다. 이 네개의 요인 어느 것도 현재 상대로 보건대 평화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2차 대전 이후 세계는 70년간이나 평화를 지속해 왔지만, 앞으로 비평화로 이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언제라도 비화되어 비평화상태에 빠질 수있다. 세계는 현재 무질서 chaos 의 상태이다.
저자는 국제문제 전문가 답게 세계의 미래를 그리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각 주제를 다루는 매 장의 후반에 자신의 견해를 간략히 서술하는데, 문제의 해결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말을 빼 놓지 않는다. 과거의 역사를 보건대 현재의 세계는 언제라도 전쟁으로 치닫을 수있다고 진단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평화를 향하여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갈등의 소지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맡대고 타협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내정 문제가 정돈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미국을 대체하여 세계를 이끌 지도적인 나라의 출현은 현재로서는 요원하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낙관할 수없다. 이 책은 평이한 글로 쓰여진 개론서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주제들을 모두 균형있게 다루려 했으므로,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찾아볼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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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Kennedy. 1987.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Vintage. 540 pages.
저자는 역사학자로, 1500년경부터 서구에서 강대국이 차례로 흥했다 쇠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스페인 제국, 네덜란드 제국, 합스부르크-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대영제국이 20세기 초까지 그 길을 밟았으며, 20세기 들어서는 미국과 소련이 그길을 가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사례에서 '경제력이 궁극적으로 군사력을 좌우하며 강대국의 힘의 배경이다'라는 명제를 주장한다. 두번째의 명제는, 한 나라의 국력이란 상대적인 비교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군사력은 그의 적의 군사력과 비교를 통해서만 강약을 가름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체제의 강점과 약점 역시 그와 대비되는 다른 나라의 강점과 약점과 비교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강대국이 될 수록 전세계 곳곳에 담당해야 할 안보의 부담이 늘어난다. 강대국은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경제력이 정상적으로 감당할 수있는 정도를 넘어서 더 큰 군사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국가의 자원의 많은 부분을 군사력 유지에 써야 하는데, 이는 생산적 투자에 써야할 부분이나 국민의 삶의 풍요를 위해 써야 할 부분의 희생을 수반한다. 생산적 투자에 자원을 덜 투입하면 경제 성장이 늦추어지며, 국민의 삶의 풍요를 위해 쓰는데 자원을 덜 투입하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진다.
강대국의 밑에 단계에 있는 나라들은 강대국과 비교하여 군사력보다 생산적 투자에 더 많은 자원을 할애 하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나라들 중 강대국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나타난다. 그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게 되고, 기존의 강대국을 물리치고 새로운 강대국으로 등극한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교체는 결코 평화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15세기까지만 해도 중국, 인도, 이슬람 문명이 서구를 앞섰으나, 이후 서구가 앞서나가며 다른 문명을 복속시킨다. 가깝게는 유럽의 정치문화에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연환경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유럽은 다양한 정치 집단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경쟁은 제도와 기술의 혁신, 경제 발전과 군사력의 성장을 낳았다. 반면 중국, 인도, 이슬람 지역에서는 강력한 단일 정치집단이 오랫동안 권력을 장악하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전통을 고수하는 문화를 뿌리내렸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기득이권 집단이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붙일 여지가 없었다. 기존 질서에 위험 요소가 될 어떠한 것이라도 초기에 싹을 자르는 조치를 취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명나라 시기에 해외무역을 금지하면서 큰 배를 모두 없애고 새로 건조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들 수있다.
