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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16. 17:19

Paul Ormerod. 2005. Why Most Things Fail: Evolution, Extinction and Economics. Pantheon Books. 245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대부분의 회사가 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는 생물계에서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이 소멸한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나타나는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의 복잡성이 궁극적 원인이다.

회사들이 망하는 것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 중 10%가 첫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망한다. 창업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초기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극복하면, 이후에는 창업 이래 흐른 시간과 망할 위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여하간 대부분의 회사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망한다. 미국에서 100년전에 상위 100대 회사 중 현재까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회사는 절반에 불과하며, 여전히 상위 100대 기업에 든 경우는 겨우 19개이다.

회사가 망하는 주된 이유는 회사 자체의 결함 때문이기보다는, 회사들 사이에 상호작용 속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회사들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하는데,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수시로 조정한다. 문제는 나의 행위에 대해 상대가 취할 선택지가 다양하고, 여러 상대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속에서 특정 행위자가 추진하는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어그러질 가능성은 무척 크며, 회를 거듭하며 상호작용하다 보면 결국 이러한 위험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어진 상황에 아무리 합리적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 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행위자들 사이에 상호작용은 매우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각 참가자에게 최선의 전략이 참가자 전체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행위자들은 게임의 규칙을 수시로 바꾸면서 자신에게 최선의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상대의 행위를 예측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주어진 상황에서 주위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이 한 행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러한 행위 방식은 사람들 사이에 선호가 연결되는 preference attachment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선호 대상의 객관적인 질과는 관계없이 열악한 선택을 가져오기도 한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행위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선택한 결과는 랜덤하게 선택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행위자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 적응력 fitness에서 상호간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받는다. 외생적인 충격과 내생적인 요인 때문에, 생물 종이나 회사의 생존 가능성에 굴곡 fluctuation 이 발생한다. 어떤 종에서 우연히 약간의 변이가 발생하고, 이것이 다른 종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이 파급되고, 그것이 다시 원래의 종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반복되면, 그 와중에 일부 종이 멸종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약간의 종 혹은 회사가 멸종하는 일은 항시 일어나는 반면, 많은 종 혹은 회사들이 한꺼번에 멸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가끔씩 발생한다. 그 당시 생존하는 종 중 20% 이상이 멸종하는 대규모 멸종이 지구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발생하였다. 종이 멸종하는 규모와 빈도 간의 관계를 보면 지수의 법칙 power law 이 작용한다.

행위자들이 네트워크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일부가 멸종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멸종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존의 네트워크에 속한 행위자들에게 익숙한 것,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것, 새로운 방식을 들고나오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즉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존에 상대의 대응을 넘어서는 새로운 충격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러 상대의 다양한 대응이 초래하는 불확실성과 충격을 넘어서는 길은, 내 쪽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충격파를 만들어 내어 복잡한 상황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요소를 상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의 복잡계 complex system 현상을 회사라는 경제행위에 적용한 흥미로운 글이다. 책 자체는 산만하게 쓰여서 저자의 서술이 그리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데, 이는 아마도 이 주제에 관한 논의가 아직 거친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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