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val Noah Harari. 2015.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Harper. 416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의 탄생에서 현대까지의 역사를 몇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거시적으로 서술한다.
인류는 인지 능력의 비약적 발달 덕분에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길을 걸었다. 추상적 상상을 하는 능력 덕분에, 인류는 종교, 이념, 민족, 국가, 법인, 기본권, 등 추상적 아이디어를 구심점으로, 서로 모르는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려 일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 문자의 발명 덕분에 세대의 한계를 넘어 아이디어가 전해지고 축적되었다. 그러나 인류의 확장은 다른 동물들에게는 비참과 멸종을 의미했다.
농업 혁명으로 생산력이 늘고 인구가 증가했지만, 이전에 수렵채취 단계에 비해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은 과거보다 더 고달파졌지만, 일단 농업 단계로 접어들면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었다. 잉여생산물을 기반으로 도시와 위계적 사회가 출현하고, 사람들은 성, 인종, 등으로 구분된 집단간에 편견을 생산하고 차별과 착취를 하였다. 이러한 구분과 착취는 생물학적 차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상상해낸 아이디어에 근거한 것이다.
크게 볼 때 인류의 역사는 통합의 역사이다. 근래로 올 수록 인류는 과거에 고립된 수 많은 작은 단위의 사회로부터 점차 큰 단위의 사회로 통합되어, 마침내 지구 전체가 하나의 사회로 통합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통합은 경제, 정치, 종교의 영역 모두에서 전개되었다. 화폐와 교역을 통해 경제가 통합되었으며, 다민족을 아우르는 제국의 정복과 흡수를 통해 정치적으로 통합되었으며, 국한된 지역을 넘어 인류 전체를 관장하는 신과 초월적 힘이라는 아이디어로 종교가 통합되었다. 근대에 들어 '인간중심주의' Humanism 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전통 종교를 대신하면서 통합을 이끌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전과 판이하게 구분되는 단계인 '근대' modern 를 이끈 핵심은 '과학 혁명' scientific revolution 이다. 이전에는 과거를 이상으로 생각했으며, 모든 중요한 지식은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1500년경 서구에서 '인간은 무지하다,' '세상을 관찰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자' 라는 새로운 지식 탐구 방법론이 등장하였다. 이렇게 세상을 탐구하여 획득한 새로운 지식은 힘을 가져다 주었다. 세계를 관찰하여 얻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은 생산력을 높이고 군사력을 증강시켰다. 서구에서는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함께 '진보' progress 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었다. 과거보다 미래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반면,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힘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았다. 중국이나 이슬람의 지식 수준이 서구보다 더 높았지만, 그들은 모든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과거에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새로운 지식을 중요시 여기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나 문제에 봉착하면 과거 사람들이 남긴 지식을 열심히 파고 새로이 해석하려고 했다. 중국이나 이슬람인들은 인류의 이상향이 과거에 있다고 생각했다. 미래가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인류의 역사가 오랫동안 정체 상태를 유지했으므로 당연하다.
과학 기술은 제국의 확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국가의 후원 속에서 발전하였다. 주요한 과학 발견은 거의 대부분 국가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국가는 실용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비용을 지불하였다. 자본을 투자하여 거둔 이익을 재투자하여 사업을 더욱 더 확장시킨다는 자본주의적 사이클은 신용제도와 더불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주는 신용제도는 미래의 경제성장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자본주의 제도는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금전적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삼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다른 어느 제도보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하였다.
증기의 힘과 같이 새로운 에너지를 이용하는 산업혁명은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인류는 근래로 오면서 전기, 핵 에너지, 태양광 등과 같이 새로운 에너지 원을 계속 발굴하면서 생산성의 향상을 거듭했다. 이러한 물질적 발전을 이끈 힘은 과학 기술에 있는데, 인간의 과학 기술은 마침내 자연 세계의 원리인 진화적 발달을 뛰어넘어, 인간이 유전자를 조작하여 생물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미래에 슈퍼 휴먼의 출현을 예상케 한다. 미래에 출현할 수퍼 휴먼은 현생 인류에 대하여, 마치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보듯 할 것이다.
인류는 근래로 오면서 물질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졌지만, 과연 인간은 과거보다 더 행복할까? 물질적 향상과 더불어 인간의 욕구와 기대수준 또한 함께 높아졌으므로,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미디어와 대중문화는 잘 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상기시키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불만과 염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세계인의 중심 가치관인 인간중심주의는 인간 개개인의 느낌 feeling, 자기 자신의 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느낌을 최고의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욕구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니다. 인류의 물질적 발전이 행복을 높이지 못한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말인가? 불교에 따르면 인간의 불만과 근심은 집착에서 비롯되므로, 집착을 끊으면 만족과 불만이 없는 상태, 즉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관조하는 상태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행복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는 아직 미해결의 과제이다. 한편 인류의 발전은 지구상 다른 생물들에게는 비참과 파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한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인이 되었다. 필자도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책의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매혹시켰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희미한 이책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첫째, 여러 학문 영역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이 두드러졌다. 저자의 독서가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그많은 이야기를 기억속에서 꺼집어 내어 적재적소에 꿰어 맞추는 능력은 놀랍다. 둘째, 저자는 관점을 수시로 바꾸고, 때때로 서로 다른 시대와 맥락을 비교하면서 신선한 발상을 발산한다. 기존의 역사 서술은 거의 모두가 서구 중심인데, 저자는 수시로 비서구인의 관점에서 비교하며, 또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관점에서 비교하기도 한다. 셋째, 역사 서술에 생물학, 사회학, 인류학, 정치학, 경제학적 시각을 접목하여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종횡무진 발휘한다. 그 결과 이 책이 역사책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물론 두번째 읽으니 곳곳에서 그의 추리이나 서술에 약점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는 아직 젊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생각이 발전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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