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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홉스'에 해당되는 글 1건
2021. 7. 18. 12:26

Ian Morris. 2013. War! What is it good for?: Conflict and the progress of civilization from primates to robots. Farrar, Straus and Giroux. 393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전반을 훑으면서 전쟁은 평화를 가져오는데 필수적인 것이었다는 명제를 주장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공격성과 폭력성을 지닌 동물이다. 수렵채취 단계에서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20%에 달한다. 사람들은 문제와 어려움에 봉착하면 쉽게 폭력적 수단에 의지했으며, 집단들 사이에 제한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은 끝없는 공격과 보복을 낳았다. 농경을 하면서부터 행위 방식에 변화가 나타났다. 농경으로 인구 밀도가 늘고 이동의 제한에 부닥치면서, 과거 작은 집단 간 폭력적 갈등은 규모가 큰 사회 간 전쟁으로 발전했다. 전쟁에서 상대 집단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집단이 상대보다 더 부강하고 규율이 더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중앙집권적 국가 권력의 사회 통제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사회 내에서의 사적인 폭력은 엄격히 제한되었으며, 그 결과 폭력의 빈도는 현저하게 줄었다.

과거 소집단 사이의 폭력적 갈등이 빈번했을 때는, 상대를 공격하여 이길 경우, 보복을 예방하기 위하여 상대 집단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 안전한 방책이었다. 반면 국가가 폭력을 통제하는 단계에서는, 다른 국가와 전쟁에서 이기면 상대의 반발을 무마하는 수준에서 폭력을 그치고, 대신 상대 국가의 구성원을 자신의 사회 안으로 포용하여 더 큰 국가로 만드는 것이 미래의 전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안전한 방책이다. 그 결과 로마의 제국주의 시대에 폭력으로 죽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1~2%로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전쟁을 통해 더 강력한 국가와 군주 Leviathan 가 출현하면서 폭력은 감소하고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중앙아시아로부터 온 기마민족의 공격으로 로마가 멸망하면서 강력한 국가의 통제는 허물어졌다. 기마민족은 농경사회의 지배자와 달리 기본적으로 정주하여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다. 그들은 전쟁을 통해 상대를 포용하고 더 큰 부강한 나라로 성장하는 길을 걷기 보다는, 상대를 정복하여 파괴하고는 물러나거나 혹은 얕은 수준의 통치만을 하는 지배자가 되었다. 이들은 정주하는 권력이 아니므로 피지배자를 자신의 일부로 포용하여 그들의 안위과 부를 높임으로서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전쟁의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피지배자를 자신들의 일부로 포용하지 않고 타자로서 착취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기마민족의 전쟁은 상대를 파괴하는 것에서 더 발전하지 않는 '비생산적 전쟁'이다. 유럽은 다시 작은 집단으로 쪼개졌으며 이들 사이에 갈등과 폭력의 빈도는 높아졌다. 중세 시대에 유럽은 로마 제국주의 시대보다 폭력의 수준이 훨씬 높다. 유럽이 다시 상대를 포용하는 '생산적 전쟁'의 길로 들어선 것은 총기가 보급되고 기마 공격이 무력화되면서부터이다. 총기가 보급되면서 전쟁의 비용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훈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높은 전쟁 비용을 조달하고 잘 훈련된 군대를 확보하기 위해 사적 폭력을 억제하고 사회를 잘 다스려야 할 필요성 역시 증가하였다.

서구가 세계를 제패하게 된 것은 항해와 무기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군대의 훈육과 조직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서구 유럽은 지형 조건상 작은 나라로 쪼개져 있으면서 서로 간에 잦은 갈등과 경쟁을 해야 했다. 그 결과 유럽은 단일 체제의 중국이나 인도와 달리 상호간 모방하면서 경쟁적 발달을 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면서 아시아와의 격차를 넓혔다. 서구의 제국주의시대 정복 초기에는 폭력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제국주의는 종주국과 식민지 모두에서 질서를 높이고 폭력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18세기 중반 영국이 프랑스와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고, 산업혁명으로 부와 기술을 높이면서, 영국은 세계에 대해 개방정책을 강요하였다. 각 나라들은 각자 자신이 잘하는 것을 생산하여 서로 교역하므로서 모두의 부를 높였다. 이러한 개방정책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영국에게 매우 큰 부와 번영을 안겨주었다. 영국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자유 항해와 교역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개방정책을 통해 영국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후발 산업국인 미국과 독일도 빠르게 성장하여, 19세기 후반 무렵에 미국은 산업 생산에서 영국을 따라잡았으며 20세기 초에 이르면 독일도 영국을 위협할만큼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자신들의 성장한 국력에 비해 자신들이 차지한 식민지가 보잘 것 없음에 불만이 커졌으며, 결국 1914년과 1938년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두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을 통해 국력을 소진한 영국 대신, 미국이 세계 경찰의 위치에 올라서서 개방 정책을 이어갔다. 1989년 소련이 몰락함으로서 미국은 마침내 유일한 세계 경찰의 위치에 올라섰다.

미국의 안전 보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개방정책은 미국에게 가장 큰 이익을 주었지만, 과거에 그랬듯이 다른 후발국가들에게도 빠른 추격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은 미국의 개방정책과 세계 경찰의 역할덕분에 빠르게 국력을 높였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두 차례의 전쟁을 거쳤듯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전쟁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생산성을 높여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중국에 추월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측한다. 과거와 달리 핵무기의 확산으로 앞으로 전면전은 전쟁 당사자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기기 때문에 전면 전쟁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소간 군비축소의 결과 현존하는 핵무기는 수천만명을 죽이는 정도에 불과하며,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의 발전 등으로 핵무기의 피해를 선제적으로 줄일 수있는 방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핵무기의 엄청난 위험 때문에 앞으로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엄청난 피해를 입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인구의 상당 비율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면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므로 전쟁의 위험은 상존한다.

인류의 평화에 대한 희망이 과학 발전에서 나올 수있다. 인류는 공격적 폭력성을 문화적 장치를 통해 통제해왔으며, 그 결과 근래로 올 수록 폭력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이 계속되면, 사람들 사이에 의식의 연결이 확대되면서 궁극적으로 컴퓨터와 인류 모두가 결합한 단일체 Singularity 가 출현할 수 있다. 컴퓨터의 도움으로 나와 우리의 외연이 계속 확장되다가 결국 모두가 하나가 되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단계에 도달하기 이전에, 인류는 과학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여 유리한 집단과 과학 기술이 낙후된 집단간에 불평등이 확대될 수있다. 전자는 월등한 능력을 동원하여 후자를 복속시키고 착취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예측이 보다 가까운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역사적 지식을 버무려 비교적 가볍게 서술한 책이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나 새로운 주장은 없으며, 인류 역사 관통하는 상식을 제공한다. 인간의 본성은 갈등, 공격, 폭력이며, 강력한 국가와 군주의 출현으로 이러한 본성을 제어한다는 토마스 홉스의 명제를 재확인한다. 전쟁 때문에 강력한 국가와 군주가 출현하여 개인과 집단간 소소한 폭력을 제어한 결과 오늘날과 같이 폭력 행사가 드문 평화로운 사회가 됬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강력한 국가와 군주, 세계의 경찰의 필요성이다. 만일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국가의 힘이 약화된다면 다시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즉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폭력적 존재가 버티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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