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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19. 15:25

Devesh Kapur and Arvind Subramanian. 2026. A Sixth of Humanity: Independent India's Development Odyssey. Oxford University Press. 621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와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인도가 1947년 독립이후 최근까지 지난 70년간 걸어온 정치경제의 궤적을 분석적으로 서술한다. 

인도는 선진산업국은 물론 다른 개발도상국과 매우 상이한 정치경제적 발전 과정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해야 민주주의가 자리잡는데, 인도는 매우 예외적이다. 건국 당시 매우 가난한 상태에서부터 전국민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민주주의로 시작했다. 인도는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이 서로 갈라져 있다. 종교, 카스트, 지역이 가장 중요한 분열 요인이며, 이외에 남녀 구분 또한 극단적으로 존재한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이러한 여러 분열 요인을 극복하고 한 국가의 국민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 결국 이슬람 세력의 일부는 파키스탄으로 떨어져 나갔으며, 지금도 남부지역은 북부 지역에 소재한 정부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집단간 이견을 조율하고 타협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를 제공하기에, 독립이래 지금까지 집단간 큰 폭력이나 반란을 겪지 않고 통일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도는 서구로부터 독립한 개발도상국 중, 권위주의 정부가 출현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경제가 성장한 유일한 사례이다. 대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거의 매년 전국적인 선거가 이루어지며, 다양한 유권자의 요구를 반영하느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지난 70여년간 인도의 경제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950~ 1980년까지 사회주의적 국가 통제 이념이 지배하던 시기 1980~90년대초까지 수입대체 산업화 기간,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시장자유주의가  지배한 기간이다. 1950년대에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개발도상국들은 대체로 선진산업국에 의해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피하고 자력경제 dirigiste 를 추구하였다. 또한 서구 제국주의의 시장 자본주의에 반발하여, 소련식 사회주의의 중앙집중 계획경제에 많이 기울었다. 인도 또한 자력 경제를 추구하고 국가의 역할이 비대한 경제를 운용하였으며, 민간 자본이나 시장 경제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로 억압하였다. 그 결과 1980년까지 인도의 경제성장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1970년대 후반 석유위기를 겪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정권이 교체되었으며, 이후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민간 자본가의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대까지는 외국 물품의 수입과 외국 자본의 진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1990년대 서구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 시장 자본주의를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외국 자본의 진출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탈바꿈한 이후, 인도는 본격적으로 년 7~8%의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인도는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민간투자가 정부투자를 앞서게 된다.   

인도의 경제성장 과정은 특이하다. 다른 가난한 나라들이 저임금을 활용한 노동집약 산업에 집중한 것과는 달리, 인도는 상대적으로 고급기술이 필요한 서비스 산업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 효과는 적어,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이 없는 가난한 실업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인도는 비대한 공공 부분을 보유하는데, 이 부문에서 노동자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하여 높은 임금을 허용하였다. 그 결과 엄청난 실업자가 존재함에도, 최저 임금이 높은 수준에 설정되었다. 또한 가난한 나라로는 이례적으로 까다로운 노동 조건을 노동자의 요구에 맞추어 설정하였으며, 매우 엄격한 규제로  민간 기업의 활동이 제한되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인도에서는 저임금을 활용한 산업이 부진하며 국제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다중의 요구를 과도하게 반영하였기에 경제성장에 뒤쳐진 것은 민주주의의 약점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진척되기까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서로 관계가 없다. 인도에서 노동집약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소련과 마찬가지로 중공업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택한 탓도 있다. 

인도는 교육, 위생, 교통, 치안, 등 삶에 기본이 되는 영역에서 공공재의 발달이 미진하다. 이는 정부가 공공재 공급에 돈을 쓰기보다 직접적인 보조금에 돈을 더 많이 썼기 때문이다. 사회에 온갖 다양한 집단들이 자신들에게 혜택을 달라고 또 세금을 줄여달라고  정부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면세 혜택과 보조금에 돈을 쓰다보니, 공공재에 쓸 돈이 부족했다. 인도 국민들은 모든 사안에 국가가 관여하여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statism. 다른 나라라면 민간이 맡아서 시장에서 처리할 분야까지 국영 기업이 담당하는데, 국영기업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본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서비스의 질이 낮다.   

인도는 특이하게 초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가 더 많았다. 그 결과 국민의 전반적인 인적 자본 축적이 낮으며, 이는 산업화에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초등학교를 늘리기보다 우수한 대학을 세우는 데 더 힘을 쏟은 이유는, 중화학공업을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 엘리트를 양성하는 데 우선을 두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학교 교육의 질과 학생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다. 우수한 자질의 학생은 해외, 특히 영국과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가서 안돌아오기에, 두뇌유출 brain drain이 심하다. 물론 해외에서 활약하는 인도인들이 많기에,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이들이 큰 힘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인도는 정부 부문이 비대하며, 관료제의 복잡성과 폐해가 심하다.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반영하다보니 절차와 규정이 갈수록 늘어나게 되며, 절차와 규정이 많다보니 일을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국가가 다양한 분야에 깊숙이 관여하다보니 부패가 심하다. 1990년대 이후 시장 자본주의를 광범위하게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가에 의존하며 외부인을 배제하는 정서가 곳곳에 많이 남아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인도가 개발도상국으로는 특이하게도 민주주의를 평화롭게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인도의 특성중 하나가, 국가주의 statism 라고 칭하는, 국민들이 과도하게 국가에 의존하는 것 때문인지, 이 책에서는 인도의 성장과정에서 민간 부분의 역할은 별반 언급되지 않는다. 인도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부터 내려온 배타적인 정서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거나 혁신을 해야 한다는 압력이 작다고 하는데, 그러나 근래에 인도에는 Infosys 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초 grassroots들의 활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힘인데, 이들이 경제성장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저자가 조숙한 민주주의 precocious democracy 라고 진단한다. 초기 경제발전 단계에서 민주주의는 부정적 요인인지 의심스럽다. 

이 책은 인도의 정치경제의 성장 과정을 일반인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잘 정리하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읽기에 수월한 책은 아니지만, 인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국제 비교에서 한국을 가장 모범적인 발전 경로를 밟은 국가로 드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이 그렇게 부러워해야 할 모범국가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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