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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분배'에 해당되는 글 1건
2024. 6. 6. 07:58

J. Bradford DeLong. 2022. Slouching Toward Utopia. Basic Books. 536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1870년에서 2010년까지 서구,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사를 서술한다.

1870년대는 맬더스의 주장, 즉 생산성의 증가가 인구 증가를 앞지를 수 없기 때문에, 인류는 빈곤과 비참속에서 간신히 생존을 지속하는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주장이 틀리게 된 시점이다. 인류는 조직적 연구를 통한 기술 발전 (research and technology)과 대규모 경영 조직(large corporation)의 주도 덕분에 생산성 증가가 인구 증가를 앞서게 되었으며, 이후 생존 수준을 넘어선 풍요를 구가하게 되었다.

1870년 이래 엄청난 부의 창출을 이끈 또 다른 요인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이다. 시장은 모든 참여자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crowdsourcing) 기제이며, 다른 어느 체제보다도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인류가 이전에는 보지 못한 규모의 부를 만들어 내었다. 자본주의 경제는 전체 부의 규모는 크게 높이지만 분배의 문제는 잘 해결하지 못하는약점을 안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 가치를 최고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인간의 다른 여러 욕구와 권리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 시장이 인간을 위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시장을 위해 기능하는 주객 전도 현상을 초래하였다. 칼 폴라니는 사람들은 공동체에 대한 욕구,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할  권리, 인간적으로 취급될 권리 등, 시장 가치로 평가되기 어려운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유토피아는 칼 폴라니가 주장하는 그러한 가치와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는 사회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만들어낸 분배 체계는 갈등을 초래하며 때때로 대공황과 같은 혼란을 겪게 된다.

1870년에서 1차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서구의 경제는 엄청난 부를 창출하였으나, 자체의 모순 때문에 큰 전쟁과 대공황을 겪었다. 대공황을 거치면서 서구 자본주의는 사회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시장의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사회보장제도, 정부의 개입에 의한 시장 조정, 정부 재정을 통한 경기 변동의 완화, 등 케인즈의 경제학은 서구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편입되었다. 그 결과 1945년 이차대전 종전 이래 1970년대 초반까지 약 30년간 서구 경제는 다시 엄청난 풍요의 시대를 맞았다.

1970년대에 중동발 자원민족주의의 충격파는 서구 경제를 심각한 침체로 몰아 넣었다. 미국 경제는 1980년대 산업 구조 조정과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제 강화 정책에 힘입어 다시 회복했으며, 1990년대에 정보통신기술과 콘테이너 운송 기술 발달이 가져온 세계화의 선두에서 생산성 혁신을 이끌면서 다시 엄청난 부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화로 형성된 국제분업체계는 고부가가치 분야를 서구 특히 미국이 독식하면서, 세계의 부가 선진국의 소수에게 집중하는 경향을 심화시켰다. 개발도상국들 또한 세계화가 만들어낸 국제분업체계에 편입되어 혜택을 보게 되면서, 세계의 빈곤인구는 놀랄만한 속도로 줄어들었다.

21세기에 들어 세계는 유토피아로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아니다 라고 뚜렷이 말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부를 만들어내는 능하지만, 인간의 다양한 욕구와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편 분배 문제에서 강점을 보인 사회민주주의 체제는 199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여 신자유주의에 의해 대체되었다. 세계 경제의 부를 계속 증가시키면서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지 하는 질문에 대해, 인류는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이 책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20세기의 변화를 검토한다는 면에서 역사학자의 경제 변화에 대한 서술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저자는 자신의 리버럴한 입장을 서술의 곳곳에서 많이 표출하고 있다. 약간 냉소적이며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에, 저자가 뚜렷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불확실한 문구가 많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며, 혹시나 하고 끝까지 참고 읽었지만 별반 통찰력을 얻지 못했다.  저자는 칼 폴라니를 추종하는데, 어떻게 세계 경제가 칼 폴라니가 제시하는 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혀 아이디어가 없다. 세계 경제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저자 스스로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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