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Bessen. 2015. Learning by Doing: the Real connection between innovation, wages, and wealth. Yale University Press. 227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근래에 왜 임금격차가 확대되는지,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도입해야 할지에 관해 서술한다.
새로운 기술은 소수의 엘리트 발명가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기술을 적용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험 속에 체화된 실용적 기술을 통해 발전한다. 기술 혁신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없는 시행착오와 개량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이루어진다. 처음 아이디어를 만든 발명가를 칭송하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실제 쓸모가 있는 기술로 구체화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점진적 개량 노력이 덧붙여져야 한다.
노동자들이 현장 경험을 통해 익힌 (on-the-job) 실용 기술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기계나 기술이라도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영국이 개발한 면직 기계를 일본과 중국에 수출했을 때, 영국의 기술자가 함께 따라왔음에도, 이 기계를 활용한 생산성에서 일본과 중국은 영국의 수준에 훨씬 못미쳤다. 일반 노동자들이 보유한 실용 기술은 엔지니어의 추상적 기술 못지 않게 생산성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특정 분야에서 기술의 변화가 빠르며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은 초기 발전단계에는, 노동자들이 실용적 현장 기술을 배우는 것을 꺼린다. 이 단계에는 보편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면 기술이 성숙하여 표준화가 된 단계에서는 노동자들이 구체적인 관련 기술을 배워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에 임금도 올라간다. 즉 기술이 아직 유동적인 단계에서는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엘리뜨 엔지니어에 머물 뿐 일반 노동자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한다. 1980년대 이래 정보통신기술은 아직 표준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관련 기술이 일반 노동자들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그 결과 일반 노동자와 엘리뜨 엔지니어 간의 소득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현장에 필요한 실용적 기술을 보유한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이러한 중간 수준의 기술을 갖춘 노동자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신기술로 인한 소득 불평등 확대를 줄이려면, 일반 노동자들이 신기술과 관련된 구체적 실용 기술을 익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전문대학의 기술 교육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민의 4년제 대학교육을 장려하고, 대학의 고급 연구활동에 재정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방향이 잘 못 되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하려면 기술의 공유를 장려해야 한다. 성숙한 단계에 도달한 기술은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유동적인 초기 단계의 기술에 대해 특허를 남발할 경우, 기술 개발을 방해하게 된다. 특허권을 엄격히 보호하는 정책은 표준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에게 유리하기에, 지금까지 미국의 특허 정책은 특허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는데, 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는 start-up에게는 매우 불리한 정책이다. 표준화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불확실한 기술의 경우, 특허권으로 보호하지 않아도 모방을 통해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반면, 서로 모방하면서 기술을 향상시키는 상승 효과가 더 크다.
미국의 20세기 주요 기술의 개발과정을 보면, 정부의 군사 용도의 기술 개발이 민간에 확산되는 과정을 거쳤다. TV, 컴퓨터, 인터넷, GPS, AI, 등 대부분의 핵심 기술은 군사용도의 기술 성과를 민간에서 받아 개량하면서 이루어졌다. 정부가 군사용도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면서 참여 기관과 연구자들 사이에 기술 공유를 적극적으로 장려했기 때문에 연구의 효율이 매우 높았다. 개별 기업은 자신의 연구 과정과 성과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자 공동체의 집단적 협력을 기대할 수없다. 근래에 미국의 군사 목적의 연구는 배타적 비밀주의를 엄격히 강요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높은 연구 효율과 민간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유럽보다 기술 개발이 활발한 것은, 기술과 기술자에 대한 사회전반의 우호적 분위기와 함께, 기술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정도가 유럽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기술 개량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 진다. 기술 개발은 소수의 엘리뜨 엔지니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일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개량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기술은 발전한다.
이책은 저자의 과거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이 실제 어떻게 쓰이고 개발되는지 이야기 한다. 학자가 쓴 글과 달리 이론적 논의보다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신 기술 개발이라는 것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저자는 실제 적용하면서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기술발전에 관한 기존의 이야기는 대체로 신화일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기술 개발은 엘리뜨 이론가나 골방의 발명가의 업적만으로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평이하지만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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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Mokyr. 1990. The Lever of Riches: Technological creativity and economic progress. Oxford. 304 pages.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이다. 이 책은 인류의 기술 발전의 역사를 조감하고, 왜 어떤 사회에서 어떤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다른 사회의 다른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설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18세기 후반 산업혁명기를 지나, 19세기를 산업 발전기를 거쳐 1914년까지 각 시기별로 에너지, 재료, 운송수단 등의 분야에 집중하여 기술 발전의 역사를 기술한다. 책의 후반부는 기술 발전의 사회적 메카니즘을 설명하는데 할당한다.
