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8. Homicide. Aldine de Gruyter. 297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진화적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퍼뜨리는 데서 유리함을 획득하기 위한 (raising fitness) 것이다. 살인을 범주별로 구분하여 역사적 기록, 인류학적 자료, 범죄 자료를 분석하여 살인을 설명한다.
살인의 빈도로 보면 가족이나 친족간 살인이 많지만, 접촉의 빈도를 고려할 때 가족이나 친족이 가장 위험한 대상은 결코 아니다.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는 지인이나 이방인을 살해하는 경우가 가족이나 친족을 살해하는 경우보다 사실상 더 많다. 부모 자식간 살인보다 부부간 살인이 더 많은 것이나, 부모가 친자보다 의붓자식을 살해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있다.
아버지는 자식의 친자관계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 유아를 살해한다. 반면 어머니는 자식을 기를 환경이 되지 못하거나, 혹은 새로운 아이를 가지면 기존의 자식을 제대로 기를 수 없으리라는 합리적인 계산이 유아 살해의 원인이다. 어머니는 나이가 든 아이를 살리는 대신 어린 아이를 죽이는 것이 제한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후손을 퍼뜨리는데 사용한다고 계산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관점에서 볼 때 자식의 이익과 부모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 모두가 잘 자라서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데 관심이 있는 반면, 자식은 자신의 유전자에게만 최고의 환경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 부모의 제한된 자원을 자신이 독점하고자 하는 동기가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원인이다.
자신과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닌 타인을 살해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와 자원을 경쟁하는 가운데 발생한다. 젊은 남성들 간에 타툼이 많으며 이중 일부가 살인으로 귀결된다. 일견 사소한 이유로 싸우고 살인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은 사회적 경쟁에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당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상대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말이나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싸움을 벌이기에 살인의 가능성이 높다.
남성이 남성을 살해하는 경우가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거나 여성이 남성 혹은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이는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암컷을 놓고 경쟁하는 것과 같다. 일부다처의 정도가 심할 수록 수컷 간에 짝짓기의 기회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데, 인간은 어느 정도 일부다처의 동물이므로 수컷 간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남성은 자신이 만드는 후손의 숫자에 생물학적으로 제한이 없으나, 여성은 열명을 넘어서기 어렵다. 따라서 남성은 더 많은 여성을 차지하고 자신의 여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에 전적으로 몰두하나, 여성은 자신의 자식을 잘 성장시키기 위한 자원을 풍부히 제공하는 남성을 찾고 지키는데 관심이 많다. 이것이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의 정조를 훨씬 더 엄격히 규제하며 배우자를 자신이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여기는 이유이다. 남성은 바람난 배우자나 그녀의 정부를 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은 바람난 배우자나 그의 정부를 살해하는 경우가 드물다.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거나 반대로 여성이 남성을 살해하는 경우 모두 성적인 질투가 원인이며 거의 대부분 남성 쪽에서 먼저 도발을 한다.
성적 능력이 왕성한 젊은 여성이 배우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빈도가 나이가 든 혹은 폐경기를 넘어선 여성이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빈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 살해자의 젊은 나이를 고려한다고 하여도 전자가 후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자신의 배우자의 성적 능력에 대한 남성의 배타적 소유 의식 때문이다.
농경사회 이전에는 피살인자의 친족이 살인자 혹은 그 친족에게 피로서 복수하는 관행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집단주의 사회에서 집단의 이익을 구성원이 공동으로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집단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사람은 주위로부터 업수이여겨지고 살해당할 위험이 높다. 집단이 그들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의 실험이 입증하듯 눈에는 눈으로 보복하는 것이 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살인에 대한 피살해자의 친족의 복수의 감정과 관행은 진화의 산물이다.
국가가 형성되면서 개인의 사적인 복수을 제한하고 국가의 공권력을 동원하여 살인자를 처벌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개인의 충성심을 친족이 아니라 국가에 모으려고 한다면, 국가가 친족을 대신하여 개인이 살해될 위험을 막아주고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피살해자의 친족의 일원으로서 피살해자의 원한을 값아야 할 의무를 국가의 사법제도가 대신해 주기때문에, 개인으로서도 짐을 더는 셈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선선히 수용하였다. 그러나 복수의 감정까지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기에, 개인의 복수의 감정이 재판 결과에 반영되어 있다.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사람은 죄값을 치러야 한다고 사람들은 여전히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자유의지로 타인을 살해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정신 상태에서 저지러진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해준다. 그러나 자유의지, 즉 자신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가 여부는 과학적으로 판명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살인의 결과 살인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여부에 따라 살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합리적이다. 살인자 본인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살인이라면, 사람들은 그를 처벌하려 하기보다 동정하는 경향이 있다. 원시 시대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복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피살해자의 가족 혹은 친족에게 보상을 하였다.
국가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살인율에 차이가 크다. 미국은 예외적으로 살인율이 높으며, 모든 사회에서 전쟁을 치른 직후 살인율이 높다. 왜 특정 사회, 특정 시기에 살인율이 높은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 사회의 살인율이 높은 이유를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실제로 설명을 한게 아니다. 왜 특정 사회에서는 다수가 그러한 문화적 특성을 보이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 일부 폭력적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살인율이 높은 것을 폭력적 하위문화의 탓으로 돌리는 것 또한 설명이 아니다. 왜 그들이 폭력적인 행위를 많이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주위의 사람들의 폭력적 행위를 모방하는 것이 이유라면, 왜 폭력적 행위의 모방이 그 사회, 그 집단에서 많이 일어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책은 놀라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들이대면서 이렇게 이론적으로 진지하게 설명하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으며, 사회학적 혹은 문화인류학적 설명의 약점에 새로이 눈뜨게 되었으며, 진화심리학의 설명력에 감탄하였다. 문체가 난삽하여 잘 읽어지지 않는 부분이 가끔씩 나타나는게 흠이다. 다시 읽어볼 만한 훌륭한 책이다.
'과일나무 > 모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자는 실제로 어떻게 탐구하는가 (0) | 2021.05.19 |
---|---|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더 잘 속인다. (0) | 2021.05.17 |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경제적 기원 (0) | 2021.04.21 |
경제 활동이란 정보를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0) | 2021.04.18 |
사회의 가치관도 발전한다 (0) | 2021.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