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24/04'에 해당되는 글 4건
2024. 4. 24. 14:57

와다 하루키. (김동연 옮김). 2022. 80세의 벽. 한스 미디어. 221쪽.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로 30여년 동안 노인전문병원에서 일했으며, 본인의 나이를 61세라고 밝힌다. 이 책은 본인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80세를 넘긴 노인들의 건강, 생활 태도, 삶의 방식 등에 대해,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을 가벼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80세 노인이 되면 젊은이를 치료하는 서구 의학 방식은 잘 듣지 않는다.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으며, 자신의 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같은 약이나 치료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장수하는 약은 없으며, 약은 몸이 좋지 않을 때만 먹으면 된다. 고혈압, 고혈당, 고콜레스테롤이라는 노인병 삼대 질환에 대해, 저자는 과도하게 혈압을 낮추거나, 혈당을 낮추거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고 하는 것은 80대 노인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젊은 사람들의 몸에 맞춘 기준치는 80대 노인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혈압을 과도하게 낮추면 기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고, 혈당을 과도하게 낮추면 인지 기능이 저하하고 치매의 위험이 높아지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과도하게 낮추면 기분과 정력이 악화한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이다. 미국 노인은 심혈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일본 노인은 암과 노쇠로 대부분 사망한다. 서양 노인을 기준으로 하여 개발된 치료 방식이 일본 노인의 경우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80세가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의 몸에는 암세포가 존재하며, 인지기능의 저하로 어느 정도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 노인들은 자신의 몸이 젊은 때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젊은 때와는 다른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한다. '투병'이 아니라 병과 함께 사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의사나 병원의 현행 접근 방식은 그릇되므로, 환자 본인이 잘 가려서 따라야 한다.

80세가 넘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말고 당장 하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감동이 옅어지는데, 이는 호르몬의 영향도 있지만, 노인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이미 친숙하여 감동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려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데도 노인이 되었다고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운전을 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데, 노인이라고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것은 절대 반대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계속 써야 제대로 작동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몸을 계속 움직이고, 머리를 계속 쓰는 생활을 게을리하면 곧 쇠하여 죽는다. 몸에 맞는 정도로 많이 걷고, 흥미로운 일을 찾아서 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귀찮다고 안움직이고, 텔레비만 보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빨리 기능이 쇠퇴한다. 어떻든 인간은 결국 늙고 쇠하여 죽는 것이므로, 80세가 넘으면 '잔존 기능'을 잘 활용하여 잘 사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젊을 때와 같이 굳은 결심이나 노력을 많이 기울여서 한결같이 무엇을 추구하는 방식의 삶은 80대 노인에게 적합하지 않다. 악착같이 보람을 찾으려고 하며 살 것이 아니라, 살다가 보람을 찾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하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 몸과 마음이 변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수시로 생각과 진로를 바꾸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 주위의 눈에 크게 개의치 말고, 생긴대로 마음가는 대로 산다고 해도, 80대에는 젊은이와 같이 크게 사고칠 위험이 적으므로, '불량 노인'이라고 치부하면서 자신에게 적당히 관대하게 사는 것이 좋다. 많은 경험을 뒤로 하고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80대 노인은, 느슨하게 사는 삶이 주는 즐거음과 특권을 누려도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쉬는 시간에 문득 주변에 손에 잡혀 읽은 책인데, 삼십분도 못걸려 단숨에 흥미롭게 읽었다. 80대 노인 뿐만 아니라 절은이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책의 부제가 "벽을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이 기다린다"고 썼는데, 과연 그럴까?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책에서 써야 할 말인 듯 싶다. 여하간 저자의 경륜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2024. 4. 17. 17:44

Leonard Mlodinow. 2018. Elastic, Unlocking your brain's ability to embrace change. Vintage books. 220 pages.

저자는 물리학자이면서 과학저술, 과학저널리즘, SF 드라마 극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이 책은 인간의 비체계적인, 유연한 사고 작용에 촛점을 맞추어 인간의 사고, 즉 생각하는 활동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생각한다. 하나는 체계적, 논리적, 분석적 사고 작용으로 하향 top-down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른 하나는 비체계적, 종합적, 즉흥적, 창조적인 사고 작용으로 상향 bottom-up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자는 당면한 주제에 촛점을 맞추고 엄격히 통제된 방식의 사고인 반면, 후자는 비통제적이고 산반한 방식의 사고이다. 정확히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전자의 방식이 유용한 반면, 전에 없던 새로운 상황과 문제에 대처하는 데에는 후자의 방식이 유용하다.