어떤 요인이 기술발전을 이끄는가? 자연자원, 임금수준, 경로의존, 종교, 가치관, 소유권 보호 제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혁신에 대한 반발, 국가와 정치, 인구 증가, 등의 요인을 차례 차례 검토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기술 발전에 기여 요인이기는 하지만, 어느 한 요인도 외생적 사건인 신기술 출현을 이끈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중국은 600~1200년대 당송 시대만 해도 기술 발전이 매우 활발하였으며 서구를 수백년 앞섰다. 그러나 1300년대에 명나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존재하던 기술도 퇴보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지 않는 기술 정체 상태를 오래동안 지속했다. 반면 서구는 1300년대 르네상스, 1400년대 발견의 시대, 1500년대 종교개혁, 등을 거치면서 그리스 로마 헬레니즘 시대의 지식을 되살리고, 중국과 이슬람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오고, 마침내 1700년대 중반 산업혁명을 통해 비약적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왜 어떤 사회에서 기술이 발전하는지 설명하려면 두가지 요인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기여하는 긍정적 요인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막는 부정적 요인이다. 모든 사회는 전통과 이에 기반한 기득이권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방법은 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손해를 보기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 한다. 새로운 기술로 이익을 보는 사람 winner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사람 loser 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저지하는 조직적인 세력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기술 혁신의 관건이다.
왜 중국은 정체된 반면, 서구는 계속 발전했을까? 두가지 요인을 핵심으로 든다. 첫째는 물질주의적 실용주의 materialistic pragmatism 세계관이다. 자연을 통제함으로서 물질적 풍요를 높일 수있으며,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목적에서 지식을 접근하는 관점이다. 이는 도덕적 가치, 미적 가치, 지적 가치, 종교적 가치를 삶과 지식에서 우선시하는 세계관과 대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럽은 다른 사회와 달리 물질적 실용주의가 정착하게 되었을까? 유럽에서도 중세까지 기독교 신앙은 금욕과 세속 부정의 교리를 설파했다. 그러나 근세로 오면서 기독교의 교리는 변하였다.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하느님의 영광을 실현하는 행위로 보는 기독교 교리가 세속적 경제활동과 결합하면서, 물질주의적 실용주의가 정착하였다. 반면 인도의 힌두교, 중국의 불교와 유교는 물질주의적 세계관을 거부하였으므로, 인간의 복리를 높이기 위한 자연의 물리적 탐구와 기술적 조작이 권장되지 않았다.
둘째는 유럽의 다원주의적 사회이다. 유럽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으며 서로 간 경쟁관계에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 나라에서 억압을 받더라도 이웃 나라로 도피하여 뜻을 펼수 있기에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것에 대한 억압이 철저할 수없었다. 유럽은 중국과 달리 새로운 것이 숨쉴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열려 있었다. 물론 여러나라로 분열되어 있으면 갈등과 전쟁의 비용이 엄청날 수있지만, 유럽은 전체로 볼 때 다원주의의 이익이 피해보다 더 컸다.
세번째 요인은, 왜 유럽에서도 영국이 먼저 산업 혁명에 착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요인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발명가 기술자들은 중류층 출신인데, 이들이 대륙의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프랑스는 귀족과 빈농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한 반면,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중류층 상공인들이 증가했는데, 이들이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영국의 정치 지배층은 지주들이었는데, 이들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이 아니었으므로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여 기존의 방식을 뒤업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영국의 지주들은 상공인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보았으므로,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억압하였다. 반면 중국에서는 지주와 관료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이 상공업 계층이 기술발전을 통해 부를 쌓아 힘을 축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주와 관료 계층은 기존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기술 발전의 싹을 엄격히 틀어 막았다. 사실 영국과 서구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반발과 억압하려는 노력이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서구는 중국과 달리 기술 발전을 틀어막는데 실패했다.
