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8(2016).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뮤진트리. 348쪽.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음악의 심리적 효과에 관해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요약 정리한다.
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쇼핑센타의 배경음악이나 영화의 배경음악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음악은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지루함을 견디고, 편안하게 쉽도록 돕고,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쌓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하고, 그리움에서 기쁨까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친숙한 음악을 선호한다. 한 곡조 내에서도 반복을 선호한다. 시간에 따라 진행하는 청각 경험은 동시적으로 파악하는 시각 경험에 비해서 반복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음악은 한 곡조 내에서 악기의 구성이나 음에서 약간의 변화를 첨가하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AA'BA의 패턴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청각 경험을 통해 이미 익숙한 패턴과 흡사한 음의 진행에서 약간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가져오지만, 결국에는 익숙한 패턴으로의 회귀를 기대한다. 이는 한 곡조내에서도 음의 도약이 크면 중간음 쪽으로 회귀하는 음이 이어지는 작곡 규칙에서도 입증된다.
이 책은 음악 심리학 교과서를 요약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간간히 이야기를 다채롭게 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전공분야가 아니어서인지 서술의 깊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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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2.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How Music Works). 뮤진트리. 318쪽.
저자는 물리학자이자 음악가로, 이 책은 음악이 작동하는 원리를 물리학 지식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음악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이며, 소음과는 달리 조직적으로 정렬된 소리이다. 어떤 소리의 파동이라도 규칙적으로 파동이 반복되면 우리는 쾌적한 느낌을 갖는다. 그 파동의 모습이 너무 단순하면 곧 싫증을 느끼지만, 다양한 변화를 주어서 파동의 모습이 복잡하면서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면 흥미와 즐거움을 느낀다.
음악의 소리는 기본음과 오버톤이 중첩되면서 복잡한 파동 모양을 만들어 낸다. 악기에 따라 여러 오버톤 중에 선택적으로 특정 오버토의 소리가 강조되어 합성되면서 복잡한 파동을 만들어 낸다. 예컨대, 2,4,6, 오버톤이 강조되고 3,5,7 오버톤이 약한 악기가 있는가하면, 다른 오버톤의 조합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도 있다. 악기는 소리를 내는 처음, 중간, 뒤가 각각 소리의 오버톤 조합이 달라지는데, 이는 신세사이져가 동일한 오버톤 조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하여 생성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자연 악기의 자연스런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조합이 악기의 음색 tember 를 만들어 내는 원리이다.
두개 이상의 음의 파동이 때때로 겹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만들어 낼 때 우리는 협화음으로 느낀다. 반면 불협화음은 두개 이상의 음의 파동이 겹쳐서 좀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만들지 않을 때 받든 느낌이다. 한 옥타브의 간격은 두음사이의 주파수의 비가 1:2 이므로, 두개의 파동이 결합할 때 마치 한개의 파동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의 귀는 두 소리를 같은 소리로 인식한다. 한편, 5도 간격의 소리, 예컨대 도와 솔은, 둘간에 주파수의 비율이 1과 1/2 이다. 따라서 두음이 결합하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자주 만들기 때문에 우리 귀에 편안하게 들린다. 도미솔의 기본 삼화음이 가장 편안하게 들리는 이유 역시, 미가 도보다 1과 1/4, 솔이 1과 1/2의 주파수이므로, 세 주파수가 조합될 때 규칙적으로 자주 반복되는 파동을 다른 어떤 조합보다 더 자주 만들기 때문이다.
한 옥타브의 간격을 12개로 균일하게 등분한 것이 서구의 음계이다. 이때 등분하는 방식은, 비율적으로 동일한 간격으로 구분하는데, 한계단 즉 반음 내려갈 때마다, 5.6%씩 주파수가 낮아진다. 이 비율을 복리로 계산하면 12계단 아래는 2분의 1이 된다. 서구의 음계는 12개의 계단 중 7개의 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인접한 두 음간에 온음 간격을 갖는 5개의 음을 선택하고, 이 다섯개의 음 중에 거리가 먼 간격을 채우는 두개의 음을 추가로 선택하여 7개의 음을 만들었다. 온음 간격의 5개의 음, 즉 도레미솔라는, 어느 두개의 음 간에도 서로 파동이 간섭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자주 만들어내어 듣기 좋은 합성의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세계의 대부분의 문화는 이렇게 5개의 음으로 구성된 음악을 만들었다.
