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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방법론'에 해당되는 글 2건
2019. 10. 13. 14:05

H.Floris Cohen. 2015. The Rise of modern science explained, a comparative histo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86 pages.

이 책은 서구의 과학혁명을 전공한 역사가의 방대한 저작을 일반 독자가 접근할 수있는 버전으로 축약하여 저술한 책이다. 저자는 17세기에 서구에서 전개된 과학혁명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왜 서구에서 그 시기에 일어났는지 설명한다. 17세기 과학혁명의 시원은 그리스의 자연 철학에서 부터 출발한다. 그리스의 자연 철학의 전통은 세갈래로 나뉘는데, 첫째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자연 철학으로 이는 이성과 논리를 동원하여 연역적으로 자연과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 지향의 지식 체계이다. 둘째는 그리스인이 이주한 알렉산드리아에서 전개된 수리적 방법으로 자연과 세계를 설명하는 역시 이론 지향의 지식체계이다. 셋째는 그리스 시대 이후에 새로이 나타난 탐구 방식으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실용적 지식을 지향하는 지식 체계이다.

그리스의 자연 철학은 이슬람에 의해 전승되었다. 그러나 이슬람은 이러한 지식 체계를 확장 발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11세기에 몽골의 침략으로 인하여 자연에 대한 지적 탐구가 좌초되었으며, 외부 세계가 아닌 내부의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쪽으로 지적 활동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서구는 13세기까지 기독교의 종교적 독단이 지배하는 지적으로 암흑의 세계였다. 서구는 어떻게 이러한 종교적 독단의 족쇄에서 풀려나게 되었을까? 르네상스라 불리는, 이탈리아 북부지방에서 시작된 그리스의 자연철학을 재발견하는 지적 움직임이 그 시작이다. 기독교의 독단적 권력은 16세기 초반까지도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갈릴레오나 코페르니쿠스의 발견은 기독교의 독단에 의해 억압되었으며, 이후의 학자들도 교회 권력의 탄압을 의식해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서유럽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었고, 로마 교회의 권력에 대항하는 세속적 군주의 힘이 점차 커지면서 학자들은 탐구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었다.

저자는 왜 과학 혁명이 중국이 아닌 서유럽에서 일어났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은 단일 권력에 의해 계속 지배되어 온 반면, 서구는 여러 나라에 의해 갈려 있었고, 또 그리스에서 이슬람으로, 그리고 북이탈리아에서 대서양 연안 지역으로 지적 활동의 중심이 바뀌고, 서유럽 내에서도 여러 나라로 나뉘어지면서, 중심이 바뀔 때 마다 새로이 해석되고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면서 발전이 이루어진 반면, 중국은 이것이 불가능했던 것이 중국의 지적 발전을 저해했다. 또다른 차이로 서구 문명은 자연과 세계를 향한 외적인 지향을 추구하여 지적 활동은 물론 경제나 해외 탐험 등에서 새로운 발견을 추가하고 발전시킨 반면, 이슬람이나 아시아는 내적인 지향을 추구하여 지적 활동이나 경제가 확장성이 부족했다.

17세기에 들어 서구의 학자들은 알렉산드리아로부터 유래한 수리적 접근과 아테네로부터 유래한 자연철학적 접근을 융합하였으며, 거기에 관찰과 실험을 중심으로 한 베이컨의 경험주의를 융합하여 현대 과학방법론을 완성하게 되었다. 17세기에 이러한 지적이 발전이 이루어진 이유는 16세기에 종교혁명 이후 전유럽을 휩쓴 정치적인 혼란이 가라앉아 안정을 되찾았으며, 종교혁명 이후 교회로부터 독립하여 힘을 얻은 각국의 군주들이 과학발전을 통한 국력의 확장을 지원하려 한 것이 지식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베이컨의 말이 대표하듯이, 현대 과학은 지식이 자연을 지배하는 힘을 인간에게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과학적 지식이 실용적 응용을 통해 직접적 이익을 가져온 것은 18세기에 들어서 이지만, 이전에 지배하던 종교적 교리나 이론적 담론에서 벗어나 엄밀한 관찰과 실험을 동원한 객관적 검증을 통해 자연과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 탐구방식은, 발견이 새로운 의문점을 낳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발견을 낳는식으로 지식이 계속 확장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은 동일한 주제로 저자가 쓴 방대한 책을 요약한 것이라서 이 책 자체만 보면 그리 잘 쓴 책은 아니다. 특히 문체가 난삽하여 읽어나가기가 어렵다. 복문에 복문이 중첩되고, 삽입구가 많고, 구문을 주어로 사용하는 문장들로 가득찬 글은 부드럽게 읽히지 않는다. 천체와 물리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구체적 논쟁이 서술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디테일을 쫒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그가 제기한 질문, 즉 왜 전통 사회의 지적인 정체를 극복하고 과학 방법론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은 무척 흥미롭다. 이 책에서 여러 요인이 지적되었지만, 한마디로 하면 개방성과 다양성에서 서구가 동양을 앞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회가 폐쇄적 배타적이 되는 순간 지적인 활동은 정지한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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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 11:02

Judea Pearl and Dana Mackenzie. 2018. The Book of Why: the new science of cause and effect. Basic Books. 370 pages.

컴퓨터 과학자이며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과학 활동에서 인과관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탐색할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가, 혹은 어떤 요인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가하는 문제는 질문하기는 쉽지만 답을 하기는 어렵다. 그에 답하는 첫번째 과정은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는 사건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을 발견했다고 하여 그것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예컨대 아이들의 신발 치수와 아이들의 문자 해득력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신발치수가 문자해득력을 초래한다고 추리하는 것은 오류이다. 숨은 제 3의 변수, 이 경우에 아이의 연령이 신발치수와 문자 해득력에 영향을 미친다.

상관도를 보이는 요인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원인은 결과 이전에 발생해야 한다거나, 원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결과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특정 사건이 일어나면 반드시 특정 결과가 일어나야 한다거나, 등의 판별 기준이 있지만 이 모든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경우에도 우리는 원인으로 특정하기도 한다.

저자는 과학활동은 인과 모델을 가지고 데이터를 접근해야지, 데이터 자체를 분석한다고 하여 인과관계를 추출해 낼 수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통계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지, 인과모델 자체는 통계 방법이 제시할 수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과 모델로 세상을 파악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컴퓨터는 인과관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 원인을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과학활동의 핵심이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 원인을 특정하기 위한 작업에서 부딛치는 어려움을 상세히 설명한다. 인과모델을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인과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역설한다. 패스 분석이나 구조방정식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인과 모델을 탐색하는 데에는 반드시 원인에서 결과쪽으로 검증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이 될 요인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 즉 인과의 흐름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베이즈의 조건부 확율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설정한 인과모델에서 결과에 해당하는 정보를 알면 알수록 원인을 더 정확히 특정할 확률을 높일 수있다. 우리의 사고 체계는 인과의 흐름에 따라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인과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인들의 확율을 특정하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과의 흐름에 따라서 통제된 실험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사건을 관찰하여 분석함으로서 원인을 특정하는 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이 책은 과학 방법론 책으로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일반 교양서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전문 학술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인과모델을 제시하고 어떻게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다. 내용이 어렵기에 논의를 쫒아가기 힘들고 이해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책 내용의 십분의 일만 이해했음에도 나의 연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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