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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5. 17:16

Douglas Kenrick. 2011.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A Psychologist investigates how evolution, cognition, and complexity are revolutionizing our view of human nature. Basic Books. 205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다. 이 책은 그의 연구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행위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후손을 남기는 것이며, 이러한 시각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몇개의 서로 다른 모듈을 가지고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한다. 짝을 찾는 모듈,  자식을 키우는 모듈, 위험에 대응하는 모듈, 지위를 추구하는 모듈, 타인과 협동하며 연대하는 모듈, 등이다.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모듈이 작동하며, 각 모듈은 선택적으로 외부의 반응을 인식하고 각각 고유의 평가 기준과 행동 양식을 보인다.

인간은 발달 단계에 따라 수행 과제가 다르며 그에 맞는 모듈이 작동된다. 어릴 때에는 자신의 육체적 지적 능력을 키우는 과업에 몰두하며, 청소년기에는 짝을 찾는 과업에 몰두하며, 성인이 되어서는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식을 양육하는 과업에 몰두한다. 

진화적 이유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관심사가 다르다. 남자는 보다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 진화적으로 이익인 반면, 여성은 소수의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이익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 양육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배우자를 고르는데 더 까다롭다. 성관계는 후손을 보기 위해 짝을 찾는 행위의 일부일 뿐, 진화적 관심은 성관계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데까지 확장되어 있다. 남자는 섹스의 대상에 대해 덜 까다로운 반면,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까다롭다. 남자는 여자의 육체적 매력, 즉 건강한 후손을 낳는 능력 이외에 다른 조건은 관심이 없는 반면, 여성은 남자의 자녀 양육 능력 즉 사회적 자원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남성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경쟁적 성향을 보이는 반면, 여성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남을 돌보는 성향이 뚜렷하다. 이것이 남성이 여성보다 더 폭력적이며, 살인의 대부분을 남성이 저지르며, 남성이 주로 타인을 살해하는 상상을 하는 이유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은 인간을 동물보다 상위의 존재로 상정함으로서 잘 못된 결론을 도출하였다. 저자는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을 수정하여 제시한다. 최 상위에는 후손을 퍼뜨리는 것과 관련된 욕구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는 자녀 양육욕구, 배우자 유지 욕구, 짝을 찾는 욕구가 속한다. 그 밑에 단계에 사회적 욕구가 있다. 이에는 지위와 존경의 욕구, 남과 어울리고자 하는 욕구가 배치된다. 맨 아래 단계에 생존의 욕구가 있다. 이에는 자기 방어의 욕구, 생리적 욕구가 속한다. 매슬로우와 비슷하게 이 욕구들은 위계를 이룬다.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는 반면,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지 않는다. 

과시적 소비나 창조적 활동은 모두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욕구의 발로이며, 이는 사회적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함으로서 짝을 찾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이다. 진화적 관심과 동떨어진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가당착이다. 진화적 번식이라는 동물로서의 삶의 목표와 존재를 초월하는 인간 고유의 욕구나 존재는 허구이다.

삶의 의미는 결국 후손을 널리 퍼뜨리는 목표와 연관이 있다. 자식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때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자식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은 전혀 헛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자식이 잘 될 때 뿌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동물적 본성의 발로이다. 자신의 피붙이 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집단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나의 자식이 그로 인해 덕을 볼 것이라는 무의식적 감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기여할 때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지지한다.

이 책은 자신의 개인적 인생 역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연구 성과와 연관시키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인다. 캐쥬얼하게 이야기하는듯 하면서 이론적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껄렁한 배경과 인생 경로를 거쳐왔다고 말하면서 연구 결과가 무척 많은 것이 놀랍다. 저자의 통찰력이 묻어 나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