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 Ridley. 2015. The Evolution of Everything: how new ideas emerge. 320pages.
저자는 과학 분야의 대중 저술가이다. 저자는 진화의 원리가 생명체뿐만 아니라 모든 물리적 사회적 현상에 적용될 수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진화의 원리란 내생적 원인에 의해 유발된, 점진적이며, 축적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진화에 반대되는 개념은, 외부의 주체에 의해 계획되고 명령된 변화이다.
우주가 절대자의 의지에 의해 창조되었는가 혹은 자연의 내생적 원인에 의해 점진적으로 변화한 결과 오늘에 이르렀는가는 진화론대 창조론이라는 고전적 논쟁이다.
인간의 도덕률은 신이나 통치자의 위로부터의 명령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반복된 상호작용의 결과물, 즉 밑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의 언어, 도시, 경제, 기술발전, 자아, 성격, 인구변화, 정부, 종교, 화폐, 인터넷, 등 다양한 사회현상이 모두 점진적으로 내생적 원인에 의해 전개된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낫다. 많은 시장 참여자의 지혜가 반영된 자유 시장경제는 소수의 계획자의 생각이 반영된 계획경제보다 훨씬 효율적일수밖에 없다. 정부의 개입이 비효율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이 자유의지가 있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인간의 인식은 생리학적 작용의 결과이다. 인간은 행위한 후에, 자신이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무의식적으로 합리화한다. 그러나 행위의 원인은 생리적, 물리적 작용이지, 자신이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의 성격과 지능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든 현상에 대해 이것을 만들어낸 행위자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인간의 잘못된 인식 습관이다. 특정 지도자가 없어도, 특정 발명가가 없어도, 조건이 맞을 때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 많은 일이 우연히 전개되지만, 인간은 무언가 분명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원인 내지 행위자를 찾는다.
위로부터의 명령이나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내생적 원인에 의해 점진적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열등하다. 교육에서도 위로부터의 교조적 가르침은 학생들이 서로 도우면서 스스로 생각하여 깨치는 방식에 비해 학습의 효과가 적다. 정부가 관료적으로 규제하는 공립학교보다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강조하는 사립학교가 훨씬 교육 성과가 높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정부의 부실 규제때문에 투기가 심한 결과 발생한 파국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과도한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발생하였다. 클린턴 정부 이전 부터 재정적 능력이 안되는 가난한 흑인들에게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 대출의 의무적 할당을 강제한 결과, 신용이 부실한 사람이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게 된 것이 금융위기의 원인이다. 정부가 금융을 간섭하지 않고 시장원리에 맡겨두었더라면, 금융기관이 그렇게 신용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며, 부실 채권이 그렇게 많이 쌓여서 거품이 일시에 꺼지는 위기를 맞지 않았을 것이다.
맬더스에서부터 시작된 인구폭증에 대한 우려는, 20세기 초반에 우생학적으로 열등한 사람을 정부가 강제로 불임수술하는 조치를 낳았고,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행위를 낳았으며, 20세기 후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산아제한을 강제하는 조건으로 원조를 해주는 정책으로 발전했다. 이는 근래에 환경주의 운동으로 이어진다. 1960년대에 로마클럽은 인구폭증을 예언하면서 환경적 한계의 우려를 불지폈으며,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속가능개발을 해야 한다는 논의로 연결된다. 근래에는 글로벌 워밍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제한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악으로 대체 에너지를 선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낳았다.
근래에 환경주의는 종교의 수준에 들어섰다. 모든 문제를 글로벌 워밍 탓으로 돌리고, 환경주의에 제한을 두려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과 다르지 않다. 자연 재해는 글로벌 워밍이외에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되는 것이며, 글로벌 워밍은 이산화탄소의 확대 이외에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될 수 있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듯이, 글로벌 워밍에 대한 절대적 신념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세상의 다양한 것들이 진화하면서 인간에게 좀더 좋은 상태로 되간다는 사실은 희소식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폭력이 줄어들고, 인구 증가가 멈추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도시화되고,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시장원리가 더 많이 적용되면서, 세상은 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아이디어가 잡다한 주제들에 마구 퍼부어진 작품이다. 매우 많은 주제를 매우 많은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다루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 어느 특정 주제에 대해 강한 기억이 남지 않는다. 세상은 진화적, 점진적, 내생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는 메시지 하나만 남는다. 세상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이라면, 그가 비판하는, 위로부터의 계획과 명령에 의해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헛된 일이다. 결국 크게 보면, 세상사는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주체적 노력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인간의 주체적 노력이 조금씩 쌓이고 쌓여 내생적 원인과 버무려지면서 변화하고 발전되는 것이 아닌가? 계획이란 것은 이러한 주체적 노력의 일부이고. 저자는 엄청난 독서가이며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다. 이 책은 아이디어의 백과사전이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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