네번째 요인은, 영국의 기술발전은 민간이 주도하여 이루어졌으며 시장 경쟁이 기술발전을 이끈 동력이었다. 반면 중국은 고대부터 국가가 큰 사업을 주도하고 기술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회였다. 중국에서 민간의 사업은 국가의 보호아래 독점적 사업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지배층 특히 통치자의 의지에 따라 기술 개발이 억압되었다.
기술 혁신의 선두에 선 나라가 그런 다이나믹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는 없다 (Caldwell's Law). 기술 발전의 선두에 섰던 영국은 180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독일과 미국에 기술 개발의 기수 지위를 넘겨주고 국력이 쪼그라 들었다. 기술 발전이 계속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기에 부가 확대될 수 없다. 기술 혁신이 오랫동안 계속 지속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의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점차 몰아내고 자신들이 기득권층으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들은 다음 세대의 새로운 기술 발전을 저지하는 세력이 되기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서 뒤쳐져 있던 나라가 선두에 선 나라들을 모방하고 따라잡으면서 선두 자리를 대체한다. 서구 전체로 보면 산업기술의 발전이 영국에서 시작되어, 대륙과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지금까지 서구가 세계 다른 지역에 앞서 기술 발전의 선두를 계속 유지한 것이 지난 300년간의 역사이다. 서구 나라들 사이에 경쟁이 기술 발전의 동력을 계속 유지시킨 것이다. 현재 미국이 기술 발전에서 가장 앞서 있는데, 후발국인 중국이 일부 기술 분야에서 서구를 따라잡고 앞서는 현상이 관찰된다. 앞으로 서구가 서구이외의 지역에 의해 따라잡히고 뒤로 물러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하였으며, 신기술에 대한 반발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사회가 다양성을 잃거나 폐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기술 발전은 정체하게 된다. 서구 사회는 여러 나라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다양성과 개방성을 계속 유지했기에 세계의 다른 지역과 달리 기술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서구의 기술발전을 연구한 최고의 전문가답게, 저자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통찰력을 제공한다. 서술이 명료하고, 주제와 관련해 밝혀진 것과 의심되는 사항을 비교하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면서 몰입하게 되는 정말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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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Ridley. 2020. How Innovation works: and why it flourishes in freedom. Harper Collins. 373 pages.
저자는 과학을 주제로 여러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중요한 혁신의 사례를 검토하고 혁신에 관한 사회 현상을 기술한다. 혁신의 범주로 에너지, 보건, 운송, 식량, 저수준 기술의 혁신, 통신과 컴퓨터로 구분했으며, 선사시대의 혁신을 추가하였다. 인류 사회는 주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물질적 풍요를 만들어 냈다. 책의 후반 3분의 1에서는 혁신을 둘러싼 사실의 일반화를 전개한다.
혁신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오랜 시간의 발견과 지식이 축적되면서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듬어지는 것이다. 실패가 없이 찾아오는 완성된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이한 범주의 지식을 새로이 조합하면서 혁신의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다양함을 허용하는 문화가 아이디어의 탄생을 촉진한다. 혁신은 팀워크의 소산이다. 특정 발명가가 단독으로 해내는 혁신이란 신화이다. 중앙집중의 강력한 권력이 지배하는 정치에서보다 여럿으로 나누어진 권력 환경이 혁신을 탄생시키는 들어내는 데 유리하다. 왜냐하면 모든 혁신은 기득권자의 반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과거보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경제성장의 열쇄는 혁신에 있다. 혁신이 없다면 경제성장은 중단될 것이다. 생산요소를 증가시키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혁신은 과학의 발전보다 선행한다. 과학은 혁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혁신은 도태되는 분야에서 실업을 유발하나 새로 탄생하는 분야에서 고용을 늘리기 때문에, 전체로 보면 사람들이 전에 못지 않게 일하면서 더 많이 생산하는 사이클을 형성한다.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노동 시간은 점차 줄어든 반면, 노동의 질은 높아졌다.
