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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28. 21:56

김봉중. 2006. 카우보이들의 외교사. 푸른역사. 447쪽.

저자는 미국사를 전공한 학자로, 1776년 미국의 건국에서 2001년 9.11 사태까지 미국 외교의 역사를 서술한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와싱턴은 퇴임하면서, 미국이 유럽의 정치사에 간여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이후 미국의 고립, 중립주의 정책은 미국 외교의 기본 원칙이 되었다.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는 유럽의 정치사에 대해서만 적용되었을 뿐, 아메리카 대륙에 대해서까지 미국이 간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823년 먼로 대통령은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의 일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선언, 먼로 독트린을 발표한다.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의 앞마당이니 유럽 열강들이 탐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19세기는 미국이 서부로 개척하는데 몰두하였으므로 유럽 열강과 달리 해외에 식민지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지 않았다. 그래도 1846년에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미국의 남서부를 빼앗고, 1898년 스페인과 전쟁을 통해, 쿠바,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괌을 빼앗았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미국의 팽창과 힘의 외교를 주장한 대표적인 대통령이다. 그는 중남미 국가들이 질서와 안정을 보이지 않으면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한편 학자 출신 대통령인 우드로우 윌슨은 이상주의 외교를 추구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공개적이며 규범에 따른 국제관계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 연맹을 제창했다. 그러나 그 역시 미국의 이익이 간여된 곳, 예컨대 멕시코나 동아시아에서는 실리를 추구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망한 후, 미국은 더이상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트루만 대통령은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의 트루만 독트린을 발표했다. 반공을 기치로 하여, 공산주의의 위협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미국이 출동하여 막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미국의 반공 히스테리에 기인한 개입 정책은 제삼세계의 독재정권들을 지지하여 원성을 샀으며, 결국 베트남 전쟁에서 비참한 패배로 파국을 맞았다. 1990년 소련의 몰락으로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는 미국의 역할은 사라졌으나, 2001년 9.11 테러가 벌어지면서 미국은 다시 국제문제로 끌려들어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저자는 미국의 외교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주제를 다루는 여유를 보인다. 논의에 심도가 있고, 관련된 주요 학술 논쟁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미국 외교의 원칙과 관련한 이상주의 대 현실주의 논쟁에 대해, 저자는 양비론을 편다. 미국의 외교 정책은 국민 여론의 향방에 따라 움직여 왔음으로, 어느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이상주의나 현실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상주의 외교도 현실주의 외교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미국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기치로 하는 이상주의 외교는 미국의 국익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이었지,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 대상이나 맞지 않는 시기에는 그런 외교를 펴지 않았다. 소프트 파워를 행사하는 전략 역시 힘의 정치이다. 오래 전에 이책을 읽었고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잘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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