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70)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1)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4'에 해당되는 글 22건
2023. 5. 28. 18:08

Yuval Noah Harari. 2017.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Harper. 402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의 과거 역사와 현재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인류의 장기적 미래 모습을 예측한다.

인간은 과학기술 덕분에 기아, 질병, 전쟁을 이제 거의 정복하였다. 인간의 다음 도전은 죽지 않고 오래도록 살고, 더 높은 행복을 누리며, 세상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져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를 조금씩 조금씩 변형하여 더 오래살고, 더 똑똑하고, 감정을 더 잘 통제하는 존재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한 미래에, 현재의 인간은 마치 현재 동물이 그러한 것 처럼, 미래의 인간에 의해 도태되거나, 아니면 그들에게 길들여져 착취당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초인류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 사람들부터 바뀌게 될 것이다. 문제는, 생물학적 능력의 격차가 사람들사이에 벌어지면, 이는 지금까지 사회경제적 격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를 좁히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마치 과거에 일반인과 노예의 격차와 같은 사회가 출현할 수 있다.

인류는 과거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중심의 세계관으로 이전했다. 이제 인간의 경험, 인간의 행복이 모든 결정에 궁극적인 기준이 되었다. 인간중심주의 Humanism 는,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단일한 어떤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의 복합체인데, 이 복합체는 합리적이며 일관된 특성의 것이 아니어서,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할 때의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은 핵심이 되는 자아를 전제로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자아는 허구라는 사실이다.

생물학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유전자, 즉 고도의 데이터 처리 장치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생물체는 유전자가 핵심이며, 생명활동이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확산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인간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다른 동물의 데이터 처리능력보다 더 높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동물보다 데이터 처리 능력이 더 높기에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여 그들을 지배하고 멸종시켰다. 인간의 감정이란 인간의 지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한 고도의 데이터 처리 장치에 다름이 아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나 감정이 모두 데이터 처리장치라면, 데이터 처리 능력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더 좋다 라는 논리적 추론으로 귀결된다.

컴퓨터가 발전하여 이제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인간의 수준을 능가하게 되었다. 지적 문제를 푸는 분야에서 인간은 조만간 컴퓨터를 당해낼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정도로 많고 복잡한 데이터 처리를 하게 되었다. 조만간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결정을 맡길 것이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를 더 정확히 분석하여 그를 더 잘 알고 그의 사정에 더 적절한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데이터를 더 잘 처리하고 문제를 풀어낸다면, 많은 사람들은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소수의 고급 데이터 처리능력을 갖추고, 인공지능을 디자인하는 고도로 복잡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그러한 능력을 갖지 못한 대부분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의 지적 능력에 기반한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민주주의 또한 부적절해 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상황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면, 일반 사람이 투표하여 선거로 결정짓는 방식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가는 일반인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더 잘 전쟁을 치룰 수 있게 된다면, 전쟁에 일반인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국가가 일반인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즉 대다수의 일반인은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국가가 그들의 복리를 살펴야 할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세상을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 Dataism이라고 명명한다.

이미 인공 지능은 여러 분야에서 인간과의 경쟁에서 우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인간은 인공지능이 어떻게 데이터를 처리하여 이러한 능력을 발휘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을 대치하는 분야는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신뢰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은 확실하다. 자본주의의 시장기구보다, 민주주의의 선거보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기반한 결정이 더 효율적인 사회는 현재의 사회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효율인가 라는 점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높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는 것, 즉 제레미 벤담의 최대의 행복이 지금까지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인간은 물질적인 만족만으로는 살 수 없다. 결정의 주체가 되고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라는 느낌, 즉 보람, 의미를 찾는 존재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결정을 대리하는 사회에서 사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느끼면서 살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데이터 처리능력이 사회에 쓸모가 없다면,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야 할 의미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삶은, 현재 동물 농장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영위하는 닭이나 돼지의 삶과 다름이 없다.

사실 현재 우리의 삶도 삶의 의미를 크게 느끼면서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삶인데, 삶의 결정이 모두 인공지능에 의해 뺏기게 된다면, 그런 '혹시나' 하는 자기기만적인 감정 조차도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암울한 삶이다. 인간의 삶이 알고보면 동물 농장에 닭이나 돼지와 다름이 없다고 지적한다면.   유발 하라리는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사람으로 보인다. 그의 식견에 감탄하며 읽었다.

2023. 5. 17. 22:49

Richard Easterlin. 1996. Growth Triumph: The twenty-first Century in Historical Perspective. Univ. of Michigan Press. 154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세계 경제가 어떻게 성장해 왔으며, 인구 증가는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21세기에도 경제성장이 계속 이루어질지에 대해 논의한다.

세계의 경제는 18세기 후반 영국의 산업혁명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전과 다른 속도로 장기간 고도의 성장 궤도에 접어든다. 이렇게 매년 1~3%의 성장을 오랫동안 지속한 혁명적 변화의 동력은 과학 지식과 기술의 발전에 있다. 새로운 과학 기술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접근하는 경험적 실험적 객관적인 방법론 덕분에 끊임없는 탐구와 신기술 개발이 이어졌다. 산업혁명 이래의 경제 발전은 자본과 노동 등의 생산요소를 과거보다 더 많이 투입하여 양적으로 성장한 면보다는,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질적으로 성장한 면이 더 크다. 

산업혁명 시기 국가들 사이에 경제성장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들 사이에 세력 균형의 변화가 따른다. 신기술을 개발하여 경제력을 높인 나라는 군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이전에 형성된 국가간 세력 분포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산업혁명을 통해 성장한 서유럽 국가들은 산업 발전에 착수하지 못한 아시아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19세기 후반 식민지로 복속시켰다. 유럽에서 먼저 산업화에 성공한 영국 및 프랑스와, 뒤에 발전하여 따라잡은 독일 사이에 세력 분포의 변화를 둘러싼 갈등은 제1차 세계대전을 불러왔다.