한 옥타브의 간격인 12계단 중에서 7개의 음을 고르는 방법은, 각 음을 기준으로 7가지가 있는데 (이를 선법 mode 이라 함), 현대의 음악은 이 중 두개의 선법, 즉 장음계와 단음계 선법 두 개만을 주로 쓰고, 나머지 다섯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장음계는 인접음 간의 간격이 으뜸음을 기준으로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으로 구성된 7개의 음으로 구성된다. 7개의 음 중 어느 음을 으뜸음으로 삼아 이러한 규칙의 간격으로 7개의 음을 쌓아가는가에 따라 조가 나누어 진다. 어느 음을 으뜸음으로 삼던지 음의 배치는 모두 동일하다. 즉 C에서 시작하는 7개의 음이나, E에서 시작하는 7개의 음이나 음을 쌓아가는 방식은 모두 동일하며, 전자는 C-major, 후자는 E-major이라고 지칭한다.
인간은 으뜸음의 주파수의 절대값이 아니라, 음들 사이에 주파수 간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실 어떤 음을 으뜸음으로 한 조성으로 작곡하던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베토벤을 포함해 음악 전공자들은 조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실험해본 결과 음악 전공자들도 시작하는 으뜸음이 다른, 즉 조가 다른 음악의 분위기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한 곡 내에서 조옮김에 될 때에는 분위기의 변화가 발생하는데, 높은 음쪽으로 조옮김이 되면 밝은 느낌이 드는 반면, 낮음 음 쪽으로 조옮김 되면 가라앉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음악 전공자들이 조에 따라 곡의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과거 특정 조로 작곡된 음악들의 분위기가 다른 조로 작곡된 음악의 분위기와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는 통계적 학습의 결과로 습관이 그렇게 형성된 것일뿐, 조성 자체의 차이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음계와 조성에 대해 다른 책들이 두리뭉수리 설명하던 것을, 그림을 이용해 단순화하여 쉽게 설명해준다. 각 악기들의 작동원리를 물리학 지식을 적용하여 잘 설명한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와 주제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감탄했다. 저자가 철저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자가 음악 전공자인 것도 이 책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데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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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Levitin. 2006. This is your brain on music: the science of a human obsession. Plume. 267 pages.
저자는 뇌과학자이자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뇌가 음악을 수용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음악과 언어는 인간의 뇌에서 수용되는 방식이 흡사하다. 귀에서 보내오는 음악 신호는 뇌의 소리 중추에서 접수한 후, 뇌의 다양한 부위에서 음, 멜로디, 리듬, 박자, 등을 각각 별도로 처리하고 다시 종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과거에, 음악은 오른편 뇌에서 전적으로 처리된다고 알려졌으나, 근래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뇌의 좌우 반구에 분포된 다양한 영역에서 처리된다. 인간은 음악을 인식하는 데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태어난지 몇달 안되는 아기도 음악을 구별할 수 있으며, 성인은 처음 몇 음만 들으면 바로 음악을 판별해낸다. 조를 바꾸고 음색을 바꾸고 박자를 바꾸어도 멜로디를 인식하는 능력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의 음악 규칙을 내면화하고 있다. 서구인은 서구의 음계와 화성을 내면화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규칙에 어긋나는 음이나 음의 전개을 들으면 바로 이상함을 감지한다. 좋은 곡은, 이러한 규칙을 교묘하게 우회하고 변형하여 긴장을 유발하지만, 그러면서도 청자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곡예를 한다. 음악의 청자는 예상에서 벗어난 상황에 흥미를 느끼고, 그러한 약간의 파격이 다시 예상으로 돌아오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전적으로 예상에 따라 움직이는 음악은 단조롭고 흥미를 유발하며, 반면 규칙으로부터 매우 크게 벗어나 예상을 할 수 없게 하는 음악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청소년기, 16~18세 때 듣던 음악을 평생 좋아한다. 인간의 음악에 대한 취향은 이때 고정된 이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는 이 청소년기에 우리의 두뇌 속 신경망이 완전히 틀을 잡기 때문이다. 음악 전문가는 일반인보다 음악을 이해하는 정도가 깊기는 하지만, 일반인 또한 음악을 듣는 부분에서는 전문가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음악 전문가는 체스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규칙과 패턴을 잘 꿰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작곡이나 연주를 능숙하게 하는 전문가가 되려면, 10,000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고, 이는 다른 분야에 전문가의 내공과 비슷한 분량이다. 이정도 훈련을 거쳐야만 인간의 뇌는 전문가 수준의 신경망을 형성하게 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인간 사회에 음악과 춤이 함께 하는 것으로 보아, 음악은 진화의 산물이다. 음악과 춤은 외부의 행동에서는 물론, 우리의 뇌 안에서도 함께 작동한다. 음악은 이성의 짝을 유혹하는 기술로서 진화하였으며, 공동체의 통합에 기여하는 도구로서도 진화하였다.
