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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6. 15:05

Sendhil Mullainathan and Eldar Shafir. 2013. Scarcity: The New science of having less and who it defines our lives. Holt Paperback. 234 pages.

저자들은 경제학자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결핍이 가져오는 심리적 자원 고갈이 다시 결핍을 악화시키는 현상을 이론적 개념과 실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부족해지면, 그것으로 야기되는 급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신적 자원을 집중한다. 이는 그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크게 보면 결국 결핍을 악화시키게 된다. 결핍한 것이 돈이건, 시간이건, 인간적 관계이건,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저자는 이를 마치 터널 속에서 앞을 보는 것과 흡사하다고 tunneling 본다. 

돈의 부족에 시달리면, 이것이 야기하는 급박한 불을 끄는데 심리적 자원이 온통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은, 기억력, 자기절제력, 수행능력, 계획력, 추리력, 등 모든 지적인 능력에서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열등하다. 가난한 사람이 엄청난 이자의 고리대금을 빌리고, 직장에서 일을 불성실하게 하지 못하고, 건강관리를 소홀히하고, 도박이나 술담배나 마약에 쉽게 빠져들고, 자녀에게 해로운 방식으로 양육하고, 배우자나 타인에게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무계획적으로 돈을 써버리는 등, 가난한 사람은 모든 면에서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나쁘게 산다. 그런데 이유는, 그들의 성격이 나쁘거나 능력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가난이 그들의 심리적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이렇게 모든 일에 나쁘게 대처하는 것이 그들의 가난을 지속시키고 악화시킨다. 이를  저자는 '결핍의 덧' scarcity trap 에 빠졌다고 지칭한다. 

가난한 사람은 일상에서 수시로 닥치는 급한 불을 끄느라, '재정적 여유' slack 가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돈의 부족에서 벗어나더라도, 예기치 못한 일이 다가오면 또 다시 가난에 빠진다. 사람의 삶은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데, 각각의 측면에서는 드물게 일어나는 일일지라도, 삶 전체로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수시로 일어나게 된다. 가족 중 누가 아프거나, 자동차가 고장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실업을 당하거나, 경기가 안좋아 일이 잘 안풀리거나, 자녀가 대학에 가게 되거나, 부양할 가족이 새로 생기거나, 등등, 이 각각의 일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일상적인 지출로는 커버되지 않는 큰 재정 부담을 필요로 한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일 중 일부는 일찌감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가난한 사람은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심리적 물질적으로 준비를 할 수 없고, 상황이 닥쳐서야 허둥지둥 급한 불을 끌 해결책을 찾는다. 가난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볼 때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유이다.  

요컨대, 가난의 원인은 물질적 결핍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심리적 자원의 결핍에 있다. 가난한 사람의 심리적 자원의 결핍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저자는 심리적 자원을 외주화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즉 가난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현명하게 결정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외부에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서 적절하게 조정하여 현명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컨대 한 달치 임금을 한 몫에 주기보다 주 단위로 준다거나, 직장 보육시설을 통해 가난한 사람의 자녀 양육 문제를 도와준다거나, 급전이 필요할 때 직장에서 조건없이 바로 돈을 빌려준다거나, 임금의 일부가 자동적으로 저축이 되도록 설계한다거나, 돈에 여유가 있을 때 필요한 것을 미리 구입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한다거나, 등등. 

가난한 사람이 심리적 자원이 결핍하게 되는 이유는,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앞을 내다보고 지출을 절제하고 계획적으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여유가 있을 때는 미래에 결핍한 시간이 다가오리란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앞날을 그릇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항시 절대적으로 돈이 없는 것은 아니며, 시간 부족에 허덕이는 사람이 항시 데드라인에 쫒기는 것은 아니다. 수중에 돈이 있고 시간이 있을 때는 흥청망청 쓰다가, 돈이 없어지고 데드라인에 쫒길 때에야 비로서 눈앞에 닥친 불을 끄는데 급급한다. 여유가 있을 때 미래를 내다보고 어려울 때 rainy days 를 대비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 체득하기 어려운 능력이다. 저자는 가난의 원인이 많은 부분 심리적인 문제에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가난한 사람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과 실험 심리학의 연구가 잘 결합되어, 사람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결핍 현상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가난의 문제를 심리적 자원의 결핍과 동치시키는 것에는 약간 문제가 있다. 심리적 자원의 결핍은 가난 때문에 발생하고, 가난은 심리자원의 결핍 때문에 발생한다면, 이 둘은 닭과 달걀의 문제와 흡사하다. 어떻게 이러한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행동경제학의 넛지 nudge 방식은, 문제를 피상적으로 해결하는데 그친다. 가난은 구조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인적 자원의 축적이 안되어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인적 자원 축적이 안되는 이유는, 가난이 대물림되기 때문이지, 가난한 사람 본인의 심리적 자원 부족이 원인은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이다. 이러한 한계는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