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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과학'에 해당되는 글 1건
2024. 6. 12. 12:17

Monty Lyman. 2021. The Painful Truth: the new science of why we hurt and how we can heal. Bantam Press. 218 pages.

저자는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통증(persistent or chronic pain)을 느끼는 원인을 설명하며,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어떻게 통증을 치유해야 할지 제시한다.

통증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이는 통증이 우리 몸 조직의 손상이 보내는 신호라는 전통적인 생의학적(biomedical) 개념과 대조되는 새로운 시각이다. 즉 "pain is our body's protector, not detactor"라는 명제는 통증에 대한 혁명적인 인식의 변화이다. 통증이란 원래 우리 몸의 손상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두뇌가 발하는 경고이다. 우리 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통증을 통해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조정한다. 통증은 이를 유발한 물질, 환경, 상황으로부터 우리가 앞으로 멀리하고 조심하도록 유도한다.

단기적으로 느끼는 통증은 손상된 조직이 보내는 신호이며, 손상이 치유되면 통증이 사라진다. 그러나 조직의 손상이 치유되었음에도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통증은 마음의 문제이다. 우리의 두뇌가 우리의 몸을 과보호하는 상태로 굳어져서 (wired),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없음에도 우리의 두뇌가 환경에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통증이 물리적 손상에 대한 수동적 반응이기보다, 두뇌의 적극적 작용의 결과라는 증거는 흔하다. 병사들이 전장에서 크게 부상당했음에도 그 당시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경우, 우리의 두뇌는 전장에서 살아남는데 집중하는 반면 통증은 생존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손상된 조직에서 올라오는 통증 감각 신호를 무시한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 집중해 있을 때, 그당시 다친 것을 깨닫지 못하다가, 나중에 일이 끝나고 나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증은 사회적 원인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정당하지 못하게 취급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인간 관계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우리 몸은 통증을 느낀다. 우리 두뇌가 이러한 상황을 안전하지 않은, 생존에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사람들이 쉬 아프고, 아프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참여를 줄이고, 이것이 다시 통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빚는다. 반면 주위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돌봄을 받는 경우, 조직의 손상이 유발하는 통증 조차 훨씬 줄어든다.

근래에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opiods)에 중독되어 젊은 나이에 죽는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진통제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실업, 빈곤, 사회적 배제로 인해 자존감이 손상되어 일반인보다 고통을 더 심하게 느낀다. 마약성 진통제는 복용을 할수록 효과가 떨어져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고, 마약성 진통제 자체가 통증에 대한 우리 몸의 민감성을 높여서 일반인보다 일상에서 통증을 훨씬 높은 강도로 느끼기 때문에, 진통제를 더 자주 더 많이 찾는 악순환이 진행되어, 결국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에 이른다. 마약이나 마약성 진통제는 단기적으로는 통증을 없애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증을 더 느끼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조직의 손상을 동반하지 않은 지속적 통증은 두뇌의 문제임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두뇌의 작용을 바꾸어야만 통증이 치유된다. 처음 통증을 유발했던 상황이 더 이상 위험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두뇌에 새로이 각인시켜야 한다. 이는 환경을 바꿈으로서 가능하다. 예컨대 지속적으로 허리 통증을 느끼는 경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여 점차 강도를 높이는 운동을 통해, 허리 움직임이 허리 관절을 더이상 위험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뇌가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우리의 두뇌는 변형(rewiring)이 가능한 높은 유연성을 지닌다. 두뇌의 오작동으로 인한 통증은 인식의 오류를 개선함으로서 치유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다양한 사례들을 이론적 논의와 섞어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는데, 전달하려는 내용에 비해 때로는 반복적이고 장황하다는 느낌이 든다. 4분의 1 정도 양을 줄이면 더 좋은 책이 됐을 것이다. 여하간 이해가 잘 되고 통찰력을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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