이책은 저자의 뇌과학 연구와 음악 활동을 잘 결합하여 서술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예들이 대부분 미국의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이것에 익숙치 못한 독자에게는 덜 실감나게 여겨지는 한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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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E. 윌리엄스 (김성훈 옮김). 2017(2016). 늙어감의 기술: 과학이 알려주는 나이드는 것의 비밀. 현암사. 348쪽.
저자는 노인의학 전문의이며, 이 책은 과학적 연구결과와 자신의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잘 늙어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현재 서구에서 기대수명은 80이 넘는다. 그러나 늙어가는 것 및 노인에 대한 인식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미치지 못한다. 미국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기대수명이 47세였으며, 로마시대에는 35세에 불과했다. 이제 일하는 기간 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노인으로 지내야 한다. 노년기는 인생의 잔여 기간이 아니며, 노년기의 삶을 죽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살아서는 안된다. 과거 노인에 대한 지식과 편견이 현재의 사람들을 지배하는데, 이것은 과학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사람은 태어났을 때가 가장 서로 유사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벌어진다. 노년기는 젊을 때보다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더 크다. 건강, 정서적 상태,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서, 하나의 범주로 뭉뚱그릴 수 없을 정도로 노인들 사이에 편차가 크다.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인들 사이에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잘 늙는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의욕적으로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몇가지를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첫째, 우리의 몸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잡힌 영양 섭취가 요구된다. 둘째, 머리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노년기에도 지적인 활동을 계속 해야 한다. 셋째,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노화에 따라 붙는 부정적 감정에 굴복하지 말고, 자신의 역할과 존재에 자긍심을 가지고 살도록 해야 한다. 넷째는 자신의 인생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함께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죽음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심성을 길러야 한다.
노인의 몸이나 정서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 비책은 없다. 수명을 늘이려고 악착같이 노력하기보다는,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삶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에너지 사용이다. 노년이 되어도 삶에 목표를 세워서 열심히 사는 것이 건강한 노년의 삶의 핵심이다. 돈을 버는 일을 그만둔다고 하여, 자신의 활동이나 사회 관계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하는가는 각자 하기 나름이며, 그 결과 노인들 사이에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과학자로서 저자의 지식과 의사로서의 경험이 잘 녹아 있는 설명과 조언을 제시한다. 특별히 새로운 말은 없지만, 노년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검토에서, 생물학적, 생리학적, 임상적 검토에 이르기까지 균형있고 간명하게 설명한다. 다만 후반부에 영혼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제목으로 이야기하면서 중언부언하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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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드뤼서 (전대호 옮김). 2009(2015). 음악본능: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해나무. 466쪽.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뇌과학과 음악학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섭렵한다. 저자의 서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능력은 인간 본능의 일부이다.
