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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에 해당되는 글 1건
2024. 5. 13. 16:40

 Robert Tignor, et al. 2011. Worlds Together, Worlds Apart, book 1. 3rd ed. W.W. Norton. 361 pages.

이 책은 대학의 세계사 교과서이다. 각 지역과 국가를 따로 취급하는 전통적인 역사 서술과 달리, 전세계를 포괄하여 세계의 변화를 큰 그림으로 다룬다. 인류의 발생에서 서기 1,000년까지를 1권으로, 1,000년부터 현재까지를 2권으로 나누어 제본하였다. 2권은 앞서 읽었고, 이어서 1권을 마져 읽었다.

서기 1,000년 이전 역사에서 특징적인 점은, 세계의 역사의 주도권이 이슬람과 중국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 로마 제국은 이후 서구 문명으로 크게 꽃피웠으나, 서기 1,000년까지 세계사 전체에서 볼 때, 규모 면에서 이슬람이나 중국에 크게 못미친다.

분절화된 여러 정치 체제간 경쟁에서 서구 사회 발전의 동력을 찾는다. 서구와 달리 이슬람과 중국은 일찌감치 강력한 중앙집권 정치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왕조가 바뀔 때마다 분열의 시기가 있었으나, 이를 혼란기로 인식하고 다시 통일해야 한다는 의식이 중국인 사이에 강력했기 때문에, 여러 조각의 정치체로 나누어진 상태를 정상으로 생각한 서구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정착하여 농사짓는 생산 방식의 높은 생산력 덕분에 인구가 늘고 물질 문명이 발전하였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 전개에서 계속 이동하는 유목민의 역할은 매우 크다. 유목민은 말, 무기 제조, 전쟁기술에서 정착 농민을 크게 앞섰기 때문에, 유럽, 이슬람, 인도 사회의 기존 농업 사회를 정복하고 지배 집단으로 군림하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계층체계와 규범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전쟁과 정복, 요컨대 타인에 대한 폭력 행사를 삶의 수단으로 삼았는데, 이들이 바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지배집단의 선조이다. 반면 정착 농업인들은 유목민 지배자 집단의 밑에서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다수의 민중을 구성하였다.

서유럽 사회가 근대에 들어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번성하고 세계를 제패하리라는 사실은, 1500년 이전까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로마 제국을 이어받은 정치체는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로마가 아니라, 콘스타티노플을 중심으로 한  동로마였다. 그리스 정교회 Authodox Church 의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비잔티움을 잇는 동로마 제국이 로마 제국의 정통 후손이다.

종교는 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중요한 바탕이다. 서유럽에서는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였던 반면, 이슬람은 종교와 정치가 한몸이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정치가 종교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결과 서구나 이슬람에서는 종교가 매우 중요한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세속적인 세계관이 지배하고 종교는 부수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서구 유럽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세계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공평하게 검토한다. 서기 1,000년까지 서구 유럽은 변방에 위치한 야만의 지역이기에 별반 언급되지 않는다. 그리스 시대와 로마 제국 또한 이슬람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빛이 바래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앞으로 1,000년 후에 세계를 주도하는 집단이 현재와는 다르리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를 고르게 커버하는 세계의 역사를 읽다보면 기억의 용량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여하간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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