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창업'에 해당되는 글 2건
2021. 9. 4. 17:50

Amar Bhide. 2000. The Origin and Evolution of New Business. Oxford University Press. 370 pages.

저자는 경영학자로서, 미국의 대표적 경영계 잡지인 inc 에서 선정한 500개의 유망 신생 기업 중, 창업한지 6년 이내의 100개 기업을 골라 심층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실증 사례와 경영학 이론을 접목하여 신생기업과 창업가의 특성을 분석한다.  신생기업은 소규모의 자본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서, 경영자의 개인적인 임기응변 적응력에 의존하여 운영된다. 시장의 불균형이나,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소규모의 이익을 거두면서 생존을 이어나간다.

대부분의 창업가는 특별한 기술이나 대단한 사업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특별한 사업 계획이나 대단한 자본 없이, 기존의 기술과 사업 방식을 모방하는 식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들의 유일한 자산은 매우 열심히 뛴다는 것이며, 운도 따라야 한다.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으므로 좌충우돌,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hustle) 일을 추진한다. 창업가는 미래의 불확실을 감당하는 능력이 크다. 그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어, 일이 잘 안되면 도중에 방향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창업 5년 이내에 60% 이상의 신생 기업이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매년 새로 생겨나는 회사와 사라지는 회사의 숫자가 비슷한데, 대부분의 신생기업은 기술수준이나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 예컨대 조경, 미용, 건설 등에 집중해 있다. 저자가 분석한 신생기업은 이보다는 기술수준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대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창업가가 신생기업을 만드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신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일단 추진하면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 계획과 분석은 필수이다. 대기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의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사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유망함이 확실해져야 신사업에 뛰어든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이상의 이익이 예상되어야만 신사업에 진출하므로, 신생기업이 불확실한 예상을 무릅쓰고 손쉽게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는 다르다. 대기업이 모험적인 신사업에 섯불리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관료적 비효율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이 신사업에 실패할 경우 입는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벤쳐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일반적인 신생기업의 창업과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 사이에 중간적 특성을 보인다. 일반적 신생기업보다는 고유의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유망하며 현실적인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가의 인적 자본도 높다. 벤쳐 투자회사는 창업가와 그의 사업 계획을 꼼꼼히 심사하여, 상당한 수준이 되는 경우에만 투자를 한다. 벤쳐 투자 회사가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대기업이 신사업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작다. 벤쳐 투자 회사는 투자를 한 이후에도 피투자 회사의 사업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조언을 하며, 필요한 경우 경영에 직접 개입한다. 이는 대기업의 주주들이 거의 경영에 간여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진출한다. 즉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중규모의 불확실성의 분야에 중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사업에 착수한다. 일반적 신생기업과 달리,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 기업은, 창업가 개인의 능력과 임기응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팀 플레이로 움직인다. 유망한 사업 계획과 고유의 기술 혹은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벤쳐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성공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소규모의 신생기업을 경영할 때와 달리, 이를 큰 규모로 키우려면 새로운 능력을 필요로 한다. 회사가 커지면 창업가의 임기응변적 능력에 의존하는 식으로는 잘 돌아갈 수 없다. 기능을 전문화시키고, 권한을 위임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만들고, 부서간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과 루틴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창업가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필요한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 회사가 커지면 일이 많고 복잡해지며, 신생기업 때보다 위험 부담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을 원치 않아서 소규모에 안주하거나, 아니면 기업을 매각하여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는 쪽을 택하는 창업가들이 적지 않다.

신생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과 대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은 서로 다르다. 신생기업이 대기업 보다 혁신에 더 적극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자신의 기존 지위에 안주하여 파괴적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기업들 간에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대체로는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척에 열심이다. 신생기업은 아직 미정형의 기술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이기는 하지만, 인적 물적 자본이 미약하므로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큰 혁신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기술 수준이 높고 자본을 많이 동원해야 하는 분야, 예컨대 반도체, 등에서는 대기업만이 혁신을 만들어낼 수있다.

창업을 촉진하는 요인에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인적 요인을 들 수있다. 기업 활동에 긍정적인 사회문화적 분위기, 사업을 했다 실패한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경제 제도, 다수의 모험적인 기업가의 존재가 그것이다. 기업가와 상공업 활동을 낮게 보는 반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높이 보는 문화에서, 인재들은 모험을 감수하는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전문직의 길을 선호한다. 이탈리아가 그러하다. 창업을 촉진하는 환경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이 책은 저자가 창업에 대해 한 연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친 강좌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경영학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업가와 창업에 관하여 체계적 이해를 제공해준다.

2021. 7. 1. 15:21

Annalee Saxenian. 1994. Regional advantage: Culture and competition in Silicon Valley and Route 128. Harvard University Press. 168 pages.

저자는 도시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보스턴의 Route 128 지역과 실리콘 밸리를 비교하면서, 왜 전자 기술의 발달은 보스턴 지역에서 시작했으나 실리콘 밸리에 따라잡히게 되었는지, 왜 실리콘 밸리에서 컴퓨터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설명한다.

