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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4. 14:43

Naomi Klein. 2009. No Logo. 10th anniversary edition. Picador. 458 pages.

이책은 1990년대 중후반에 걸쳐 공정무역 fair trade를 구호로 선진국 사회 전반에 퍼졌던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배경과 전개 양상을 잘 서술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반부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선진국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일을 개발도상국의 하청공장에 넘겨버리고, 대신 브랜드와 같이 상징과 이미지를 다루는 일에 집중하는 경향을 서술한다.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이 다국적 소비재 기업 활동의 핵심이 되는지 다양한 예를 동원하여 상세히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의 하청 공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 행위에 대해 선진국 소비자들이 가두 데모나 불매운동 등으로 압박하여 그들을 굴복시키는 과정을 서술한다. 

저자는 나이키 스포츠 용구 회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하여 상세히 설명한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운동화를 생산하는 일을 개발도상국의 하청공장에 넘기는 대신, 그의 회사는 나이키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사업에 전적으로 몰입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1990년대 중반 동남아에서 이들의 제품을 만드는 하청 공장에서 아동 노동, 억압적인 고용관행, 착취적인 저임금이 서구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이는 1980년대 이래 선진국 회사들이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실업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등 서구에서 탈산업화가 동반한 문제와 짝을 이룬다. 세계화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전에 없던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선진국 사람들의 눈에 그러한 일자리가 착취적 노동으로 비춘 것은 당연하다.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 공장의 착취적인 노동 상황에 대한 반발이 서구 사회에서 크게 탄력을 받은 것은, 기업의 윤리를 요구하는 소비자 운동의 측면과 함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선진국 노동자들의 노동운동도 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운동은 표면적으로는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운동이지만, 내면은 개발도상국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긴데 대한 반발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으로 보면, 착취적 노동이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 낫다. 공정무역을 주장하며 세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WTO 국제회의장에서 대규모 데모를 벌이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소비재를 취급하는 다국적 기업은 선진국 전반으로 퍼진 시민단체, 노동단체, 학생들의 불매 운동에 굴복하여 윤리 헌장을 도입하였으며, 개발도상국 공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브랜드 구축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한 것이 바로 그들의 비윤리적 기업 행위에 대한 비판에 취약해진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이전에도 기업은 비윤리적인 활동을 했으나 일반 시민들은 이를 응징할 수단이 제한되 있었다. 정치권은 대기업의 돈을 받고 그들의 편이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소비재를 취급하는 대기업이 제조 부문을 떨어버리고 브랜드를 가장 큰 기업의 가치로 만드는 순간, 그들은 소비자들의 비판에 취약해 진 것이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이러한 일반 시민의 저항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얼마나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고 질문한다. 그러한 착취적 일자리가 지속되는 이유는 개발도상국의 빈곤에 있다. 착취적인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이상 그러한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1990년대에 뜨겁게 전개됬던 공정무역 운동의 열기를 이제 선진국 사회에서 찾아볼수없다. 뒤돌아보면 1980년대 이래 세계화 과정에서 많은 저임금 일자리가 개발도상국으로 넘어온 덕분에 중국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빈곤이 현저히 줄었고, 그것이 그 나라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하였다. 한국이 대표적인 예이며, 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 공정무역 운동이 선진국 시민들에게 개발도상국의 비참한 삶의 현장에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그들이 반대한 세계화가 바로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개선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물론 그 와중에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의 엘리트들이 크게 돈을 벌면서 부의 집중이 더 가속화되기는 했지만.

2000년에 이 책이 출간되고 크게 관심을 모았으며,  출간 10년을 기념하여 길게 쓴 후기를 덧붙였다. 그 후기에서 저자는 이 운동이 얼마나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고백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비윤리적 활동의 배경인 자본주의와 신보수주의 정책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저항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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