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Levine. 1997. A Geography of Time: the temporal misadventures of a social psychologist. Basic Books. 224 pages.
사회심리학자인 저자가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시간관념에 대해 연구하고 장기간의 여행을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생각을 서술한 책이다. 미국인인 저자가 브라질의 대학에 취직하여 갔을 때 그곳 사람들과 접하면서 받은 충격에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인의 시간관념은 엄격한 반면, 브라질 사람들은 느슨한 시간관념을 갖고 있다. 과거에 코리안 타임을 연상케 한다. 브라질 사람들의 삶의 속도는 미국인의 비해 느리다.
엄격한 시간관념을 가진 사회는 산업화되었으며,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며, 평균적으로 잘 살며, 서구 문화권에 속한다. 반면 느슨한 시간관념을 가진 사회는 산업화 정도가 덜하며, 집단주의 가치관이 지배하며, 소득 수준이 낮으며, 비서구 문화권이다. 전통 사회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적인 화합을 효율성보다 중시한다. 전통 사회에서는 시간은 돈이라는 가치관을 경멸하며, 효율을 희생하더라도,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해도, 일이 계획한대로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 시계에 따라 시간과 일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event)이 벌어지는 대로 따라간다. 물론 그런 사회에서는 설사 성사된다고 해도 일이 느리게 전개되며, 많은 경우 성사되지 않고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삶의 템포가 빠른 사회와 템포가 느린 사회 중 어느곳의 삶이 더 질이 높을까? 저자는 일견 느린 템포의 삶이 더 바람직하다는 뉘앙스의 서술을 한다. 그러나 그런 사회에서는 많은 일을 할 수 없고, 그 결과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지 못한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삶의 템포가 빠르고 스트레스가 많은 삶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가 여행하고 경험한 비서구 전통사회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그의 입장은 순진한 낭만으로 보인다.
저자는 일본 사회를 이상적으로 본다. 일에 중독된듯 보이지만 서구와 달리 장시간 노동의 스트레스가 건강 악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서로 챙겨주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내가 속한 집단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며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견딜수 없는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구의 개인주의 사회에서 장시간 노동은 개인을 파괴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반면,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나를 보살피고 내가 보살펴주는 나의 확대된 가족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이 개인을 파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그는 일본의 과로사 문제를 언급하기는 한다.
긴장도가 높고 템포가 빠르게 살아가는 소위 A 형 인간이 반드시 건강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의 시간관념과 그가 속한 사회의 시간관념이 맞지 않을 때가 문제이다. 예컨대 삶의 템포가 느린 사회 출신의 사람이 서구의 빠른 템포의 사회에서 살려면 힘들며, 반대로 서구의 빠른 템포에 익숙한 사람 혹은 A 형 인간이 느린 템포의 사회에서 살려고 한다면 속터져서 살수 없다. 서구에서도 지역에 따라 삶의 템포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성격과 그 사회의 관행이 부합하는 사회에서 살 때 행복할 수 있다.
저자는 문화적 상대주의의 입장이다. 각 사회와 문화의 고유한 시간관념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화가 진전된 요즈음 별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아니다. 개인적인 일화나 여러 책으로부터 인용을 많이 하나, 서술이 산만하며, 피상적인 주장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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