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406)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4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확율'에 해당되는 글 2건
2024. 9. 27. 15:27

키트 예이츠 (노태복 옮김). 2023. 어떻게 문제를 풀것인가 (How to expect the unexpected). 웅진지식하우스. 494쪽.

저자는 수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에서의 오류를 크게 두가지, 무작위 회피와 선형관계 편향이라는 두 주제에 촛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인간은 순수한 무작위 randomne 상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주위에서 항시 패턴, 즉 규칙성을 찾으려고 한다. 규칙을 파악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어 생존에 도움이 된다. 우연히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인과적 관계를 설정하려 한다. 원인이 불확실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우리의 지력을 벗어난 존재, 즉 초월적인 신이 행한 일이라고 해석함으로서, 그러한 상황이 무작위, 즉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위안한다.

무작위로 발생했지만, 억지로라도 패턴을 부과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생존에 도움이 된다. 패턴이 확실하지 않다고 하여,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준비없이 지내다가 위험에 빠지는 것보다는, 불확실하지만 패턴이 있다고 여기고 대비를 하는 경우에, 혹시 발생할 위험의 피해를 덜 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 방식은, 사건이 실제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이었다면, 드물게 발생하는 랜덤한 위험에 대비하여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는 한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뿐이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과도하게 조심하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인간은 확율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거나의 두 상황만 존재할 뿐, 몇 퍼센트의 가능성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은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에는 물리 법칙에 따라 정확한 순서로 발생하기보다는, 발생의 가능성을 확율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경우, 수리적 접근은 확율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확율적인 사고를 할 경우, 베이지안 이론 Baysian theory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베이지안 이론이란, 기왕에 발생한 사건의 가능성을, 이후에 발생한 사건을 증거로 하여 분석하면서, 인식의 정확도를 높여가는 접근법이다. 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기는 어렵지만, 그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벌어진 상황을 분석하여, 이를 초래한 원인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한다. 한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그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다음에 그런 원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은 베이지안 이론에 따른 행동 방식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선형관계로 인식하는 성향이 있다. A가 증가하면 비례적으로 B가 증가 혹은 감소한다고 인식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선형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 방식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주입되어 우리의 인식의 기본틀을 형성하기 때문에, 우리는 직관적으로 세상을 선형관계로 인식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형관계도 있지만 선형관계가 아닌 경우 또한 매우 많다. 두 변수간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인 경우, 우리는 이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대표적인 비선형 관계로는, 길이가 증가하면 면적과 부피는 제곱과 세제곱으로 증가하며, 가역적인 피드백이 가해질 때 지수적 관계 power law 가 성립한다. 주식시장의 버블과 붕괴, 전염병의 확산 등에서 지수적인 관계가 성립한다. 자기완성적 예언이나 부메랑 효과 등도 선형관계에서 어긋나는 경우이다.

카오스 chaos 이론이라 지칭되는 복잡계 complex system 또한 선형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초기의 조건이 약간이라도 다르다면, 시간이 지나 일이 한참 전개되었을 때, 엄청나게 큰 차이로 귀결되는 경우가 복잡계에 해당한다. 기후변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자연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계 상황이 훨씬 많다. 단지 우리는 이를 알지 못할 뿐이다. 복잡계의 상황에서 장기적인 예측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러한 모든 논의의 결론은, 자연계는 인간의 인지 편향인, 규칙성이나 선형관계가 아닌, 무작위성과 비선형관계가 지배하는 곳인데, 인간은 자신에게 편하게 잘 못 알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인식과 예측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인간은 많은 경우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학은 인간의 인식 편향이 빚어내는 잘못을 약간이나마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대중 과학교양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몇가지 기본 과학원리를 일상의 다양한 사례에 적용하여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의 말솜씨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논의는 깊지 않다. 어디에서 들어봤음직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연이어 소개된다. 번역이 성의를 길울여 잘 됬는 데, 책의 제목은 내용과 동떨어져 있다.

 

'배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외교의 방향  (0) 2024.10.18
조직적으로 살아가는 법  (0) 2024.10.14
자본의 시대; 19세기 중반 서구의 근대화  (0) 2024.09.21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위기  (0) 2024.09.13
혁명의 시대  (0) 2024.09.02
2023. 9. 27. 17:50

Spyros Makridakis, Robin Hogarth, and Anil Gaba. 2009. Dance with Chance: Making Luck Work for You. Oneworld Publications. 333 pages.

