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향. 2000. 제국주의: 신화와 현실. 서울대학교출판부. 300쪽.
저자는 영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영국을 중심으로 제국주의는 어떻게 성장하고 운영되었는지 설명한다.
1600년대 서구의 대항해 시대 이래 유럽은 전세계로 세력을 확장시켰다. 19세기 중반 특히, 1870년대 이후 전세계를 식민지화하는 제국주의 열풍이 서구 열강을 휩쓴다. 이러한 변화에는, 증기선과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 전신과 같은 통신 수단, 키니네의 발견과 감염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과 같은 의학 기술의 발전, 가공할 화력을 가진 자동 연발총과 같은 무기의 개발 등이 충분조건을 제공하였다.
식민지 지배가 서구 열강에게 반드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서구의 지배 엘리트에게는 식민지 통치가 이익을 가져다 주었지만, 높은 통치 비용을 부담해야 했기에 선진국의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희생이었다. 식민지 덕분에 서구의 산업화가 가능했다는 주장 역시 근래에 부정되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은 서로간에 교역과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식민지와의 교역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들 간에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진데에는, 내가 식민지를 차지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차지하여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을 것이라는 국제정치적 두려움이 주요 동기로 작용하였다. 서구의 우월한 기독교 문명이 미개한 사람들을 문명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또한 동기로 작용했다. 서구의 선교사들은 현지인의 개종에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식민지 확대의 첨병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세기 중반 서구에서 유행한 사회진화론이 서구 제국주의에 정당성을 제공했다. 영국인들은 식민지 통치에서 선민주의와 인종주의를 강화했으며, 이는 현지인의 독립욕구를 부추겼다.
영국은 현지 엘리트를 협력자로 사용하여 식민지를 경영했다. 본국에서 파견된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현지인을 통치하려면 협력자는 필수이다. 협력자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낙후한 전통사회를 근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품고 협력하였다. 서구 열강의 식민지 통치는, 식민지인의 통일된 정체성을 만들고 강화시킴으로서, 궁극적으로 제국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 책은 서구의 제국주의에 대한 전반적 모습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왜 제국이 생겨나고 확장되었는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제국의 국민들은 식민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을 잘 설명한다. 영국의 제국주의와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교하는 글 역시 설득력이 크다. 제국의 성장에 비해 제국의 쇠퇴에 대한 설명이 적으며, 제국의 본국에 비해 식민지 사람들에 대한 설명 역시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깊이가 있고 잘 쓴 책이다. 말을 조금더 다듬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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