혁신은 항시 반발을 유발한다. 혁신은 기득 이권을 허물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항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발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여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근래에 서구 사회에서도 혁신을 막는 경우는 흔히 발생했다. 유럽에서 유전자변형식물 GMO를 막는 것이나, 핵발전을 막는 것이나, 유전자 편집을 통한 개량종의 탄생을 막는 것이 그것이다. 핵발전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서 핵발전 기술이 시행착오를 통해 개량되는 길을 막아버렸다. GMO나 유전자 편집을 막는 것은 이념적인 이유와 더불어 환경단체를 포함해 이를 반대하는 집단의 이익 때문이다. 모든 가능한 위험을 고려해 새로운 혁신을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은 혁신을 막는 길이다. 기존의 것들도 위험과 이익의 균형 속에서 존재하는데, 새로운 혁신에 대해서만 혁신이 가져올 이익은 도외시하고 가상적 위험에 큰 비중을 두어 평가하는 정책은 기득이권을 보호하는 방편에 불과하다. 혁신을 일단 수용하면서 유발되는 위험에 대해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해나가는 태도가 혁신의 탄생을 촉진하는 길이다. 혁신이 그것이 유발할 가상적 위험에 철저히 안전하다는 것을 혁신자에게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는 혁신을 질식시킨다. 혁신은 불완전한 과정의 연속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 항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것은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체제로 바꿀 때 혁신이 촉진된다. 유럽이 전자에 해당하며, 미국이 후자에 해당한다. 유럽이 새로운 것을 사사건건 규제하기 때문에 근래에 일련의 기술 혁신 과정에서 유럽은 미국에 크게 뒤쳐졌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싶은 인재는 유럽을 버리고 미국에 간다. 혁신은 사람들 사이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실험을 허용하고 시행착오를 장려하고 실패에 관대한 사회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현재의 엄격한 지적재산권은 혁신을 막는 역기능을 낳았다. 지적 재산권은 혁신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서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을 촉진한다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혁신자의 아이디어 소유권을 지나치게 보호함으로서 혁신의 확산과 후속 개량 작업을 가로막는다. 혁신을 추구하는 동기는 금전적 이익도 있지만, 혁신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성취감 때문이다. 혁신은 오랜 기간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특정 개인에게 혁신의 소유권을 전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혁신의 소유권을 제한할 때, 혁신의 확산과 개량이 더 넓게 더 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역사는 증명한다.
20세기 후반 들어 혁신이 둔화되고있다는 주장에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냈으며, 유전자 편집기술은 농업혁명과 의료 혁신을 가져왔다.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의 세상은 이러한 혁신 덕분에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제시하는 글을 쓰기에 그가 내는 책은 번번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 역시 혁신에 대해 전반적 조망과 함께 통찰력을 제시한다. 자유와 다양성을 허용하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융성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유럽이 왜 미국에 뒤쳐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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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ren Bennis and Patricia Ward Biederman. 1997. Organizing Genius: The Secrets of creative collaboration. Basic Books. 218 pages.
주저자는 경영학계의 구루라고 지칭되는 학자이며, 이 책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획기적인 업적을 이뤄낸 사례들을 통해 어떻게 그러한 것이 가능했는지 설명한다. 다음 여섯개의 사례가 집중적으로 거론된다. 디즈니사에서 백설공주를 극장판 만화영화로 제작한 것, 제록스사의 PARC 연구소에서 퍼스널 컴퓨터의 신기술을 개발한 것, 1992년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운동 지원조직, 록히드사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 것, 블랙마운틴 실험 대학을 만든 것, 핵무기를 개발한 맨하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모든 사례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었으며,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은 이후 각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를 불러 왔다. 이 책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에는 인재가 핵심이다. 이러한 집단을 이끈 지도자 본인이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어서 구성원이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 프로젝트를 이끈 지도자는 당면 과업의 참여자로 각 분야에서 최고로 뛰어난 사람만을 선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럼으로서 각 프로젝트에 선발된 사람들은 선발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만큼이나 뛰어나다는 확신을 가지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헌신한다. 각 프로젝트의 지도자는 본인 자신이 뛰어난 전문가이므로 각 분야에 최고의 사람을 찾아내서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도자의 프로젝트에 함께 일하자고 권유 받았을 때, 각 분야에 뛰어난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박에 알아차리고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였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각 분야에 뛰어난 전문가이며 프로젝트의 달성에 헌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세세히 통제할 필요가 없다. 지도자는 그들의 능력과 관심에 맞게 적재적소에 일을 배치하고, 그들의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고 조정하고 조언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조직들의 공통점은 참여자들 서로간에 진솔하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발전시키도록 함으로서 참여자들의 능력이 모아져 시너지를 만들어 내도록 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매주 모여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기탄 없이 서로 의견을 구하고 토론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아이디어가 불꽃튀게 타오르며, 당면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프로젝트의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진전해가는 것을 체감하면서 집단의 목표에 한층 더 매진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의 모든 것을 바쳐 집단 목표를 달성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까지 집단 흥분 상태에 쌓여 있다. 개인의 가족과 사생활을 희생하고 자신의 커리어 개발을 일시 정지하면서까지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헌신한다. 그들은 행정상의 잡일이나 외부로부터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나 주어진 과업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환경 속에서 일한다. 프로젝트 팀은 주변 환경과 단절된 별도의 공간에서 일하며, 다른 조직과 복잡하게 연결되지 않은 별동대로 일한다. 지도자는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연결점이며, 그는 외부의 간섭이 조직원에게 가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직을 방어한다.
