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bert Wright. 1994. The Moral Animal: Evolutionary Psychology and Everyday Life. Vintage Books. 379 pages.
저자는 과학 분야의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인간의 성, 가족, 사회 규범, 사회 조직, 위계체계, 등 인간사의 핵심적인 부분을 진화심리학과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인간은 오랜 세월동안 진화한 결과이다. 인간의 육체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감정 또한 진화를 통해 형성되었다. 진화의 추진력은,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여 후세에 자손을 번성하는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이어가는데 있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사회조직, 사고방식, 감정은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데 기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간은 이러한 삶의 목적을 의식적으로 수행하기보다는, 결과로 볼 때 그러한 목적을 수행하는데 기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성행위와 짝짓기 전략에서 상이하다. "부모 투자이론" parenting investment theory 이 이를 잘 설명한다. 남성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여성보다 훨씬 덜 투자한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성 sex 에 접근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 상대를 선택하는데 매우 신중하다.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자신과 자녀를 부양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매우 중시한다.
인간 사회는 오랫 동안 힘있는 남성이 많은 여성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 사회였으나, 현대로 오면서 일부일처제가 강력한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일부다처제는 힘있는 남성에게는 유리하나 힘이 없는 남성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한편 일부다처제는 모든 여성에게 유리하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자신과 성 관계를 맺을 상대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자신과 아이를 제대로 부양할 능력이 없는 남성의 유일한 배우자가 되기보다, 능력이 있는 남성의 둘째나 셋째 부인이 되는 편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로 보존시키는 데 유리하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남성들간 권력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능력이 많은 남성이 여성을 독점하는데 대하여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의 반발이 심해졌으며, 그 결과 전체 사회의 안정을 위해 일부일처제가 자리잡았다.
가족과 친척 간에 밀접한 유대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번식시키는데 기여한다. 한편, 자신과 유전적 연관이 없는 사람들과 협력하고 밀접한 유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상대에게 도움을 주면 훗날 자신이 도움을 받는다는 '호의의 상호교환' reciprocal returns 의 원칙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계에 지배하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호의(악의)의 일대 일 교환' tit-for-tat 원칙이 다른 어떤 전략보다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과의 거래는 이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자원의 합보다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 내기때문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거래함으로서, 자신이 혼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제로섬이라면 이는 적대적 관계로 설정되는 반면, 이 관계가 플러스섬 plus-sum 이라면 협력의 관계로 설정된다. 사회의 질서는 기본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플러스섬이 있기 때문에 유지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플러스섬의 관계의 범위가 계속 넓혀져 왔다. 아직은 거리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자신과 다른 민족 혹은 다른 나라의 사람에 대해 유대를 느끼지 않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유대의 폭, 즉 플러스섬의 범위가 나의 가족, 친족,부족과 같은 좁은 범위를 넘어서 내가 직접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로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와 투쟁하고 상대를 지배하려 한다. 사회적 지위의 위계체계 social hierarchy 는 진화적인 이익의 위계체계를 반영한다. 사회적 위계에서 상위에 있는 사람은 하위에 있는 사람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더 잘 이어갈 수 있다. 위계체계에서 하위에 있는 사람은 사회적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진화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에 굴복한다. 물론 강요에 의해, 혹은 기만에 설득당하여 자신의 진화적 이익에 기여하지 않음에도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사회의 불평등 체계에 순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범죄와 일탈적인 행위로 자신의 진화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
인간의 사고체계와 감정이 궁극적으로 진화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면, 개인의 자유의지가 존재할 여지는 없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도덕이나 범죄에 대한 개인 책임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다윈과 현대의 진화론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근본적으로 자유의지는 허구이다, 그러나 사회적 이익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공리주의적 utilitarianism 입장에서 규범을 만들고 인간의 행위를 평가하고 잘못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궁극적인 의미나 절대적인 기준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사회'라는 플러스섬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광범위한 독서와 관련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인다. 다양한 예를 제시하면서 다앙한 비판을 맞받아치고 그야말로 종횡무진으로 토론한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저자의 자기비판적인 취향을 읽을 수 있다.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관련 주제에 다양한 예를 제시하고 비판에 적절히 대응하는데에서 읽는 맛을 느낀다. 출판된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요즈음에 나온 진화심리학 저술보다 더 풍성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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