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ena Iyengar. 2010. The Art of Choosing. Twelve. 277 pages.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관해 이론적 검토와 함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인에게 '선택'은 항시 긍정적으로 인식되지만, 많은 선택지나 개인이 하는 선택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복리를 더 높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인생을 보는 세가지 세계관이 있다. 첫째, 인생이란 운명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 둘째, 인생이란 우연에 따라 전개되는 것, 셋째, 인생이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인생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세계로 인식한다. 미국인은 바로 이러한 세계관에 경도해 있다. 미국인의 꿈(American Dream) 이념은 누구라도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믿음은 현실과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열심히 노력하고 선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여기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이 개인을 위해서 대신 선택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을 때 힘이나고 만족도가 높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이 중시하고 신뢰하는 집단 구성원이 자신을 대신하여 선택하는 경우에 오히려 힘을 얻는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고유성을 강조하여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선택에 집착하는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과 조화를 이루는 공통의 선택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특정 개인이 튀는 선택을 부정적으로 본다.
개인주의 문화에서 남과 다른 개개인의 선택에 집착하지만, 그렇다고 남과 크게 다른 선택을 바람직스럽게 보지는 않는다. 남과 대체로 동조하지만 사소하게 다른 그런 차이를 개인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개인은 주위의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에 집착하는 선택은 피상적이다. 미국의 상업광고에서는 바로 이러한 사소한 차이를 둘러싼 선택을 강조하며, 미국인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사소한 차이를 구별하도록 훈련받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사소한 차이를 보이는 물품을 소비자들이 계속 구입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통해 굴러간다. 사소한 차이를 둘러싼 소비자의 선택에 대해, 기업의 이윤을 위해 사람들의 의식을 조작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징적 차이를 통해 사람들의 개성을 표현하도록 돕는다고 볼 수도 있다. 패션이나 유행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대략 일곱가지 이상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무지개의 일곱가지 색, 한 옥타브의 일곱가지 음계, 등등, 신화나 인간사에서 일곱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선택지 간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이 힘들어지며 선택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선택의 다양성이 매우 큰 경우, 선택의 다양성이 제한된 경우보다 오히려 열등한 결과를 낳는다.
개인이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 항시 당사자의 복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선택을 위임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선택하려하지 않는 경우, 상황을 잘 아는 타인이 그를 위해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미국에서는 당사자 개인이 직접 선택하는 것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예컨대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생명을 중단시킬 위험이 있는 결정의 경우, 미국에서는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의사가 결정을 내리는 데, 프랑스 사람이 미국 사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개인이 은퇴를 대비한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저축을 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개인에게 저축 여부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평가는 타인이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한 것보다 항시 더 긍정적이다. 사람들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왜 그렇게 선택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선택을 항시 긍정적으로 합리화할 수있다. 반면 타인은 그 사람 만큼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지 못하기에,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긍정적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고집센 사람이라고 평가한다거나, 자신은 자신이 일관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 충동적이라고 평가한다거나, 자신은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냉혹하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를 냉정히 검토하여 자신을 고쳐나가면, 자신의 선택과 주위 사람들의 평가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많은 경우 선택은 어렵다. 선택이 어려운 경우, 가능한 선택지와 각 선택지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를 써놓고 냉정하게 비교하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권한다. 선택의 기술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선택 일기'를 매일 쓸 것을 권장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서, 가능한 선택지와 각 선택지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매일 기록한 다음, 일이 어느 정도 전개되고 난 후 뒤돌아 자신의 과거의 선택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작업을 반복한다면, 선택의 기술을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쓴 고급 교양서이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저자의 강연을 유투브로 찾아 들어 보니, 처음 소개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참가자 누구도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대하는 가장 좋은 길은, 장애를 배려하여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과 다름없이 대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장애인으로 콜럼비아대학교 교수가 되고,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실험과 연구를 하기위해 일반인의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점을 생각했다. 흥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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