그들이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일 자체가 가져다주는 의미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사명감 속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그들은 대부분 매우 젊고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보면 불가능해보이는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일할 수있다. 그들이 하는 프로젝트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작업이므로 숫한 난관과 좌절에 부닫치는데, 이를 함께 이겨내면서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혼자서라면 아무리 해도 이렇게 복잡한 일을 해낼 수 없다. 그들은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혼자라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일한다. 그들은 훗날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때로 기억한다. 참여자들이 이렇게 집단 흥분 상태에서 자신을 소진시키기에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나면 이러한 조직은 해체되거나, 보다 안정적인 다른 조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경험일거라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실패의 쓴맛을 보고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저돌적으로 헌신을 할 수없다고 지적한다. 문제에 부딛치고 좌절할 때 불가능하다는 생각,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아이디어, 결국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회의 등이 머리를 스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면서 일할 수없다. 여기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성공한 사례들이지만, 그렇게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서 헌신적으로 몰두했음에도 실패한 사례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 소개한 블랙마운틴 실험대학은 어찌 보면 실패한 사례이다. 그럼에도 실패를 떠나서 인생에 한번쯤은 자신을 모두 바쳐 헌신해보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하며 자신이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일에 완전히 빠져 사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99%의 평범한 사람들(mediocre)에 속하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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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hn H. Lienhard. 2006. How Invention begins: Echoes of old voices in the rise of new machines. Oxford University Press. 242 pages.
저자는 기계공학과 역사를 전공한 교수다. 이 책은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비행기, 증기기관, 금속활자라는 세가지 발명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발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발명의 과정을 gestation, cradle, maturation이라는 세단계로 파악한다. gestation 즉 태아가 발생되는 단계에 오랜 기간 동안 아이디어가 조금씩 쌓이며, 이렇게 무르익은 아이디어가 마침내 구체적인 시도로 실현되는 요람 cradle 의 단계에 이른다. 발명의 초기단계는 아직 결함이 많은데, 점차 다듬어져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성숙 maturation 의 단계에 도달하며 이후에는 큰 변화없이 유지된다.
발명은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전개되는 과정의 산물이므로 특정 발명가에게 발명의 공을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그롯되다. 라이트 형제가 독자적으로 비행기를 발명한 것이 아니며,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을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며, 구텐베르크가 금속 인쇄술을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무르익은 단계에 도달하면 (그는 이를 '시대정신' Zeitgeist 이라고 표현하는데), 특정 발명가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유사한 발명을 할 것이다. 한 가지 발명은 그와 연관된 다른 발명으로 이어지며 아이디어의 축적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특정 인물이나 특정 발명을 아이디어 발전의 연속선으로부터 콕 집어내는 것은 어느 정도는 자의적이다.
20세기 이전까지 과학적 이론과 설명은 발명품이 출현한 후에 이를 이해하기 위한 후속 과정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특정 발명가가 이리저리 두드려보면서 (tinkering) 홀로 독립적으로 발명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신 집단적으로 연구소에서 과학적 이론을 적용하면서 과학자와 공학자가 협업하여 발명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도체, 집적회로, 컴퓨터가 대표적 사례이며, 제트기나 화학약품의 발명도 그러하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연구 개발을 하면서 발명과 개량의 주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18세기에 증기기관 발명의 연원은 그리스시대에 공기는 물질이라는 인식과, 이후 증기가 일을 할 수있다는 아이디어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증기의 힘을 어떻게 그 시대의 당면한 필요에 부합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시도한 결과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18세기에 영국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었다. 서구에서 첫번째 에너지 위기는 13세기 초반에 왔는데, 철을 녹이기 위해 그당시까지 나무를 썼는데 유럽의 나무 자원이 고갈되었다. 이 에너지 위기는 나무 대신 석탄을 사용하면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석탄을 500년가까이 사용하자, 석탄을 채굴하는 갱도의 깊이가 해수면에 도달하게 되어 더이상 석탄을 채굴할 수 없게 되었다. 해수면 아래로 파들어가 석탄을 채굴하려면 물을 퍼내야 하는데 그당시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 덕분에 광산에서 물을 퍼내는 문제가 해결됨으로서 당면한 에너지 위기가 해결되었다.
