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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13. 03:27

Antonio Damasio. 2018.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 Pantheon Books. 244 pages.

저자는 신경과학자이며, 이 책은 기분 혹은 느낌(feeling)이 생명 현상의 핵심이라는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 한다. 여기서 항상성이란 열역학 제2법칙의 힘에 맞서서 주위 환경보다 높은 잉여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는 병에 걸리고 궁극적으로 죽는 것이다. 즉 주위 환경과 에너지 수준이 같아지는 것, 이는 죽음, 즉 생명의 반대 상태이다.

느끼는 것(feeling)은 생명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이다. 안좋은 느낌은 생명체의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이다. 아프다던가, 컨디션이 안좋다던가, 힘이 없다던가, 막연하게 기분이 안좋다던가 하는 것은 무언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 기분이 좋고, 즐겁고, 힘이 솓구치는 느낌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더 높은 에너지 수준에 올라 있음을 의미한다. 기분이란 생명체의 현재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중립적인 느낌이란 것은 없다.

우리의 몸의 내부로부터 항시 느낌이 나온다. 생명체는 이러한 몸의 내부 기관에서 포착하는 느낌에 무관심할 수 없다. 생명체는 나쁜 느낌의 원인을 찾아내어 해소하려 하며,  좋은 느낌의 원인이 지속되도록 노력한다. 우리 몸의 항상성은 느낌을 통해 관리된다. 기분은 우리를 움직이고 노력하게 만든다.  기분은 우리에게 행동의 동기(motivation)를 제공하며, 행동을 관리(monitor)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내는 느낌을 따라 행동한다. 느낌이 없다면 행동을 해야 할  욕구 혹은 힘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이성의 힘으로만 행동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생물체의 삶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의 이성은 느낌에 보조적인 존재이며, 느낌 만큼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두뇌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 환경에 대한 느낌을 종합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우리 몸에게 적절한 행동을 지시한다. 두뇌와 몸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몸에서 나오는 느낌은 두뇌를 움직이고, 두뇌는 몸에게 행동을 계속 지시하면서, 느낌의 변화를 통해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조절한다. 두뇌와 몸의 관계에는 의지로 통제할 수있는 수의기관과 의지로 통제 불가능한 불수의 기관 양쪽 모두 포함한다. 느끼지 못한다면 몸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방향을 가름할 수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죽을 것이다. 

몸이 내는 느낌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은 단순한 생물체나 고등 생물체나 비슷하게 작용한다.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라 행동한다. 빛의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위험한 포식자를 피하는 행위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른 행동이다. 우리의 척추와 두뇌의 뿌리(brain stem)에 있는 신경들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 따른 반응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의식하지 않고 직접 몸에 행동하도록 지시한다. 우리의 몸의 내부 기관은 신경망을 통해 현재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두뇌에 전달하기도 하지만, 혈관이나 림프관으로 화학물질을 발산하여 두뇌가 이를 직접 감지하는 경로를 통해서도 느낌을 수신한다. 화학물질을 통해 몸의 내부 기관이 내는 느낌을 수신하는 것은 단순한 생물체가 가진 메커니즘인데, 고등동물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포착하는 주체이다. 느낌이 없다면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는 느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몸이 내는 막연한 느낌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급의 사고 작용을 담당하는 두뇌 피질은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에 대해 받는 느낌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직접적인 반면, 외부의 환경에 대한 느낌은 간접적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몸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서 인간의 문화 활동과 문화적 성과도 유래한다. 언어, 법률, 예술, 과학 등 모든 인간의 아이디어, 즉 지적 산물은 궁극적으로 인간 각자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이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고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이 모든 행동, 즉 삶의 궁극적 원천이라는 그의 주장은 독창적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인간의 느낌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인간이 느끼는 느낌을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서 뿌리를 찾는 그의 연구는 참신하다. 인간은 결국 불쾌한 느낌을 피하고, 좋은 느낌을 갖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는 주장이나, 나의 몸이 내는 느낌에 인간은 한 순간도 무관심할  수 없으며, 그 느낌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몸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느낌이 인류의 모든 문화 산물의 근원이라는 그의 주장은 좀 지나치게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그의 글은 장황하게 쓰여져 읽기 어려웠다. 꾹참고 읽기는 하지만 대체 저자가 무슨 말을 할려고 하는지 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찾아 듣고 나서야 그의 주장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연에서도 젠체하는 태도가 엿보였다. 그래서 과학적인 사실을 서술함에도 글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솔직 단백하게 쓰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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