유럽이 동양과 달리 다양한 정치 집단이 공존할 수있었던 것은, 산악과 바다와 강, 다양한 기후의 자연 환경이 단일 정치체제의 출현을 방해하였기 때문이다. 영국은 대륙과 바다로 떨어져 있으며,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과 프랑스는 산악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다. 그들은 군사적으로 서로 경쟁하고, 중상주의 정책에서 보듯이 경제력에서 서로 경쟁하며, 영국의 산업혁명이 유럽 대륙으로 확산된 사례에서 보듯이 과학과 기술에서 서로 경쟁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는 서구의 강대국들이 흥하고 쇠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영제국은 18세기 말 산업혁명을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하여, 1760년대에 7년전쟁을 통해 스페인과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의 지배적인 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합리적인 제도를 갖추지 못했으며 경제가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전통적인 체제가 지배하였다. 이들 나라의 군사력은 컸지만 경제력이나 제도의 효율성에서 영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었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전세계의 산업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제력을 축적하였고, 전세계에 식민지를 축적하면서 압도적인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이후 산업 혁명이 다른 나라로 확대되면서 영국의 압도적인 경제력은 점차 쪼그라들었다. 영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혁신을 방해하고, 노동자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영국의 상대적인 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경제성장의 속도는 느려졌다. 반면 독일은 새로운 기술 혁신이 계속이루어지고, 통일을 통해 국토가 확장되면서 경제력이 크게 성장하였다. 국제질서에서의 기존의 지위가 독일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되었기에 독일은 1차대전을 일으켰으며, 결국 2차 대전까지 치르고 나서야 독일의 도전은 중단된다.
한편 미국은 새로운 기술과 경형 혁신이 계속 이루어 지고, 이민자가 계속 들어오고, 서부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가용 자원의 절대 규모가 늘어났으며 19세기말에는 경제력에서 영국을 능가하게 되었다. 미국은 제 1, 2차 대전을 통해 막강한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전환하였다. 두차례의 전쟁으로 유럽은 경제력과 군사력 모두에서 폐허가 된 반면,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전쟁을 통해 더 증가하면서 압도적인 강국으로 올라섰다. 소련은 두차례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었으나, 전쟁 후에도 상당한 국력을 남길 수있었으며 거대한 국토 덕분에 미국과 경쟁하는 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2차대전이 종결된 시점에 미국의 상대적인 국력은 최고에 도달했다. 미국의 산업생산은 전세계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군사적인 우위가 최고점에 있었다. 이후 유럽의 선진산업국과 일본은 전전의 경제력을 회복했으며, 놀라운 속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1970년대 초반에는 서구유럽 전체로 볼 때 미국의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복지확대와 베트남전쟁 때문에 재정적자가 누적되었으며, 1970년대에 들어 마침내 유럽과 일본에 비해 산업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보다 수입이 증가했으며 무역적자가 누적되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력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강대국으로서 전세계에 군사적으로 감당해야 할 역할은 줄어들지 않으므로 딜레마에 빠졌다. 한편 소련은 공산주의 체제의 계획경제의 비효율이 누적되면서 서구와 생산성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으며, 경제력 대비 군사적 부담의 면에서 미국보다 더 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저자는 1980년대 중반의 시점에서 볼 때, 세계 질서가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에서 다섯개의 강대국이 경쟁하는 다극체제로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강대국의 지위는 조금씩 쇠퇴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속도나 영토로 볼 때 앞으로 대단한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지만, 미국이나 소련과 경쟁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유럽의 통합이 진전되면서 점차 강대국으로 올라서고 있는데, 문제는 여러 나라들간 이견을 조율하는 비효율 때문에 아무리해도 미국 만큼의 강대국은 되지 못할 것이다. 일본은 대단한 경제력을 쌓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황이 변하면 이러한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전환하여 대단한 강대국이 될 것이다. 소련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대단한 군사력을 비축하고 있고 엄청난 영토 덕분에 앞으로도 강대국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세계의 질서는 국력이 충돌하는 무정부상태의 혼돈이 지속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은 국제정치의 역학을 잘 이해할 수있게 하는 유익한 책이다. 특히 1차 대전을 전후한 국제정치 역학을 매우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들 간에 상대적 관계를 통해 상황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유능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합스부르크-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간의 상호 관계를 통해 어떻게 유럽의 정치경제가 지난 오백년간 전개되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도 인정하듯 유럽과 미국이외의 지역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오백년 동안 세계의 정치경제는 서구가 지배했기 때문에 그러할 수밖에 없지만. 1991년에 일어난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지는 못했지만 소련 체제의 어려움을 잘 파악하고 있다.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일본이 오랜 정체를 겪은 현 시점에서 국제 정세는 1980년대 초반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이책은 훌륭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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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Beckley. 2018. Unrivaled: Why America Will remain the world's sole superpower. Conell Univ. Press. 154 pages.
