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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7. 18:49

Robert Trivers. 2011. The Folly of Fools: The Logic of deceit and self-deception in human life. Basic Books. 340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타인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상대를 속여서 자신의 자손을 퍼트리는데 유리함(fitness benefit)을 얻으려 한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모두 상대에게 실재의 자신보다 더 좋은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 한다. 상대를 속이려는 노력은 상대의 속임수를 탐지하려는 노력과 대응되기 때문에, 속이는 행위와 속임수를 탐지하는 행위 모두 진화의 과정이 전개될수록 복잡해진다. 동물의 지능은 바로 이러한 속임수와 탐지하려는 게임의 산물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더 잘 속인다.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타인을 더 잘 속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자신의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의식의 수준에서는 거짓을 아는데 머무르도록 함으로서, 상대에게 이 거짓 정보를 제시하여 속일 때 훨씬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거짓을 상대에게 제시하려고 하면, 우리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여 발각될 위험이 있다. 상대에게 나의 거짓을 발각시키지 않으려면, 자신 조차도 그 거짓 정보를 믿는 것이 이러한 비정상적 행위의 위험을 예방한다. 그러나 이렇게 의식의 수준에서는 거짓 정보를 믿고 자신의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으면, 심리적 모순으로 인한 정신적 댓가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자기기만은 그렇게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상대를 속여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서 관찰된다. 부모와 자식간에, 남자와 여자간에, 바이러스와 항체간에, 외래 정보를 해석하는 것에서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거의 모든 활동에서 상대와 자신을 속인다.

남성은 여성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성향이 있다. 그 결과 주식 투자나 중요한 결정에서 실재보다 상황을 과대평가함으로서 불이익을 보는 것도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다. 비행기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장해 내세움으로서 사고의 위험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자기 기만 성향은 역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외곡하거나, 전쟁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크게 낭패를 본 사례에도 반영된다. 미국의 인디언과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살육, 착취, 조작의 역사를 외곡한 것,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살육을 정당방위라고 외곡한 것, 미국이 거짓 구실을 들어 이라크를 침공한 것, 등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한다.

종교는 자기기만의 대표적 예이다. 거짓된 사실을 믿고, 이러한 믿음 공동체에 헌신하게 함으로서 종교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준다. 신앙이 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

저자는 사회과학을 자기기만적 학문이라고 비판한다. 연구 대상이 사회적 현상에 근접할 수록 객관적인 방법론을 저버리며 검증할 수 없는 것을 지식이라고 생산한다. 사회과학에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 얻은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화학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화학은 생물학에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회과학은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자는 사회과학이 생물학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경제학의 효용 utility 라는 개념을 버리고 진화적 이익, 즉 자손을 퍼트리는데에서 유리함을 인간 행동의 근본적 동기로 설정해야 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기만의 사례들이 나온다. 기존에 많은 연구를 종합한 성과는 있으나, 한 주제를 깊이 파면서 일관되게 논의를 전개하는 서술 방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서술이 축약적이라 읽으면서 이해가 불확실한 부분이 많으며, 마치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삶 전체가 상대를 속이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더 잘 속인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