저자는 경영학자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생의 중요한 네가지 영역, 즉 건강, 부, 성공, 행복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기존 시도들을 검토하고, 어떻게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실제보다 세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illusion of control). 인간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들에게서까지 의미있는 패턴을 추정하는 오류를 낳는다.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우연의 세계에서 사는 것은 두렵기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피하려 한다. 세상의 많은 일은 우연히 일어나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의료, 투자, 기업 경영 분야에서 우연이 크게 작용한다. 객관적 자료를 이용해 검증한 결과, 이러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의견이나 개입은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정기적으로 신체 검사를 하면 병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검사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 대비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다. 검사를 통해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할 가능성은 매우 작으며, 설사 심각한 질병의 조짐을 미리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 분야를 예로 들면,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단기 및 중기로 볼 때 랜덤 워크에 가깝다. 헤지 펀드와 같이 펀드 매니져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여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율은 랜덤하게 종목을 선택한 가상의 경우의 수익율과 비교해 결코 높지 않다. 주식 투자에서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결국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뿐이다. 기업 경영 분야를 예로 들면, 장기적으로 계속 성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새로운 혁신이 계속 나오면서 과거에 성공하던 기업은 새로 부상하는 기업에 의해 대체된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그분야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이 패턴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extrapolate). 전문가들은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됬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데는 무력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들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유추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크게 두가지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사건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며, 위험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변화의 범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경우이다. 집에서 직장까지 걸리는 통근시간, 특정 시간대에 어느 지역의 전기 사용량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의 불확실성, 즉 예측치의 분포의 변이 variation 는 정규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둘째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피해의 규모가 매우 큰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미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대비하기 어렵다. 대규모 지진, 금융 버블의 붕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도 집합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고, 금융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앞으로도 발생하리라 예측할 수 있는데,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이 두가지 성격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뒤섞여 있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하여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한 예측치들의 평균을 취하는 방법이다. 전문가의 의견, 수리적인 예측 모델, 직관적인 예측,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의견을 모아 평균을 취하면 개별 출처에 의존할 때보다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중요한 것이 걸린 결정의 경우, 한 사람의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기보다, 여러 전문가의 이차 의견을 구해야 한다. 둘째는, 과거의 유사한 사건들로부터 패턴을 추출하여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가급적 단순한 패턴을 추출하여야 한다. 많은 변수의 복잡한 모델을 구축할 경우, 과거의 사건은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하면 크게 빗나가게 된다. 이는 머신 러닝에서 "overfitting"의 오류라고 지칭한다. 몇개의 주요 변수만 포함한 단순 모델을 구축할 경우, 이것이 과거를 만족스럽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모델을 미래에 확장해 적용했을 때 크게 빗나갈 위험 또한 줄어든다. 이렇게 객관적인 자료로 부터 몇개의 변수를 사용하여 구축한 단순 모델을 적용하여 예측하는 것이, 사람의 직관을 이용해 예측한 것보다 더 정확하다. 사람들은 인간의 직관이 객관적인 모델보다 더 정확하게 대상을 파악한다고 느끼지만, 이러한 막연한 느낌은 사람들이 가진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 에 불과하다. 인간의 주관적 평가와 직관은 상황에 쉽게 좌우되기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할 때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어렵다.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세번째 방법은, 관련 사건이 속하는 포괄적 범주의 평균을 추출한 다음, 이것에다 개별 사건의 추가적인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위험의 확율을 과소평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련 사건이 포함된 포괄적 범주의 변이에 두배를 곱하여 개별 사건에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 방법은 예측 전문가들이 쓰는 방법으로, 관련 범주의 기본 수치 base statistics 를 바탕으로 하여 ,개별 상황이나 추가적 정보에 맞게 약간씩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불확실성을 줄이려 해도 세상과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내포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위험이 큰 사안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큰 지진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내진 설계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기업이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면 파괴적 혁신을 들고 등장하는 새로운 기업에 의해 망한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면 이러한 위험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계속 노력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사람에게 운이 따라온다는 것은 엄연한 진리이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큰 규모의 위험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위험에 휩쓸려도 망하지 않는다.  

이 책의 처음에 우연의 힘을 막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선언한다.  이책에서 제공하는 지식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체계적으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방법은 있다. 이 책은 특별히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기존에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인 분석으로 검증하고,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지혜롭게 의사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논의에 반복이 많은 것이 흠이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