국제정치학자인 저자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을 설명한 책. 경제력과 군사력의 지표를 종합하여 미국과 중국의 국력을 비교한다. 현재 미국의 국력은 중국이 가까운 시일에 넘볼수 없을만큼 엄청나다. 조만간 중귝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GDP의 총량만을 보는데, GDP 총량과 일인당 GDP의 양쪽을 함께 고려한 지표가 두나라간 국력의 차이를 더 정확히 나타낸다. GDP 총량은 그것을 생산하고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부(net wealth)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총량에서 비용을 제한 순수한 부를 비교해야 한다.
경제력은 생산, 제도, 인구의 세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중국은 총생산은 크지만, 생산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생산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중국은 미국보다 유용한 자원이 적기 때문에 미국보다 자원 수입에 훨씬 많은 비용을 소모한다. 인구가 많지만, 인적 자원의 수준이 낮으며, 거대한 인구를 먹여살리는데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소모해야 하기에 이를 제한 순수한 부는 크지 않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제도는 부패와 비효율이 큰 반면, 미국의 자유경제체제는 자원분배의 효율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비교에서 군대의 규모와 무기의 양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됬다. 중국의 군대는 규모는 크지만 잘 훈련되어 있지 않고 부패가 심하며,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국내 치안을 유지하고 국경을 관리하는데 쓴다. 반면 미국 군대는 잘 훈련되어 있고 효율적이며, 국내 치안이나 국경 유지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무기는 성능에서 중국을 압도한다. 중국의 군대 규모가 크다는 것은 군사비의 상당 부분을 군인을 먹이고 입히는데 소모함을 의미하는 데, 이는 군사력 측정에서 비용요소로 삭감해야 한다.
1990년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는 단극체제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단극체제는 다른 나라들이 연합해서 단일 강국에 대항하는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는 미국에 대항하는 강력한 연합 세력이 등장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는 자체의 문제와 비효율때문에 다른 나라의 지지를 끌어모으기 어려우며, 유럽 선진국들이 연합하여 미국에 대항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은 지리적으로, 제도면에서, 인구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미국의 우위는 앞으로도 당분간 그러할 것이므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는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미국의 국력을 갉아먹는 요인은 미국 국외보다는 국내에 있다. 역사적으로 경쟁상대가 없는 강국은 자체 내에서 파벌로 분열되고 갈등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미국도 근래에 정치적 분열이 악화되면서 정치적 파행의 조짐이 보인다. 양안의 대도시에 기반을 둔 민주당 세력과 내륙 지역에 기반을 둔 공화당 세력은 서로 편을 갈라 상대를 부정하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로 치닫고 있다. 돈있는 사람의 영향력이 정치에 과다하게 행사되는 반면, 돈없는 사람은 정치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근래에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을 낳았다. 미국의 국내 갈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내부의 문제에 정치력을 소모한 나머지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포기할 것이다. 세계는 질서가 흐트러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강국간 긴장과 갈등이 높아질 것이다.
중국은 1979년에 개방하여 본격적인 경제발전에 착수한지 40년밖에 되지 않는 반면, 미국은 19세기 중반 산업혁명에 돌입하여 150년 이상의 경제개발 경험이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헌정사는 250년이나 지속되면서 그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 왔다. 중국의 일인당 소득은 1만불이 못되는 반면, 미국은 5만불이 넘는다. 이 두나라의 국력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성인과 어린이를 수평 비교하는 느낌을 준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을 것인가인데, 이 문제에 대해 그리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적수가 되기에는 무리인데, 중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전쟁 시나리오를 상세히 분석한 것은 의외이다. 숫자와 그래프를 많이 제시하며 기술적 분석을 부지런히 하지만 통찰력이 부족한 젊은 학자의 논문이란 인상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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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igniew Brzezinski. 2012. Strategic Vision: America and the Crisis of Global Power. Basic Books. 202 pages.
카터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을 지낸 저자가 미국과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해 조망한 책이다. 크게 세 부문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세계사의 흐름을 요약하면서 서구 유럽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것을 지적하며, 둘째 1990년 냉전체제가 끝난 이래 미국의 세계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며, 셋째 미국이 세계를 이끌던 권좌에서 물러나면 앞으로 국제 질서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다.