역사상 인류 모든 사회에 음악이 존재하는 데, 이는 진화의 산물이다. 배우자를 구하는 짝짓기 행위의 일부로 발달했다는 가설도 있지만, 사회구성원의 통합을 도모하는 목적에서 발달했다는 가설이 더 신빙성이 있다. 모든 인류 사회에서 음악 활동은 개인이 홀로 하는 행위이기 보다, 공동체 구성원에게 공유되고 함께 참여하는 활동으로 존재했다. 함께 춤추고 음악을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은 결속을 다졌다.
음계는 문화에 따라 다른 데, 태어난지 얼마 안된 유아는 특정 음계에 대한 선호가 없는 것으로 실험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태어난지 불과 1년이 되기도 전에 유아는 자신이 속한 문화의 음계에 익숙하고 이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인다. 화음에 대한 선호는 생리적 근거가 있다. 협화음을 들을 때 우리의 두뇌는 불협화음을 들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자신을 음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약간의 훈련만 하면 음정을 맞출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뇌가 본능적으로 음고를 구별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들 간에 상대적 거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음의 절대적 주파수를 인지하는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다. 박자와 리듬 역시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능의 일부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다양한 박자와 리듬을 구별하고 따라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은 익숙한 음악을 쉽게 식별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불과 첫 몇 음만 듣고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수많은 음악 중의 하나와 쉽게 매치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음의 진행을 여러번 들으면서 고착화시킨다. 서구 음악의 기본적인 화음 진행 규칙에서 벗어나 진행되면, 전문적인 음악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금방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이는 일종의 '통계적 학습'의 결과인데, 많이 지나갈수록 숲속에 길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로서, 많이 접할수록 익숙하게 느끼고 앞으로의 진행을 예상하게 되며, 그러한 예상에서 벗어날 때, 이상하다고 느끼고 긴장을 느낀다. 예컨대 서구의 음악은 시작할 때의 조성에 맞는 기본음으로 끝을 맺는 것이 보통인데, 기본음이 아닌 음에서 음악이 끝나면 무언가 더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 미진한 느낌이 든다.
음악은 감정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15세에서 25세 사이에 들은 음악을 일생 동안 기억하며, 특정 음악을 자주 들었던 때 느꼈던 감정이, 이후에도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면 바로 연상된다. 과거의 특정 감정을 재생시키는 데, 음악은 냄세 만큼이나 뚜렷하게 연상 작용을 유발한다.
음악을 직접 하면 다른 어떤 활동보다 뚜렷이 우리의 뇌가 변화한다. 죽은 음악가의 뇌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죽은 사람의 뇌와는 외관에서도 구분된다. 두뇌 활동에 문제가 있는 환자, 예컨대 치매나 파킨슨 병 등의 경우에, 노래를 부르는 등 음악을 직접하는 행위를 통해 뇌 전체의 활동을 촉진시켜 뇌의 퇴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데는 오랜 수련의 과정이 필요하며, 어릴 때 시작할수록 학습의 효율이 높다. 전문 연주자는 10,000 시간, 즉 매일 3시간씩 10년간 연습을 해야 도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음악을 배운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배우는 목표가 전문 연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데 둔다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음악을 배울 가치가 있다. 물론 특정 악기를 웬만큼이라도 능숙하게 다루는데는 오랫동안 지루한 연습 과정을 참고 견뎌야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음악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라는 보상도 함께 한다. 피아노보다는 기타가 배우기 쉬우며, 가창법을 배워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것에서도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고전 음악보다는 일반 대중 음악을 주로 예로 들며, 자신의 음악 체험을 덧붙이면서 많은 연구 성과를 쉬운 서술로 요약하여 제시한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뛰어나며, 번역도 자연스럽게 해서, 읽는 내내 흥미롭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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