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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6. 21:20

Joshua Goldstein. 2011. Winning the War on War: the decline of armed conflict worldwide. Plume. 328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세계는 근래로 올수록 폭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국가간 전쟁은 현저히 감소하였다. 1948년에 처음 시작된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유엔의 여러 역할 중에서 중요성을 점차 더해왔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분쟁 지역에 파견된다. 그간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에 주로 파견되었는데,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 체제를 확립하는 데 유의미한 기여를 했다.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이 효과가 없다는 비판은 객관적인 증거에 반한다. 

유엔의 평화유지군은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파견을 결정하고, 군인을 모집하고, 파견에 필요한 준비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문제는 분쟁 발생 초기에 개입할 때 가장 효과가 큰데 이러한 중요한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다. 마치 불이 난 다음에 소방관을 모집하고 소방차를 준비하는 격이다. 강대국의 군대와 비교해 형편없이 빈약한 예산과 병력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면에서,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유엔의 사업 중 효과성이 매우 높다. 

평화유지군은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전투병의 역할만이 아니라, 치안을 유지하고, 평화체제의 정착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원칙적으로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는 나라의 동의를 얻고 나서야 그곳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지만, 인권을 크게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나라의 동의 없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국가의 주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질서의 원칙과 충돌하게 된다.

분쟁이 일어날 조짐은 미리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분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미리 파견한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두겠지만, 최소한의 평화유지군을 상비군으로 유지하자는 주장은 강대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 분야에서 사전 예방이 사후 치료보다 더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 듯이, 미래에는 평화 분야에서도 분쟁이 발생한 다음 개입하기보다 사전 예방 조치가 평화유지 활동의 주가 되어야 한다.  

"정의 없는 영구적 평화는 없다" 는 주장이 진보적 평화운동가들 사이에서 옹호되지만, 정의와 평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유혈분쟁이 터지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정의가 구현되어야만 평화가 가능하다면, 그러한 평화는 가시적인 미래에 확보하기 어렵다. 평화가 없는 상태, 즉 분쟁은 엄청난 인간적 희생을 동반하므로, 정의가 구현되는가 여부와는 별도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국가간의 전면전은 갈수록 줄어들어 1990년대 이래 매우 드물어졌다. 내전, 즉 정부군과 반군사이의 전투가 전세계의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전은 대부분이 인종 민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수의 주류 집단에 반발하는 것인데, 분쟁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대의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는 소수의 주동자 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대의를 팔아먹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조직 범죄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나 경제성장율이 낮을 수록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국민의 소득이 낮으면 세수가 적어 국민에 대한 국가 권력의 장악력이 떨어져 내전의 위험이 높다. 또한 전쟁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 많을수록 내전의 가능성이 높다. 석유, 다이아몬드, 구리가 대표적 예이다.

국가간 대규모 전쟁이 크게 줄어들었고, 평화유지군이 개입하여 내전을 종식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사람들이 해결책으로서 폭력적 수단을 허용하는 정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만일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분쟁이 없는 세계의 도래도 가능할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므로, 가난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돕는 것이 분쟁 없는 세계를 만드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

이 책은 유엔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글이므로 그리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다. 평소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