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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18. 17:20

Eric Klinenberg. 2012. 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 Penguin books. 233 pages.

저자는 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300명 이상의 사례를 인터뷰한 연구 결과이다. 20세기 후반들어 혼자사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 단독가구가 전체 가구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65세 이상의 절반이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상반된 특성을 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괜찮은 직업에 종사하면서 혼자사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극도로 가난하고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있다. 20~30대의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한편에 있으며, 노년기에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사는 사람들이 다른 편에 있다. 혼자사는 사람이 느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텐데, 북유럽 사회와 같이 인구의 절반이 혼자사는 단계에까지 갈 수도 있다.

근래로 올수록 혼자사는 사람이 느는 것은 경제적 풍요의 결과이다. 과거에는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함께 살 수 밖에 없었으나, 극도로 가난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이 개인의 소득과 사회복지 시스템의 덕택에 혼자 살 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삶의 성취를 최우선하는 개인주의 가치관을 쫓아서, 사람들은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불행한 결합에서 벗어날 자유를 획득하였다. 사람들은 내키지 않는 상대와 결혼해야 하는 경제적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며, 불행한 결혼을 끝내는 것을 주저치 않는다.

20세기 후반에 혼자사는 사람이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 개인의 감정과 성취을 최우선하는 가치관의 확대, 둘째,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취업 확대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됨, 셋째, 도시 생활의 증가, 넷째,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쉽고 빈번해짐, 다섯째, 교육 기간이 늘고 수명이 연장되어 노년기가 느는 등으로 생애 주기가 바뀐 점.

혼자사는 사람이 증가하는 이유는 혼자사는 것이 꾀 할만하기 때문이다. 혼자산다고 하여 고립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혼자 살면서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직장 생활에 바쁜 것은 물론이고, 일 이외에 여가생활에서 사람들과 많이 교제한다. 혼자 사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공간과 시간과 에너지를 마음대로 쓰는 자유를 누린다는 장점이 있다. 결혼 생활은 잘 되면 좋지만, 갈등할 때에는 혼자사는 것보다 못하다. 결혼한 사람이 혼자사는 사람보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더 좋다는 많은 연구 결과는 잘못된 비교이다. 왜냐하면 결혼했다 문제에 부딛쳐 이혼한 사람을 결혼한 사람의 표본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배우자와 함께 살기 때문에 혼자사는 것보다 더 건강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문제없이 지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결혼의 실용적 장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착각하고 말하는 것일 수있다.

젊은 시절은 물론이고 중년에 이르기까지 혼자사는 것은 살만하다. 그러나 노년이 되고 건강이 악화되어 가까운 사람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불안이 나이가 들수록 다가온다. 몸이 병들고 쇠약해져 타인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필요로 할 때, 친구는 가족을 대체할 수 없다. 사람들은 거동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늦게까지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한다. 미국인들은 양로원을 죽으러가는 곳이라고 인식하며, 실제로 양로원에서의 삶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만큼 열악하다. 부자들은 비싼 요금을 내고 반자립적인 생활을 제공하는 assisted home 에서 살기도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이것은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앞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도심에 이들의 주거 수요을 충족하는 소형 주거의 아파트를 많이 공급해야 한다. 노인들이 생의 마지막 단계까지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복지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혼자사는 노인의 문제는 미국인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데, 노인들의 물질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도록 돕는 사회가 놓은 사회이다. 미국의 중류층 삶의 전형인 교외의 단독주택은 혼자사는 사람의 욕구와는 어긋남으로 앞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이 책은 혼자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서술하는 것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혼자사는 것도 충분히 할만한 일이며, 이러한 선택의 자유를 뒷받침해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혼자사는 것이 결코 고립된 방식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결혼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혼자 살다가 때때로 같이 살기도 하고, 원하는 동안 함께 사는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이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의 삶이 일반화된 스웨덴을 이상적으로 그린다. 스웨덴은 빈부나 연령에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면 언제건 혼자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기에 혼자사는 방식이 조금도 이상할게 없는 사회라고 한다. 살다보면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고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참으면서 계속 함께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옛사람의 말은, 살기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로 치부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 뿐이므로 자유롭게 해보는 데까지 해보다 죽는게 더 나은 삶이다. 쉽게 읽어 내릴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