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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에 해당되는 글 1건
2020. 12. 31. 12:39

Nichlas Epley. 2014. Mindwise: Why we misunderstand what otheres think, believe, feel, and want. Vintage. 188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다. 이 책은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왜 상대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지, 그러면서도 왜 잘 읽는다고 착각하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 그렇다면 상대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지침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상대의 생각을 잘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실험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 사이에도 상대의 생각을 읽는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다. 상대의 생각을 읽는 능력은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 기술로 진화했지만, 정확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낮다.

서로 자주 접촉하지 않고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는 인간성을 덜 인정한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할 때 인디언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은 경우, 흑인 노예의 인간성을 덜 인정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면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가졌거나, 인간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사물에 대해 인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인간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나 이를 유발한 인격적 행위자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연히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행위자를 지목한다.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건의 원인으로 신을 등장시키는 이유이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행위하는지는 알지만, 왜 그런 생각과 느낌과 행위를 하게 됬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인간의 마음은 자신의 의식 밖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감정이나 행위의 원인을 자신은 잘 안다고 착각한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세상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잘 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면, 고쳐야 할 쪽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라고 생각한다. 이를 심리학에서 "순진한 사실주의 naive realism"라 한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타인도 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타인의 생각을 잘 못 파악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다. 자신의 생각에 비추어 상대의 행위의 동기를 판단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타인은 동일한 대상에 대해 나와 다르게 느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주 접하지 않는, 잘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정관념 stereotype" 을 가지는 것은, 인식의 효율을 위해 필수적이다. 고정관념이란 잘 모르는 것을 인식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효율적인 도구이다. 고정관념은 집단간의 차이를 과장되게 만들지만, 집단간에는 차이보다 유사점이 더 많다. 남자와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의 많은 부분은, 두 집단간 차이의 방향은 맞지만, 차이나는 정도는 과장되어 있다.

인간의 행위는 행위자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행위를 관찰함으로서 그 사람의 생각을 파악할 수있다는 주장은 자만이다. 이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기만하기 때문도 있지만, 많은 경우 행위자의 감정과 생각이 행위에 그대로 반영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행위로부터 행위자의 생각을 추출해내는 작업은 매우 어려우며 오류가 많다. 자신의 행위로부터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 남의 행위로부터 그의 진실된 생각을 파악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이 타인의 생각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본적으로 겸손해져야 한다. 상대의 입장을 추측함으로서 (put oneself in other's shoes) 상대의 행위의 배경이 되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조언은 틀렸다. 왜냐하면 상대의 입장을 추측한다고 하여 상대가 처한 맥락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해 보아야만 상대의 입장, 상대가 처한 맥락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추측만으로는 절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저자는 상대의 입장을 추측하기보다, 상대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직접 물어보고, 그의 발언을 경청하여 그의 생각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 다른 어떤 방식보다 더 효과적으로 상대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물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훨씬 더 많은 경우 사람들은 물어보면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거짓없이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때 더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많은 경우 요청하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서로 접촉하고 대화하면서 공통의 이익을 추출해 내는 것이 협상의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흥미로운 사례를 인용한다. 어느 인디언 부족은 "말하는 막대 talking stick" 라는 관행을 가지고 있다. 회의에서 발언을 하려면 이 말하는 막대를 가져야 하는데, 이 막대를 건너 받아 다음 차례로 말하는 사람은 바로 전에 말한 사람의 발언의 요지를 요약하여 그가 수긍하는 사인을 보낸 후에야 자신의 발언을 할 수 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상대의 생각을 잘못 파악해서 발생하는 불상사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저자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잘 정리하여 적재적소에서 제시함으로서 자신의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는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쓴다. 통찰력을 주는 흥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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