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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2. 16:14

Rachel Sherman. 2017. Uneasy Street: the anxieties of afflue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37 pages.

저자는 사회학자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부유한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을 읽는 연구를 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부유한 생활에 대해 불편한 감정(anxiety)을 안고 산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다. 그녀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뉴욕시에살며 년소득이 최소 5억이 넘고 재산이 수십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상위 1%이내에 드는 사람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어디에 관심의 지향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두 부류로 나뉘는데,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사람들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생활 방식이 특별하지 않으며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이 더 부자인 사람들보다 못하다는 점을 의식하면서 이를 마음에 걸려한다. 반면 자신보다 하위에 있는 사람들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생활이 중류층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의식한다. 이들은 자신이 부유하다는 것을 의식하며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에 감사한다. 후자는 주로 중류층 배경으로부터 상승한 경우에 많다. 두 집단 모두 자신의 엄청난 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부를 드러내거나 이를 암시하는 어떤 상황도 회피하려 한다. 그 결과 이들은 자신과 계급적으로 이질적인 사람이 자신이 고용한 사람이 아닌한, 이들과 접촉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가 정당하다는 것을 자신과 상대에게 설득하는데 노력을 많이 들인다. 미국은 평등주의 가치관이 뿌리 깊고, 근래에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자신의 부와 삶의 방식에 대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부와 생활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부모로 부터 부를 물려받은 경우, 이러한 이유가 통하지 않지만 여전히 자신은 열심히 바쁘게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자들은 자신의 소비생활이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족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데 돈을 쓴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많이쓰기는 하지만, 여전히 삶에 꼭 필요한 것을 사는 데 쓴다고 상대와 자신을 설득한다. 물론 그들이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만.

부자들은 자신이 운이 좋았으며 혜택받은 삶을 산다는 것을 항시 의식한다. 주위에 보통 사람들의 감정을 거슬리지 않도록 하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부가 티나게 보이지 않도록 하며, 시기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피하며, 일하는 사람을 대등하게 대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가능성은 적지만, 자신의 부가 없어질 수 있고, 높은 보수를 받는 직장을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다.

부자들은 자신의 자녀가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면서, 자신들의 생활이 특별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어한다. 자신의 자녀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 관해 알도록 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부자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보내고 부자 자제들의 동질적인 그룹에서 성장시킨다. 부가 가져오는 이점이 자녀의 성장과 사회 진출에 플러스가 되도록 하는데 노력한다.

부자들은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기회가 닿을 때마다 주도적으로 밥을 사려 하며, 대다수가 자원봉사나 자선단체 활동을 한다. 그러나 사회의 불평등이나 사회악을 고치는 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돕는 활동은 그들의 삶에서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다. 그들의 남을 돕는 활동은 대체로 자신들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한다거나, 자신이 졸업한 학교나 지인이 참여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식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정책에 반대한다.  

부자 가정의 여성들은 자신의 부유한 생활이 배우자의 돈에 의지한다는 것을 의식하며 산다. 그녀의 남편은 부인의 소비생활을 통제하며, 그녀의 집안을 챙기는 일은 남편에게 대단하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부인은 자신의 개인적인 용도의 소비는 남편에게 감추거나 낮추어 말한다. 부인이 자신의 물려받은 유산으로 부자 생활을 하거나, 혹은 자신의 직업 소득이 남편보다 높은 경우에만 부인은 자신의 소비 생활에 대해 남편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 책은 부자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있는 좋은 기회이다. 인터뷰 자료를 많이 인용하기에 반복적인 부분이 많아 읽다보면 지루하다. 부자집 가정의 부인을 주로 인터뷰 했기에, 실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남성 가장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 반쪽짜리 연구이다. 부자집 가정의 부인은 이들의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이므로, 부가 수반하는 권력을 부수적으로만 누리고 있다. 부자들이 말로 드러내는 생각과 실제의 행위에 차이가 클 것이라는 점을 짐작케 한다. 부자들은 자신의 엄청난 부에 불편해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데 열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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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6. 10:42

Kwame Anthony Appiah. 2018. The Lies Than Bind: Rethinking Identity, creed, country, color, class, culture. Liveright publishing co. 219 pages.

저자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로 미국의 뉴욕대 교수로 있다. 이 책은 그가 BBC 라디오 강좌를 위해 쓴 원고를 보완한 것이다. 일반 독자를 상대하므로 전문용어나 이론적 논의를 최소화 하면서 정체성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가나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의 전통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영국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의 정체성, 즉 '그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리 간단히 답할 수없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사람들은 정체성을 본질적 특성의 반영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성, 종교, 민족, 인종, 계급, 문화 등 이 모든 정체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사람들을 묶어주는 거짓말' 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정체성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잘 못된 것일뿐 아니라 해악적인 요소를 포함한다는 그의 주장을 반영한다. 

첫번째 장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예로 하여 이것이 본질적(essential) 특성의 반영인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construct) 것인지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구분되는 범주에 대해 이름을 붙이며 이 이름은 본질적인 무엇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남성은 여성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들이 남성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의 대부분은 '성 역할'이라 지칭하는 사회적 성에 해당한다. 사회적 성 정체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지칭하기보다 사회가 만들어 낸 것으로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인종 또한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구분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피부색의 차이를 반영하지만, 그 핵심은 서구의 세계 지배의 산물이다.  흑인을 백인보다 열등한 종으로 인식하고 흑인을 노예로 지배한 역사를 통해 인종은 서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정체성 항목이 되었다.  

종교적 정체성은 인종과 엮여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도라는 정체성은 백인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하며 서구 문명의 핵심이다. 민족 구분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지만, 서구에서도 19세기에야 비로서 형성된 구분이다. 그 전에는 한 나라에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살았으며, 언어의 구분 또한 애매하다. 따라서 민족은 매우 자의적인 구분이다. 가족이나 소규모의 부족 혹은 마을을 넘어선 큰 집단, 즉 서로 대면할 일이 없는 큰 집단을 하나의 민족이라는 단일 정체성 집단으로 만든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정치적 과정의 소산이다. 계급은 경제적 자산의 다과에 따라 만들어진 범주인데 과거에는 귀족, 지주, 평민 이라는 신분으로 구분되었으며, 근대로 오면서는 교육 수준, 소득, 직업 으로 구성되는 사회경제적 지위로 대표된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지위 집단간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중시하는 경계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대학을 졸업했는지, 몸을 쓰지 않는 사무직에 종사하는지, 등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구분된다.  아무리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업적주의 사회가 도래한다고 해도 능력이나 업적 자체가 세대간에 세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특정 계급 집단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교과서적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정체성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하게 된다. 대립되는 논쟁을 소개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이하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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