증기의 힘을 활용하는 다음 단계는 속도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원적 욕구를 만족시켰다. 인간의 갈망(desire)은 필요(needs)와는 다른 행위 동기이다. 빨리 이동하지 않아도 인간은 생존할 수있지만, 빨리 움직이고 싶은, 속도감을 느끼고 싶은 갈망은 일단 이를 충족시키는 발명품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것이 된다. 비행기 역시 인간의 날고 싶어하는 본원적 갈망의 소산이다.
금속 활자 인쇄술의 발명은 인류에게 증기기관 못지 않게 큰 영향을 미쳤다. 1450년경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하여 성경을 인쇄함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지식을 쉽게 습득하는 길을 열었다. 1500년대에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이나,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 또한 효율적인 인쇄술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엄청나게 많은 책이 생산되고 그 결과 보통 사람의 지식 수준이 높아졌기에 가능했다. 미국인들은 인쇄물을 읽는 열의가 대단하였고 문자 해독률이 높았다. 미국은 일찍부터 교육이 널리 보급되었고 벽지에서는 통신 교육을 통해 배움을 얻으려는 열의가 높았는데, 이는 모두 저렴한 비용으로 인쇄물을 쉽게 획득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발명가는 돈을 벌려는 욕심때문에 발명에 매진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려는 생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몰두하는 것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때문에 밤낮으로 매진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때 맛보는 희열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발명의 근원을 체계적으로 파헤치기보다는 저자 본인이 기계 공학자로서 오랜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을 서술하려 한다. 사례와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아가며, 때때로 유명 문호의 시를 인용하면서 감정적 접근을 시도한다. 서구의 사례만 인용하기 때문에 발명의 역사를 균형있게 다룬 책은 전혀 아니다. 이야기와 함께 삽화가 많이 나온다. 재미로 읽을 거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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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er Isaacson. 2014. The Innovators: how a group of hackers, geniuses, and geeks created the digital revolution. Simon & Schuster. 488 pages.
저자는 과거에 시사주간지 타임즈의 편집장을 지내고 전기작가로 몇권의 베스트 셀러를 냈다. 이 책은 컴퓨터와 연관된 처음부터 최근까지의 역사를 사람 중심으로 풀어쓴 글이다.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바이런 시인의 딸인 아다 러브레이스로 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시적인 감성과 과학에 대한 열정이 결합된 여성으로, 그당시 화제를 모았던 찰스 베비지의 계산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19세기 말에 자카드기 방적기에서 아이디어를 딴 펀치카드 시스템을 적용한 계산기가 인구센서스를 집계하였다.
컴퓨터의 발명은 2차세계대전의 소산이다. 전쟁중에 적군의 암호를 풀 목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독자적으로 컴퓨터를 발명했다. 필요와 능력과 자원이라는 삼요소가 결합되었을 때 발명이 이루어진다. 관련 아이디어가 이미 돌아다니고 있을 때, 발명가는 이를 구체화시킨다. 어떤 발명에나 공을 이룬 인물은 있지만, 대부분의 발명은 집단적 노력의 소산이다. 특히 두 사람이 결합하여 효율적인 팀을 만들었을 때 좋은 발명품이 나온다. 반도체, 집적회로, 소프트 웨어, 퍼스널 컴퓨터가 그러한 두명의 뛰어난 팀들의 소산이다.
