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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고갈'에 해당되는 글 1건
2023. 4. 19. 17:24

Elinor Ostrom. 1990.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ions for Collective Action. Cambridge. 216 pages.

저자는 정치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책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자원은 '공유지의 비극' (tradegy of commons)이라 지칭하는 집단행동의 딜레마에 봉착하여 자원이 고갈될 수 밖에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집는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 많이 존재하며, 그러한 사례가 가능한 조건을 경험 연구를 통해 밝힌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다음의 두가지 중 한가지에 해당되야 한다. 정부의 권력을 동원하여 자원의 사용을 통제함으로서 고갈을 막거나, 아니면, 자원의 소유권을 잘게 쪼개 사유화시킴으로서 시장 기구에 따라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도모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두가지 이외에 공유자원을 관리하는 제3의 대안이 존재함을 경험 연구를 통해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는 스위스와 일본의 목초지와 숲의 관리, 스페인과 필리핀과 스리랑카의 관개용수 관리, 터키와 캐나다의 어장 관리, 캘리포니아의 지하수 관리 등 전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사례에서 관찰되는 공통점은, 자원 사용자들 스스로 조직하여, 가용 자원의 상태와 규모를 확인하고, 자원을 분배하고 사용하는 규칙을 정하고, 규칙이 지켜지도록 감시하고, 위반자를 제제하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규칙을 조정한다. 이러한 제도들이 깨지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되려면 8가지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는데,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유자원의 사용자 범위가 명확히 제한되어야 한다. 사용자의 범위가 확실치 않다면, 언제라도 신규 진입자가 들어와 기존의 규칙을 무시하고 제한된 자원을 마구 사용하여, 기존의 사용자들이 준수하는 규칙을 허물어뜨릴 것이다. 둘째, 공유자원의 사용 규칙에 구속된 사람들은 그 규칙을 만들고 조정하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을 구속하는 규칙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권리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그 규칙이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다고 느끼며, 그 규칙을 준수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공동의 규칙을 세우는데서 자신이 배제되고 차별을 받는다고 느낀다면, 그러한 규칙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발생한다면, 그러한 규칙은 곧 유명무실해 질 것이다. 셋째, 사용자들 본인 혹은 그들에게 책임을 지는 대리인이 제한된 공유자원의 사용 상황을 감시해야 한다. 자신이 동의한 공동의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유자원을 과다하게 사용하려는 유혹은 항시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을 감시하는 유효한 장치가 없다면 규칙은 곧 깨질 것이다. 넷째,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 위반의 정도에 따라 벌칙을 부과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 사정에 따라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은 종종 발생하므로, 경중을 가려 불이익을 부과해야만 규칙은 유지될 수 있다. 다섯째, 공유자원의 사용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시시비비를 공정하게 가릴 기구가 존재해야 한다. 공동으로 합의한 규칙을 구체적인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둘러싸고 사용자들 사이에 이견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공유자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든 제도를 외부의 정부기관이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공유자원을 관리한다고 행정력을 동원하여 주민 자치로 만든 제도를 부정한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제도는 유지되기 어렵다.

저자는 공유자원을 주민들의 합의로 잘 관리하는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한 사례도 소개한다.  캘리포니아의 모하비군에서는, 이웃 군들의 성공 사례와 달리,  지하수를 공동 관리하는데 실패하여, 사용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최대로 지하수를 뽑아내어 지하수가 고갈되어 가고 있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주민들이 소규모로 밑에서부터 조직하여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야만 공동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관행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모하비군에서는 넓은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사용자 조직을 단번에 만들려고 시도하여 실패하였다. 사용자들 소규모의 단위에서부터 조직하여 다층적으로 조직의 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않는다면, 주민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지 않으며, 주민들 사이에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지 않으면 주민들 스스로 조직하여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제도는 만들어질 수 없다. 

두번째의 실패 사례는 스리랑카의 관개용수 관리 사례이다. 관개용수를 사용하여 농사짓는 사람들의 토지 소유 규모에 큰 차이가 있고, 대지주는 노동자를 고용한 부재지주인 경우가 많으므로, 공유자원의 사용자들 사이에 동질성이 낮다. 사용자들 사이에 이익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공동의 규칙에 합의하기 어렵다. 대지주는 지역의 정치인과 결탁하여 관개수 사용 등에서 특혜를 누리기 때문에, 소농들과 대등하게 협의하여 공정하게 수자원을 분배 받으려 하지 않는다.  또한 지역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치인을 등에 없은 관료나 지역의 토호들은 일반 주민들이 만든 공유자원의 자율 규약을 위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권력자와 대지주들은 자신의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지역 전체의 이익이 희생되는 행위를 저지른다. 

한편, 개발도상국에서 외부의 개입으로 성공한 사례도 나타났다. 역시 스리랑카의 관개용수 관리사례인데, 코넬대학 연구팀이 지역 정부 조직과 연대하여 주민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운영하는 관개용수 관리 제도를 만들어 내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역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을 선발하여 이들을 교육시키고, 이들이 현장에 나가 직접 주민들을 접촉하고 설득하여 5~7명 규모의 주민 자치 관개용수 관리 조직들을 결성하도록 하고, 이러한 소규모 조직활동을 통해 주민들스스로 사용 규칙을 제정하고, 사용을 감시하고, 그 결과 효율적으로 자원이 활용되는 것을 확인하는 경험을 쌓도록 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조직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관개용수 관리 조직을 만들어 냈다.  즉 밑으로부터의 기층 조직(grassroots organizing)을 바탕으로 누적적으로 단계를 높여가는 공유자원 관리 체계를 만든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이렇게 외부의 개입을 통해 주민 스스로 관리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 엘리트들의 반발도 일시 있었으나, 조직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사용을 감시하고, 위반을 제재하는 장치가 작동하면서 지역 엘리트들도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저자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이론을 경험 연구를 통해 입증하므로서 노벨상을 받았다. 사실 전통사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지역의 자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례는 흔하다. 사회적인 통제 장치를 통해 개인의 일탈을 막고 공유자원의 남용을 막는 것은 과거 지역사회에서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한 지역사회의 사회적인 통제 장치는 위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힘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힘없는 다수의 경제행위에 대해 제한을 가함으로서 공유 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되었다. 저자가 이책에서 주장하는 대안은 참여자가 대등한 권리를 가지고, 공동으로 규칙을 만들고, 공동으로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자를 제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직에 불만족을 느끼면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조직을 결속시키는 중요한 장치이다. 왜냐하면 탈퇴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즉 공통의 규칙에 불만을 품고 그러한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이 발생한다면, 그러한 조직 자체은 와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평등한 민주적인 주민참여 조직이 개발도상국에서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 민주적이면서 가난한 나라는 없다. 권력자와 엘리트가 그러한 조직의 형성을 방해하고, 설사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를 와해시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Acemoglue의 "Why Nations Fail"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개발도상국이 가난한 이유가 권력자와 엘리트들이 기득권을 틀어쥐고 개발을 막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로 기회가 확산되는 것인데, 이는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기득권자들이 시장을 외곡시키면서 독점적으로 틀어쥐고 있는 권리를 내어 놓아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개발도상국의 권력자와 부자들은 선진국을 부러워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나라가 민주화되고 부유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선진국에서도 공유자원을 주민 자치로 민주적으로 공동 관리하는 체제가 들어서기 어려운데, 개발도상국에서는 더욱 더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공유자원의 관리 조직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후반부에서 많이 논의하면서, 참여자의 다양성 특히 권력과 이익의 차이에 대해서는 간단히 언급하기만 하는데,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외면하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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