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96)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3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23. 5. 6. 22:34

William McNeill. 1991(1963). The Rise of the West: A History of the Human communit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807 pages.

저자는 저명한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대표작으로서 고대에서부터 1950년경까지 세계 문명의 전개를 설명한다. 세계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를 포함한 중동지역이 인류의 문명을 대표한 500 BC 경까지, 이후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이 유라시아대륙의 곳곳을 수시로 침범하면서 농업 혹은 상업을 기반으로 한 문명들(헬레니즘, 인도, 중국, 이슬람 제국)을 위협한 시기인 서기 1500년까지, 전세계에 대한 서구의 압도적 지배로 요약되는 1500년 이후 현재까지, 이렇게 인류 역사를 세개의 시기로 구분을 한다. 그는 세계의 문명권이 고대부터 서로 영향을끼치며 전개되어 왔다는 점, 1500년 총포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유라시아 대륙의 발전은 중앙아시아 유목 민족의 전개에 의해 크게 좌우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류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3,000년 경에 이곳에서 농경이 처음 시작되고 도시가 출현하였으며, 부족의 규모를 넘어선 큰 규모의 정치체가 등장하였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이후 변방으로 확대되어, 기원전 1700년경에는 이집트, 소아시아, 크레테, 이란으로 확대되었으며, 이후 인도, 그리스, 중국 문명이 기원전 500년경까지 세워졌다. 중국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는 독립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인도와 그리스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영향을 받아 세워졌다.

그리스 문명은 서쪽으로는 로마제국과 서유럽으로, 동쪽으로는 소아시아의 헬레니즘으로 확장되었다. 인도문명은 동남아시아로 확장되었으며 중국에 영향을 미쳤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은 철기문화를 일찌기 발전시키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멸망시켰으며, 이란 아프간 지역으로 남하하면서 인도 문명을 위협하였다. 중앙아시아를 장악한 유목민족들은 중동과 중국을 연결하는 실크로드를 통해 문명간 교류를 활성화하였다. 이들은 서쪽으로는 동유럽 지역으로, 동쪽으로는 중국을 수시로 침범하면서 기존 사회의 변화를 촉발시켰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명은 동으로는 이란과 인도 지역으로, 서로는 이집트와 북아프리카로 확장하였다.

1500년까지 서유럽은 문명의 변방지대에서 낙후되었었다. 그러나 이후 항해 및 총포 기술과 함께 체계적으로 군사를 조련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다른 모든 지역을 압도하는 전쟁 능력을 획득하였다. 서유럽이 중국, 인도와 비교하여 이렇게 크게 발전한데는, 여러 작은 정치체들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전쟁 능력을 함양한 것, 지주층과 비교하여 상공인의 세력이 만만치 않았던 점이 큰 이유이다. 서유럽의 이러한 전통은 중세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에서 부터 발전되었다. 반면, 중국은 지주세력이 유교를 지배 이념으로 하여 상공인의 발전을 억눌렀다. 또한 상대적으로 안정된 중앙 집권체제가 계속 유지되면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보수의 힘이 매우 강했으며, 다수의 정치체들간 경쟁을 통한 변화의 역동성이 부족하였다.

중앙아시아의 광대한 초원지역에 사는 유목민족은 주변의 농경민족보다 군사적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수시로 주변의 문명들을 위협하였다. 서쪽으로는 헝가리까지 진출하였으며, 이들의 압박으로 역시 유목민족이던 고트족이나 게르만족이 서유럽으로 밀려나 정착하였다. 유럽인은 고대부터 군사적 경쟁을 통해 성장하였으므로, 호전적인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다. 유목민족들은 남으로는 북인도로 진출하여 인도 유러피안어족의  인도문명을 세웠다. 이들은 동쪽으로 진출하여 중국의 원나라, 청나라, 금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의 문화에 흡수되는 길을 택했다.

중동지역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시작해, 이후 헬레니즘을 수용하고, 이슬람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오랜동안 주변의 다른 문명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심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분열을 거듭하였으며, 노예를 기반으로 군대를 유지하였는데 이들의 거듭된 반란으로 국력이 쇠하였으며, 신정 정치가 계속되면서 변화를 거부하여, 외부의 위협에 대응한 내부의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였다.

1500년경 이후 서구 문명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이후 네덜란드와 프랑스, 영국으로 이어지는 세계 확장의 길에 접어든다. 1400년경 부터 서유럽은 점차 기독교의 지배에서 풀려나, 왕권이 강화되었으며, 세속적인 합리주의가 세를 더하였다. 이는 1700년대에 계몽주의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은 국민의 힘을 키우고 민족국가를 형성시킨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17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생산력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급속한 인구증가로 이어졌다. 결국 1800년대 중반쯤 세계 모든 지역은 서구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은 유라시아대륙에 비해 3,000년 정도 문명의 발전이 낙후되어, 1500년경 서구와 만났을 때 아직 철기문화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유라시아대륙의 질병에 취약하여 쉽게 무너졌다. 서구의 위협에 대응해 자신의 선조로부터 계승한 문화의 무력함에 절망한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서구의 문화를 급속히 수용하였으며, 자신의 전통 문화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저자의 역사관은 두가지 점에서 독특하다. 첫째, 세계는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한다. 어느 지역에서 좋은 아이디어나 발전이 전개되면, 이것은 얼마 안되어 주변지역에 모방되고, 이러한 과정이 빠른 속도로 전지구를 돌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서구가 앞서기 전인 1500년 무렵까지 유목민족의 뛰어난 군사적 능력이 세계사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다.총포의 발명으로 유목민족의 파괴력이 무력해진 후에도 여전히, 군사적 능력은 역사의 전개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서구가 세계를 제패한 것은 우월한 군사력 덕분이다.  현재 세계는 서구의 문명권에서 살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대체할 어떤 다른 문명이 등장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인류의 과학기술 문명이 계속 발전하면, 아마도 미래에 인류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현재의 인류를 대체하는 새로운 인류가 등장할 수도 있다.

저자는 역사의 전개를 거시적으로 접근하면서 말로 많이 설명한다. 다양한 사회와 제도, 지역, 시간을 종행무진으로 비교하면서 엄청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까지 학교에서 공부한 역사는 서유럽에 국한된 역사이며, 통찰력과는 거리가 먼 단순 학습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는 데에 역사 공부의 목적을 둔다면, 이 책은 정말 최상의 교재이다. 감탄을 거듭하면서 800쪽의 책을 읽었다. 여러번 읽을만한 책이다. 다만 20세기의 역사나, 동아시아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