서유럽은 16세기 이래 기술 발전, 산업혁명, 세계 정복의 길을 밟으며 세계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두차례의 전쟁으로 함몰하였으며 미국에게 권좌를 이양하고 물러났다. 현재 서유럽은 국내의 복지에 주력하며 인구 노령화로 힘이 빠진 상태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EU라는 연합체를 결성했지만 서로 간에 격차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여 일관된 정치 세력이 되지 못하며 일을 추진할 동력을 갖고 있지 않다. 저자는 현재의 서유럽을 도전에 대응하고 변화를 주도할 역동성이 결핍된 맥빠진 존재로 인식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세계는 20세기 후반에 들어 세계화와 통신기술 미디어의 발달로 물자와 정보와 사람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로 발전하였다. 과거와 달리 고립된 국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일이나 상황은 세계의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의 국민들은 정치적 의식이 높아지며, 자국 정치의 모순에 반발하는 빈도가 커졌다. 제삼세계에서 교육받은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나라의 권위적인 정치체제는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이상주의와 물질적 풍요가 절묘하게 결합하며 크게 성공하였다. 미국은 20세기 중반 이래 유럽을 포함해 세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부강한 국가로 부상했다. 이차대전 이래 유럽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국제 질서를 관리하는 세계의 경찰로 군림했으며, 1991년 공산주의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의 승리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은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도전 속에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였다. 내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고, 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미국의 지도적 위치, 미국의 매력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내적인 문제로는 국가 채무의 증가, 소득 불평등의 확대, 물질주의와 소비지상주의, 탐욕적인 투기에 매몰된 금융시스템, 정치의 극한대립을 든다. 외적인 변화로는 중국과 아시아의 부상, 러시아의 사회적 퇴행과 군사외교적 공격성을 든다. 저자는 미국의 미래에 대해 희망섞인 발언을 하지만, 본인도 미국이 그리 잘 대응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 같지 않다.
미국이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의 국제적 지위 하락에 대해 반발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국제무대에서 중국은 미국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하는 환경에 잘 대응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조정해 가야 한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역할을 계속 맡는 것이 미국이나 중국 모두에게 득이 된다. 부상하는 중국을 적으로 인식한다면 세계 질서는 약화될 것이며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도는 인구는 많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중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으므로, 당분간 세계 질서의 주도자가 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내적으로 사회경제적 문제가 큰 것을 외부로 투사하면서, 세계 특히 서유럽에 큰 위협이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역할을 방기한다면 이후 전개될 상황은 무정부 상태, 혼돈 상황이 올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각 지역의 맹주가 이웃나라를 호령하고 굴복시키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아시아 권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그러한 맹주가 될 것이며,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호시탐탐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위협하며 복속시키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서유럽은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며 몇개의 강국이 서로 분열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미국이 주변 나라를 호령하고,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부분적으로 맹주가 될 것이다. 그러한 세계 질서는 결코 평화롭지 않으며, 보호무역주의가 지배하면서 세계 경제도 퇴행하는 상태를 맞을 것이다.
아시아는 문화와 민족이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에 유럽과 같은 경제나 안보 단일체가 되기 어렵다. 아시아의 위상이 커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의 소지도 커진다. 중국과 인도, 중국과 일본, 중국과 타이완, 남한과 북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갈등이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 미국은 아시아권 내의 갈등에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 중도적 위치에서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중국의 전횡을 견제하는 균형자로 처신해야 한다. 근래에 미국이 인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책이 나온지 십년도 안됬지만 미국의 정세는 그가 부정적으로 예측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와 미국 인들은 그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로 그런 것을 하고 있다. 내부의 문제는 계속 악화되며, 미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태도는 악화일로를 걷는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이러한 미래는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후퇴하는 세계가 될 것이다. 다분히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한 시각이다. 중국의 시각에서는 세계의 변화를 다르게 볼 것이다. 미국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미국의 힘이 약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미국의 의식있는 지식인의 시각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세계의 변화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데에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책의 초반부에서 보이는 그의 역사를 읽는 지혜를 감안한다면, 그의 예측에서 살만한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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