인간 두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좌반구는 논리적 분석적 사고에 능한 반면, 우반구는 비체계적 즉흥적 사고에 능하다. 우반구는 감정과 동기화를 담당하는데, 어떤 행위를 왜 하고 싶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를 제공한다. 좌반구는 어떤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전형적인 답을 제시하는 반면, 우반구는 비논리적이고 비실용적이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인간의 두뇌는 좌반구와 우반구가 제시하는 다른 성격의 답들 중에서 취사선택, 종합하여 최종적인 답을 의식에 떠오르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반구가 만들어 내는 비논리적이고 상식과 규범에서 벗어나는 답들은 거른다. 유연한 사고, 창조적인 사고는, 바로 이러한 두뇌의 거르는 과정 filtering 을 억제하는 데 있다.

유연한 사고는 구체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이완된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이완된 상태에서 작동하는 사고 작용은 인간의 두뇌의 기본 작동 양식 default mode of thinking 이다. 릴랙스하고 있을 때에도 우리 뇌는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구체적인 문제에 촛점을 맞추어 생각할 때와 작동 방식이 다른 것이다. 산보를 할 때, 샤워를 할 때, 꿀잠을 잘 때, 음악을 듣거나 바깥 경치를 보면서 편안히 휴식을 하고 있을 때가 바로 이 디폴트 모드가 작동할 때이다. 이렇게 이완된 상태에서 문득 그동안 집중적으로 생각했으나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떠오른다. 우뇌에 대한 좌뇌의 filtering 기제가 약화되고, 우뇌의 유연한 사고가 자유롭게 작동하고, 관점의 전환이나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유연한 사고를 촉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상하기,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처하도록 해보기, 다른 의견의 사람과 토론하기, 마음을 이완시키는 약물, 술 등을 섭취하기, 등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기를 수 있다. 유연한 사고를 촉진하려면, 엉뚱한 발상을 억압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엉뚱한 발상과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만, 성공적인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 저널리즘에 가까운 책이다. 다양한 기존 연구를 꿰어 맞추고 유머를 곁들이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술술 읽어 내려간다. 평이한 내용이다.

2024. 4. 15. 13:33

리타 카터 (장성준, 강병철 옮김). 2020(2019). 인간의 뇌. 김영사. 249쪽.

저자는 의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뇌의 구조와 기능, 뇌질환에 관해 그림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 도감이다. 뇌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총망라하고 있다. 뇌 해부학, 감각, 운동과 조절, 감정, 사회적 뇌, 언어와 의사소통, 기억, 사고, 의식, 뇌의 발달과 노화, 뇌질환 등으로 찹터를 나누어 설명한다.

도감답게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fmri 사진이 해설과 함께 많이 붙어 있지만, 이러한 사진들이 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본문의 서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알지 못한다", "분명치 않다" 등 이다. 과학계가 뇌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인간의 다른 기관과 달리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여하간, 그림이 없이 글로만 된 책을 읽을 때 보다 이해가 조금은 향상되는 듯하다.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이기는 하지만, 해설의 수준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2024. 4. 3. 15:12

Paul Krugman, Maurice Obstfeld, and Marc Melitz. 2012. International Economics, Theory and Policy. 9th ed. Pearson. 690 pages.

저자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로, 이 책은 국제경제학 분야의 대표적인 교과서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문, 즉 무역 부문과 환율과 거시경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부문은 다시 이론적 논의 분야와 정책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이론적 설명이 때로 어렵지만, 현실로부터 다양한 사례를 가져와서 설명하기 때문에, 국제경제의 현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 

무역 부분은 상대적으로 이해가 쉬우나, 환율과 거시경제 부분은 실물 부문보다 훨씬 복잡하여 이해가 쉽지 않았다. 결국 무역 부분만 꼼꼼히 읽고 이해한 반면, 환율과 거시경제 부문은 앞부문과 달리 제대로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무역부문을 읽느라 진이 빠져, 환율과 거시경제 부문을 읽으면서는 집중을 하기 어려워서 일 수도 있다). 평소에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대강 알고 있던 사항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론적으로 보다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연구와 통찰력이 집약된 대단한 교과서라고 감탄하며 읽었다. 나중에 여력이 나면, 환율과 거시경제에 관해 다른 쉬운 책을 먼저 읽고, 이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