1940년대에 컴퓨터가 발명되었으며, 1950년대에 반도체가 발명되고, 1960년대에 집적회로가 발명되고, 1970년대에 퍼스널 컴퓨터가 발명되고, 1980년대에 일상 업무에 컴퓨터가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 웹과 검색엔진이 발명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디지털 혁명의 공통점은 엔지니어가 변화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세일즈맨이나 금융맨이 주도했다면 이러한 비약적인 발명은 가능하지 않았다. 상상력이 풍부한 엔지니어가 미래를 예상하고 열정적으로 만들어냈다. 정부의 지원, 시장의 이윤 동기, 자원봉사자의 헌신이라는 세가지의 상이한 방식이 모두 적용되면서 발명을 이끌어 냈다. 어느 한 방식만 지배했다면 이러한 변화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은 컴퓨터와 관련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커버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서술이 산만하고 지루했다. 무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였으며, 등장인물의 성격과 에피소드 중심으로 서술한 점에서 전기 작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디지털 혁명 자체에 촛점을 맞추었으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매우 다른 책이 되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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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 Johnson. 2014. How We got to now: six innovations that made the modern world. Riverhead Books. 255 pages.
저자는 대중과학 작가로 이 책은 미국의 PBS 방송국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후속으로 저술한 책이다. 식물이 생식을 하기위해 아름답고 달콤한 꽂으로 곤충을 유인하고 그에 맞추어 곤충은 꽂의 꿀을 잘 빨아먹도록 진화했다. 벌새는 공중에 멈춤 비행을 하면서 꽂의 꿀을 빨아 먹도록 날개 구조를 진화시켰다. 저자는 서두에 이 예를 제시하면서, 한 발명은 그에 맞는 다른 발명을 이끌고, 이것이 다시 다른 발명을 이끌면서 결국 처음 발명 시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이야기한다.
유리(glass)는 이집트 시대에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르네상스시대에 렌즈의 발명으로 이어졌고, 이는 안경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15세기에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으로 출판물 가격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글을 읽게 되고, 돋보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었다. 렌즈는 망원경의 발명으로 천문학 발달을 가져왔으며, 현미경의 발명으로 병원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어, 의학의 발전과 건강 수준의 향상을 이끌었다. 한편 유리는 거울의 발명으로 이어졌는데, 거울은 사람들이 자신을 인식하는 사고방식을 조장하였고 개인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유리는 근래에 광섬유의 발명으로 이어지고, 이는 반도체의 인쇄기판의 재료가 되었고 인터넷이 보급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근래로 올수록 유리의 실리콘은 탄소, 수소, 산소 못지 않게 인류의 문명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추위(cold)는 겨울에 어름을 저장했다 여름에 사용하는 산업을 20세기 초까지 번창시켰다. 인조로 냉기를 만드는 발명은 19세기 말에 태동하여 20세기 중반에 냉장고의 발명을 낳았고, 이어 에어컨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에어컨은 미국 남부로 인구가 이동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는 미국의 정치지형을 변화시켰다.
소리(sound)를 기록하는 아이디어는 19세기에 구체화되어 에디슨의 축음기로 이어졌다.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전송하는 아이디어는 전화의 발명을 가져왔다. 한편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기록하는 아이디어는 이차대전 중에 전화 통화를 암호화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이후 CD, DVD, streaming service 로 진화하였다. 한편 진공관을 통해 소리를 증폭하는 발명은 히틀러의 나찌 운동과 마틴루터킹이 주도하는 민권 혁명에 기여했다. 소리를 물속에서 전송하는 아이디어는 소나(sonar)의 발명을 이끌었다.
청결(clean)을 높여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 전염병의 발생을 줄이는 것은 19세기 하수도와 상수도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19세기 후반 비누의 보급과 자주 씻으므로서 개인 위생을 높인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확산되었다. 20세기 초반 수도물을 클로라인으로 소독하는 발명을 통해 전염병이 현저하게 줄었다.
시간(time)을 측정하는 일은 르네상스 시대에 시계의 발명으로 가능해졌다. 시계는 시간을 절약하고 삶의 리듬을 시계에 맞추는 사회 관습을 낳았다. 시계는 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time discipline) 현대 생활을 나았다. 공장의 노동자들은 시간에 따라서 보수를 받게 되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 대륙간 철도가 개통되면서 지역간 시간을 통일시켜야 할 필요가 높아졌으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영국의 그리니치를 중심으로 한 표준 시간대(GMT)를 설정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빛(light)은 오랫동안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어 인간의 생활을 제한하였다. 인공 조명을 찾는 인간의 노력은 19세기 말까지 고래 잡이 산업을 활성화시켰으며, 19세기 말 전등의 발명을 가져왔다. 전등은 40년 이상 유럽과 미국의 여러 발명가들이 조금씩 아이디어를 개량시켜서 만든 것이지 에디슨이 발명한 것이 아니다. 전등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는 해가 지면서부터 해가 뜰 때까지 긴 시간을 잤다. 그러나 밤 동안 쭉 수면한 것이 아니라, 밤을 둘로 나누어 첫 잠을 자고 중간에 깨서 집안에서 활동하다 다시 두번째 잠을 자는 습관을 가졌다. 20세기 초에 발명된 마그네슘을 태워서 일시에 밝게 만드는 플래시 라이트는 뉴욕 빈민가의 비참한 생활을 사진에 담을 수 있게 하여 빈곤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진보주의 운동의 흐름 속에서 빈곤관련 개혁을 촉발시켰다. 네온의 붉은 색 빛은 네온 사인을 발명시켰으며, 레이저 빛은 20세기 중반 바코드 스캔의 발명을 거쳐 유통업의 혁명을 가져왔다.
