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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착취'에 해당되는 글 1건
2020. 3. 18. 17:52

Steven Hill. 2015. Raw Deal: How the uber economy and runaway capitalism are screwing American workers. St. Martin's Press. 26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로 미국에서 근래에 Uber, Airbnb, TaskRabbit, 등과 같은 공유경제 사례가 늘면서 임시직 일자리가 증가하는 현상을 상세히 기술한다. 우버나 태스크래빗의 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의 조세 분류 범주를 인용해 이들이 지배하는 경제를 1099 Economy라고 칭한다. 우버의 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우버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임시직 노동자이다.

중계 플랫폼에 의지해 일하는 노동자는 일반 직장의 정규직 근로자가 누리는 일자리의 안정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낮은 임금을 받는다. 이에 더하여 의료보험, 사회보장보험, 실업보험과 같은 비임금 혜택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는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 덕분에 엄청난 이익을 거둔다. 이는 노동자를 착취하여 누리는 정당하지 못한 이익이다. 플랫폼 회사는 노동자를 착취할 뿐만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종 업계의 회사와 불공정 경쟁을 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통적 회사의 서비스와 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주장하는 '파괴적 창조 creative destruction'은 타당하지 않다. 

TaskRabbit은 일을 제공하는 사람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중계하는 플랫폼인데, 일을 제공하는 사람 사이에 일의 단가를 낮추는 경쟁을 촉발시킨다. 일을 하는 시간만 포함될 뿐, 일의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일과 일 사이에 비는 시간은 보상이 되지 않기에 매우 불안정하고 낮은 보상을 준다. 결국 노동자의 기술이나 서비스의 질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가정부, 청소부 등의 일만이 이러한 플랫폼에서 살아 남는다. 이러한 일을 중계하는 플랫폼은 전통적인 일자리 중계업소와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며 중개의 효율성도 크게 높지 않다.

공유경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장밋빛 전망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현재까지 공유경제는 대단한 효율의 혁신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플랫폼 노동자는 과거의 전통적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공유경제의 미덕으로 칭송되는 자유, 독립성, 신뢰, 환경친화적, 등의 수식어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프리랜서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실은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일반 회사에서 일을 외주로 돌림으로서 비용을 줄이고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 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직원이 하던 일을 외주 회사에 고용된 사원이 파견 형식으로 맡아서 한다. 이들에게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찾아볼 수 없으며, 노동의 높은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에 노동자를 회사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보던 시각으로부터, 쉽게 갈아치울 수 있는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으로 변하였다. 

임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자본과 경영에 대항해 노동자의 협상력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힘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노동자의 집단행동의 가장 큰 무기는 스트라이크인데, 개발도상국으로 공장과 일자리가 속속 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는 곧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경영자에 대항해 노동자의 몫을 지킬 수단이 없기에, 부는 점점 더 경영자와 자본가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체 생산에서 노동자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있으며,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반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의 몫이 줄고 소득불평등이 높아진다면, 결국 1920년대의 대공황과 마찬가지로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경제가 파탄날 것이다.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착취적 노동관행이 기술 발달에 힘입어 더욱 심화되어 모든 노동이 유연화된다면, 이를 Economic singularity라고 칭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자는 물론 자본가에게도 큰 해를 미칠 것이다.

저자는 노동의 유연화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 유연한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도록 하는 사회 제도을 제안한다.플랫폼 노동자나 임시직, 비정규직 일자리는 한개의 회사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 고용에 따라오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의료보험, 사회보장비용, 실업보험, 유급병가, 유급휴가 등을 모두 합치면 임금의 3분의 1에 달한다. 미국에서 이러한 비임금 혜택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로부터 분리하여 별도의 기금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노동자 개인별 '개인보장계정 Individual Security Account' 를 만들어서 플랫폼 회사나 임시직을 고용하는 회사가 임금에 더하여 이 계정에 추가적으로 기여를 하도록 의무화한다. 그러면 플랫폼이나 임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시간에 비례하여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의 비임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개인보장계정을 모아서 관리하는 단체는 정부의 엄격한 관리하에 둔다. 이렇게 한다면 현재와 같이 비임금 혜택을 지불하지 않고 임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점은 사라질 것이기에, 임시직 노동은 줄어들 것이다. 추가적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유연 노동이 필요한 회사만이 임시직을 고용하는 관행이 정착할 것이다.

저자는 유럽과 같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사회보장 체계가 미국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급 병가, 유급 출산 휴가, 유급 휴가, 양육시설, 등의 복지제도뿐 아니라 직업 훈련, 취업 알선과 같은 적극적인 노동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높이는 것이 보다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고,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이 책은 상세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해서 현장의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플랫폼 노동이나 임시직 파견 노동과 같이 노동자의 상황이 열악해지는 반면 자본과 경영의 힘은 강해지는 근래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선진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열악해지는 것은 개발도상국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선진국 노동자에게는 불행한 일일지 모르나, 그 덕분에 한국과 중국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었고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가져왔다. 회사에 대한 노동자의 충성이 필요하지 않고 플랫폼 노동과 임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기술 발달 덕에 노동자의 노동의 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과거와 달리 낮은 기술수준으로 후한 보상을 주는 일자리는 사라지고, 이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득세하고 정치가 불안정해졌다. 불평등이 높아지면 결국 파국을 맞을테고, 이후에 어느 정도 재정비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제삼세계의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화를 거꾸로 하지 않는한, 선진국 중하층 노동자의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이나 임시적 비정규직 노동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이들 선진국 중하층 노동자의 보상의 수준을 낮추어 개발도상국 노동자와 격차를 줄이는 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만 본다면 노동자의 착취와 불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개발도상국을 포함해서 전세계적으로 본다면 반드시 불공정이 확대된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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