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 (김동연 옮김). 2022. 80세의 벽. 한스 미디어. 221쪽.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로 30여년 동안 노인전문병원에서 일했으며, 본인의 나이를 61세라고 밝힌다. 이 책은 본인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80세를 넘긴 노인들의 건강, 생활 태도, 삶의 방식 등에 대해,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을 가벼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80세 노인이 되면 젊은이를 치료하는 서구 의학 방식은 잘 듣지 않는다.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으며, 자신의 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약이나 치료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장수하는 약은 없으며, 약은 몸이 좋지 않을 때만 먹으면 된다. 고혈압, 고혈당, 고콜레스테롤이라는 노인병 삼대 질환에 대해, 저자는 과도하게 혈압을 낮추거나, 혈당을 낮추거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고 하는 것은 80대 노인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젊은 사람들의 몸에 맞춘 기준치는 80대 노인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혈압을 과도하게 낮추면 기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고, 혈당을 과도하게 낮추면 인지 기능이 저하하고 치매의 위험이 높아지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과도하게 낮추면 기분과 정력이 악화한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이다. 미국 노인은 심혈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일본 노인은 암과 노쇠로 대부분 사망한다. 서양 노인을 기준으로 하여 개발된 치료 방식이 일본 노인의 경우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80세가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의 몸에는 암세포가 존재하며, 인지기능의 저하로 어느 정도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 노인들은 자신의 몸이 젊은 때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젊은 때와는 다른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한다. '투병'이 아니라 병과 함께 사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의사나 병원의 현행 접근 방식은 그릇되므로, 환자 본인이 잘 가려서 따라야 한다.
80세가 넘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말고 당장 하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감동이 옅어지는데, 이는 호르몬의 영향도 있지만, 노인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이미 친숙하여 감동되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을 하려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데도 노인이 되었다고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운전을 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데, 노인이라고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것은 절대 반대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계속 써야 제대로 작동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몸을 계속 움직이고, 머리를 계속 쓰는 생활을 게을리하면 곧 쇠하여 죽는다. 몸에 맞는 정도로 많이 걷고, 흥미로운 일을 찾아서 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귀찮다고 안움직이고, 텔레비젼만 보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빨리 기능이 쇠퇴한다. 어떻든 인간은 결국 늙고 쇠하여 죽는 것이므로, 80세가 넘으면 '잔존 기능'을 잘 활용하여 잘 사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젊을 때와 같이 굳은 결심이나 노력을 많이 기울여서 한결같이 무엇을 추구하는 방식의 삶은 80대 노인에게 적합하지 않다. 악착같이 보람을 찾으려고 하며 살 것이 아니라, 살다가 보람을 찾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하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 몸과 마음이 변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수시로 생각과 진로를 바꾸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 주위의 눈에 크게 개의치 말고, 생긴대로 마음가는 대로 산다고 해도, 80대에는 젊은이와 달리 무엇을 해도 크게 사고칠 위험이 적으므로, '불량 노인'이라고 치부하면서 자신에게 적당히 관대하게 사는 것이 좋다. 많은 경험을 뒤로 하고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80대 노인은, 느슨하게 사는 삶이 주는 즐거음과 특권을 누려도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쉬는 시간에 문득 주변에 손에 잡혀 읽은 책인데, 삼십분만에 단숨에 흥미롭게 읽었다. 80대 노인 뿐만 아니라 절은이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책의 부제가 "벽을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이 기다린다"고 썼는데, 과연 그럴까?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책에서 써야 할 말인 듯 싶다. 여하간 저자의 경륜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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