한가지 발명은 그와 연관된 가능한 발명의 공간(the space of possibility)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새로이 가능한 발명의 공간 내에서 조만간 후속 발명이 이어지며, 이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아간다. 한가지 발명은 단독 연구자의 고독한 작업결과가 아니라, 연관된 네트워크의 고리의 일부이다. 새로운 발명은 다양한 성격의 아이디어가 만나고 조합되면서 태어난다. 때때로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는 기존의 지식 영역의 주변에 위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넘보는 사람이다.
이 책은 과학관련 이야기 거리를 모아놓은 흥미 위주의 책이다. 글이 쉽게 읽힌다는 장점은 있으나, 피상적 내용의 한계가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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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a Sobel. 1995. Longitude: The tru story of lone genius who solved the greatest scientific problem of his time. Bloomsbury. 175 pages (pocket edition).
대중 과학서를 저술하는 작가가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여 흥미있게 풀어낸 책. 17세기 초까지 뭍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경도를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항해하는 방향과 거리를 기록하여 이를 바탕으로 경도를 추측하였는데, 이 방법은 험한 바다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 배의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사고가 흔히 발생하며 많은 사람이 죽었다.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경도를 측정하는 문제는 그 시대에 긴급히 풀어야 할 과제였다. 18세기 초반 영국 국왕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현재 가치로 2만 파운드, 한화로 140억원 상당의 상금을 걸었다. 그시대에 유럽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모두 이 문제를 푸는데 매달렸다.
천체를 관찰하여 현재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이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제시되었다. 목성의 위성들이 목성을 회전하는 주기를 관측하거나, 달과 태양 및 다른 별과의 거리를 관측하여 현재의 위치를 측정하는 일에 그 당시에 유명한 과학자들이 매달렸다.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오차를 가지고 근접한 측정 결과를 산출하였다. 그러나 이 방법은 별자리를 측정하는 데 노력을 많이 요하며,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하며, 계절과 시간과 위치에 따라 복잡한 보정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
천체를 관측하는 방법 이외에 시계를 이용하여 위치를 측정하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지구는 360도에 24시간으로 구성되므로, 1시간의 차이는 15도의 차이에 해당한다. 기준 지점의 시간과 현재 위치의 시간을 비교하여 차이를 구하면 위도를 알 수 있다. 현재 위치의 시간을 아는 것은 비교적 쉽다. 지구 어디에서나 해가 정남에 위치하는 때, 혹은 해가 수평선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한 때가 정오이다. 기준 지점에서 맞춘 시계를 계속 가지고 다니면 기준 지점의 현재 시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당시의 시계는 정확도가 높지 않았으며, 진자를 이용한 시계는 계속 흔들리는 배위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존 해리슨이라는 무명의 기술자는 1730년에 태엽이 풀리면서 작동하는 시계를 처음으로 발명하였다. 그러나 시계를 이용하여 경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그당시 학계를 지배하던 사람들이 천체를 관측하는 방법을 선호했기 때문에 정당한 계측 방법으로 인정되기까지 수십년을 기다려야 했다. 정부의 경도 측정 위원회를 장악한 사람들은 해리슨의 시계를 검증하는 것을 방해하고 새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해리슨은 이러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계속 개량을 거듭하여 그의 아들대에 이르러 마침내 정당하고 실용적인 측정방법으로 인정되고 상금을 받았다.
이 책에서 존 해리슨은 무명의 배경 출신으로서 자신의 기지와 불굴의 의지로 홀로 권력과 맞서 싸워 승리하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가벼운 읽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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