과학 지식과 기술은 국가간에 쉽게 전파된다. 과학 지식과 기술이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면 유럽을 넘어서 세계로 경제성장이 빠르게 퍼져 나갔어야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한데, 왜일까?  과학 기술이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질려면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한다. 교육과 민주적 의회제도가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다. 과학 기술을 이해하여 생산에 적용하며 기술의 변화를 수용하려면 교육받은 노동력이 필수이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아무리 외국으로부터 과학기술을 도입해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경제활동의 결과 산출된 부를 정치 권력자들이 임으로 뺏어간다면, 즉 정부가 시민의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계약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적용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려 노력하지 않는다.  의회제도는 권력자의 임의적 권력 행사를 제한하고, 시민의 사유재산권과 계약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과학 기술 및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 제도와 의회제도가 다른 물적인 요소보다 경제성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제1,2차 세계대전후 독일과 일본이 폐허를 딛고 빠르게 성장한 사실에서 입증된다. 독일과 일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지만 과학 기술 및 제도적 기반이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과 일이십년만에 전쟁 이전의 경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서구에서 19세기 중반 부터 '사망율의 혁명' mortality revolution 이 일어났으며, 시간 차이를 두고 이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인구 변천 population transition 과정을 겪었다. 사망율이 급격히 떨어진 원인은 위생과 건강에 대한 과학 지식과 기술의 발전에 있다. 병균이 질병의 원인이며 위생상태가 불결하면 병균이 창궐한다는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병균이 서식하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제거한 결과 사망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과학 기술과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보다, 질병과 위생에 대한 과학 지식 및 불결한 환경을 제거하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경제성장보다 사망율을 떨어뜨리는 데에서 훨씬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었다.  

선진국은 인구 노령화 및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성장이 멈추는 미래를 걱정하는데, 이는 기우이다. 인구 노령화의 문제로 크게 두가지가 언급된다. 첫째는 인구가 노령화하면 노동 공급이 줄어들고 노동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 어렵다는 우려이다. 2030년까지 노동공급이 약간 줄어들지만 우려할만큼 크지 않으며, 이후에는 이미 낮은 출생율의 세대가 자리 잡았기 때문에 노동 공급이 더이상 줄지 않는다.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전인구 대비 노동공급이 크게 줄지 않는 이유는, 노령 인구가 느는 것과 함께 아동의 비율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령의 노동력은 젊은 사람보다 생산성이 낮다는 주장에 대해, 사무직이 주류인 선진국에서 고령의 노동력은 경험이 풍부하여 육체적 정력이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며, 과거와 달리 미래에 고령의 노동자는 젊은 사람에 비해 교육 수준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령이라고 하여 생산성이 젊은 노동자보다 크게 낮지 않다.

인구 노령화로 우려되는 두번째 문제는 인구 부양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구 노령화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아동 인구의 감소를 동시에 수반하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부양비는 변함이 없다. 노인이 늘면 연금이나 의료비가 증가하는 데 이는 젊은이들의 노동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에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아동을 부양하는 비용은 노인을 부양하는 비용 못지 않게 많이 드는 데, 아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부양 부담의 총량은 노령화로 인해 높아지지 않는다. 노인이 는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과거에 비해 부양 인구를 부양하는 데 더 투입되지는 않는 것이다.다만 아동을 부양하는 것은 개인의 사적인 지출로 충당되지만, 노인을 부양하는 것은 세금 등의 공적인 지출로 충당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과거에 아동을 부양하는 데 들던 비용을 노인을 부양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이전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요컨대 노령화로 인한 부양 부담의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다.

동일 시점에서 비교할 때, 한 사회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은 소득이 낮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그러나 시간차를 두고 비교를 하면, 과거와 비교하여 현재에 소득이 높아졌다고 하여 과거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 이는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의 기대수준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나 사람들의 생활수준에 대한 평균적인 규범이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이 평균적인 규범과 비교하여 행복 여부를 판가름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생활수준에 대한 평균적인 규범도 함께 높아진다. 물질적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물질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비물질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는 증거는 아직 서구사회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미래에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하여도 사람들은 갖추어야 할 물질적 수준이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그때에 가서도 행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이 계속 추가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즉 미래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좀 더 높은 생활을 갈망할 것이다. 

선진국에서 경제성장은 과거보다 속도는 떨어지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이전보다 더 큰 풍요를 원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시작된 경제성장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로 확산될 것이다. 후발 산업국들은 선발 산업국들과의 격차를 좁혀갈 것이다. 후발 산업국은 선진국이 개발한 과학기술을 빌려와 쓸 수 있으므로, 선진국이 성장하던 때와 비교하여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반면 선진국은 완전히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생산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성장하여 선진국에 근접하게 되면 후발 산업국들은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선진국들에 대해 국제적 영향력의 재분배를 요구할 것이다. 20세기 초반 영국대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선진국의 과학 기술이 세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세계의 문화와 가치의 차이는 줄며, 효율과 합리성을 우선하는 세속적 가치가 전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이책은 저자의 경제 성장에 관한 오랜 연구를 정리하는 취지로 쓰여졌다. 논쟁적이기보다 상식적인 부분을 재확인하면서 평이하게 서술한다. 경제 성장에 관한 기존 논의가 잘 녹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인구 노령화를 둘러싼 분석은 냉철하면서도 참신하게 들렸다. 인구 노령화나 선진국의 인구 감소는 경제적 효과보다는 국가의 위신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 때문에 그렇게 아우성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prev"" #1 #2 #3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