보스턴 주변 지역은 뛰어난 산업 입지를 가지고 있다. 18세기 미국의 산업혁명이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우수한 대학과, 높은 인구 밀도와, 정치 경제의 중심지를 인근에 둔 덕분에,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이 지역은 기술과 산업의 중심이었다. 특히 2차 대전을 전후하여 정부의 대규모 방위산업 수요에 부응하여 전자기기, 항공기, 미사일, 등 첨단 산업이 크게 발달하였다. 이 지역의 기업들은 방위산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면서, 신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였다.

보스턴 지역에서는 연방정부의 대규모 발주에 의존하는 기술 대기업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기술 대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내부에서 조달하는 수직적 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기업들 서로간에 연관이 적은 독립적 단위로 존재하였다. 이 대기업들은 기술 개발이나 부품 조달을 모두 내부에서 하였으며, 위계적 조직과 비밀주의가 팽배한 관료적 경영 행태를 보였다.

실리콘 밸리 지역은 2차 대전 이전까지 특별한 기술 기업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태평양 전쟁을 치르면서 샌프랜시스코 지역에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이 지역은 활력을 얻게 된다. 실리콘 밸리가 기술 개발의 메카로 뜬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다. 하나는 보스턴 지역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대학의 전자공학 교수로 부임한 Frederick Terman 이 서부지역에 기술 개발의 동력을 불어넣기해 산학협력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시도한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은 인근 산업체와 학교 연구실이 밀접히 협력하는 것을 장려하였으며, 교수와 학생의 연구결과물의 사업화를 지원하였다. 기업체 엔지니어가 대학의 강의를 듣게 함으로서, 기업이 최신 기술을 학교로부터 전수 받고, 학교가 산업 현장의 감각을 획득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휴렛팩카드, 선 마이크로시스템, 등  많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이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생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그들은 졸업해서도 기업활동에서 서로 유대를 지속했으며, 경영이나 기술적 문제에 관해 서로 주고받고 대학과 연계를 유지하는 고리가 되었다.

둘째는 직접회로의 기술이 1950년대에 개발되었는데, 스탠포드를 나오고 동부의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William Shockley가 실리콘 밸리에 직접회로 칩을 생산하는 기업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8명이 이 기업에서 나와 Fairchild Semiconductor 를 만들어 크게 성공한 것이다. 이 기업은 이후 무수히 많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들을 파생시켰다. 대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업적 중심의 문화, 휴랫패커드의 수평적 경영, 쇼클리의 권위를 배격하는 경영, 일하던 기업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이 창업하는 많은 사례 등이 실리콘 밸리의 수평적이고,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중시하고, 정보가 자유롭게 교환되고, 업적 중심의 경쟁을 우선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보다 동료 기술집단에 대한 충성이 더 컸다. 기술 변화가 워낙 빠르고, 그에 따라 기업 활동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신뢰가 조직에 대한 신뢰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배경이 없이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출발하여 크게 성공하고,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오명이 붙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창업을 힘들지 않게 택하였다. 지역에 지원 공급망의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므로 창업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핵심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인근에서 모두 경영 지원, 기술 지원, 부품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컴퓨터관련 기술이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경쟁이 매우 치열했으며 조금만 방심하면 기술이 낙후되어 퇴출되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플러스 섬 plus sum의 환경이므로, 기술 비밀주의나 비용이 많이 드는 법정 다툼을 하기보다는 약간의 보상을 받으면서 서로에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역 내에서 엔지니어와 물자의 잦은 이동을 통해 기술이 금방 상대 기업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비밀주의가 통하기 어려웠다. 가격 경쟁보다는 높은 품질과 기술적 우위가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었으며, 지역내 인력과 물자의 이동을 통해 전반적으로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향상된 기술의 수익을 모두가 누리는 분위기였다.

반면, 보스턴 지역의 대기업은 모든 기술과 생산을 회사 내에서 소화하려고 했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느렸다. 시작은 앞섰으나 시간이 갈수록 신기술 개발 속도에서 실리콘 밸리에 뒤쳐지게 되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보스턴의 기업들은 기술 개발 부문을 실리콘 밸리로 이전하여 첨단의 기술 개발 속도에 따라갈려고 하였으나, 최종적 의사결정이 여전히 동부의 대기업 관료의 손에 있었으므로 서부의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술 기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예컨대 1960년대에 DEC 는 중형 컴퓨터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는데, 퍼스널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으로 넘어가는 기술 변화의 흐름에 뒤쳐져 1990년대에 결국 망했다.

실리콘 밸리가 보스턴을 따라잡고 1970년대 이래 미국의 전자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을 한 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 이래 메모리 칩이 대량생산의 범용제품이 되면서 실리콘 밸리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일본의 경쟁에 밀리게 되었다. 대규모의 설비를 투자하여 비용 감축과 효율성을 높이는 대량 생산방식에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일본의 후발주자에게 패했다. 결국 1990년대 들어 메모리 칩 생산을 포기하고 프로세서 칩에 집중하였으며, 소규모의 주문생산이 요구되는 첨단기술이 집적된 칩을 디자인 하고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실리콘 밸리는 기술개발의 동력을 회복하였다.

저자는 동부의 보수적이며 폐쇄적 대기업 문화와 서부의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변화에 민첩한 창업가 문화를 잘 대비하고 있다.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른 반도체와 컴퓨터 분야에서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 기업 네트워크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준다. 관계자 인터뷰, 지역 신문기사, 통계 자료를 조합하여 훌륭한 분석을 제시하였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