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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2. 16:53

슈테판 클라인. 2026.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아아질 수 있는 방법 . 어크로스. 300쪽.

저자는 과학분야 저술가이며, 이 책은 변화가 어려운 이유를 서술하면서, 변화에 성공한 사례를 통해 변화에 성공하는 법을 제시한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변화에 저항하도록 길들여 졌다. 기존의 습관을 관성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위기의 상황이 아니라면 익숙한 패턴을 따르도록 명령한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과 익숙한 행위를 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새로운 환경과 행동은 우리를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우리의 행위는 루틴을 따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편견과 선입견의 필터를 통해 현실을 외곡해서 인식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에 부합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인식하려 하는 확증편향 성향이 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한다고 해도, 나에게는 그런 문제가 덜하다고 낙관한다. 그러한 문제나 위험은 타인에게 해당되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위험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각 개인에게는 이익이 되는 행동이 사회 전체에게는 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행동의 자유를 준다고 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선에 도달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크게 볼 때 혹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익이 되는 것이지만, 눈앞의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고, 변화를 거부한다.  

변화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성향과 그 반대로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성향은,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변화에 개방적인 사람은 반복적인 일에 쉽게 싫증을 내며 모험을 즐기는 반면, 그 반대의 사람은 반복적인 일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변화에 개방적인 사람은 진보적 정치 성향을 띠는 반면,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보수적 정치 성향을 띤다.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요인은 많고도 강력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보면 큰 변화에 성공한 사례를 여럿 찾을 수 있다. 금연, 노예해방, 여성 참정권 획득, 이 셋은 기존의 공고한 틀을 깨고 사회적으로 변화에 크게 성공한 예이다. 금연운동의 경우,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지식은 20세기 초반에 이미 알려졌다. 그러나 담배회사의 조직적 선전과 적극적인 방해공작 때문에 20세기 중반까지도 금연 운동은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흡연의 폐해를 사람들이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고, 금연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금연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변화에 반대하지 않게 되었다.

담배가 공공장소에서 사라지게 된 계기는, 1960년대 후반 애리조나주에 살던 한 여성이 자신이 사는 조그만 도시에서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삼가하자'는 운동을 그 지역의 식당에서 성공시켰고, 이것이 점차 이웃 도시로 퍼지고 미국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고, 미국의 성공이 유럽으로 건너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한번 쟁취한 변화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전자담배가 나오면서 흡연 습관이 청소년들 사이에 새로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여성 참정권 운동과 노예해방 운동은, 변화가 점진적으로 전개되며, 이웃한 지역들이 변화를 주고받으면서, 한걸음씩 목표에 다가간 사례이다. 인간 평등의 가치는 사상가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주창되었으나,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1792년 프랑스 혁명이다. 이를 계기로 귀족과 평민을 구분짓던 구질서가 무너지면서, 인간 평등의 가치는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경험의 영역으로 다가왔다. 이 혁명에 참여한 여성들 사이에서 여성의 억압을 깨야한다는 의식이 확산되었으며, 노예의 억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회전체의 격렬한 논란과 투쟁 끝에 영국에서 먼저 노예 무역을 금지하는 법안이 1820년대에 의회를 통과하였으며, 미국에서는 1860년대에 전쟁을 통해 노예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통찰이 앞서야 하지만, 지적인 통찰만으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오랜 세월 굳어진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호소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즉각적인 긍정적 피드백이 도움이 된다. 변화하면 어떤 이익이 오는지 사람들이 인식하면 변화를 덜 거부한다. 습관을 깨는 것은 유발요인에 의해 작동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넛징 nudging이 대표적인 예이다. 처음의 변화는 조그만 것이어도, 이것이 눈덩이효과를 일으켜, 연관된 행동으로 확대되고,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연쇄효과를 일으켜 사회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의 습관을 지속할 때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을 환기시키는 것보다, 변화할 때에 얻게 될 이익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주저함으로 반응하지만, 긍정적인 이익을 향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위험에 대해 경고할 때보다, 희망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반응한다. 

저자는 심리학, 사회학, 생물학,경제학, 등 분야에서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변화에 대한 저항 요인을 설명한다. 책의 4분의 3 이상을 변화에 저항하는 요인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어떻게 변화를 성공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간략하게만 서술한다. 이는 변화를 성공시키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겠지만, 이 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변화하기 어렵다는 점은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모두 아는 사실이 아닌가. 이 책을 붙잡은 이유도, 어떻게 변화에 성공할 것인가가 궁금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