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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적 감성'에 해당되는 글 1건
2019. 11. 24. 22:00

George A. Akerlof and Robert J. Shiller. 2009. Animal Spirits: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76 pages.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자가 쓴 경제학 이론에 관한 학술적 성격의 고급 교양서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경제적 동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고전 경제학의 가정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동물적 감성(animal spirits)라 지칭하는 경제 행위에 비합리적 심리적 요인이 개입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들은 다섯가지의 비합리적 심리적 요인을 지적하는 데, 신뢰(confidence), 공정함(fairness), 부패와 그릇된 믿음(corruption and bad faith), 화폐에 대한 환상(money illusion), 이야기(stories)가 그것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이 다섯개의 요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후반부에서 이 요인들을 동원하여 경제학의 핵심 질문에 답한다. '왜 경제가 공황에 빠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이는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신뢰가 허물어지고 이것이 사람들 서로간 상승작용을 일으켜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부정하게 돈을 벌려는 욕심에서 금융기관은 모기지를 재가공하여 위험도가 높은 증권을 만들어 낸 한편, 사람들은 부동산이 계속 오르리라는 그릇된 믿음에서 자신의 가득 능력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마구 샀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은 언젠가는 꺽이게 마련인데, 그러면 사람들은 빚을 값지 못하고, 위험도가 높은 증권은 부도가 나고, 금융기관이 망하고, 경제 전반에 신용이 경색되면서 심각한 불황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저자는 정부가 나서서 위험한 금융 행위를 규제하는 규칙을 세우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공정한 댓가라고 생각되는 선에서 임금을 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업이 넘쳐도 사람들은 어느 선 이하의 임금에는 일하려고 하지 않으며, 만일 이보다 낮은 임금에 일하면 속으로 불공정하다고 화를 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경기가 하강하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에 맞추어 임금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사람들은 구매력이 아니라 화폐로 표시된 금액에 대한 환상 때문에 임금을 낮추는 것을 거부한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종업원에게 높은 임금을 제시함으로서 그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임금이 정해진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실업은 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왜 미래를 대비한 저축은 그렇게 들쑥날쑥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미래의 필요를 미리 고려하여 저축 수준을 결정하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미래 특히 은퇴 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현재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소비에 관해 주위의 영향을 받아 소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합리적 계산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아이디어에 따라 소비를 결정한다.

'왜 주식의 가격이나 기업의 투자가 변동이 큰가?' 하는 질문에 대해, 주식은 기업의 내재 가치를 반영하여 오르내리기보다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투기 심리에 따라 가격이 좌우된다. 기업의 투자 결정 역시 경제의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인 감성에 따라 내려진다. 두가지 다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와 잘못된 믿음에 의해 좌우된다. 부동산 가격이 부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부동산 가격이 그렇게 올라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으며 투자를 하고, 이러한 믿음이 꺼질 때 두려움에 휩싸여 팔아치우기에 폭락한다.

' 왜 흑인은 특별히 가난하게 사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흑인과 백인 사이에 감정적인 단절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백인은 현 체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흑인의 빈곤을 그들의 잘못으로 돌린다. 반면 흑인은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의 불공정에 분노하기 때문에 자신의 향상을 위해 헌신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해로운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백인과 흑인 사이에 '그들 대 우리'라는 대립적인 생각이 바로 이러한 단절을 만든다. 적극적 차별 개선 정책(Affirmative Action Program)은 바로 이러한 대립적인 생각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이다. 흑인들은 이 정책을 통해 백인들이 흑인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접하게 되면서 두 집단 사이에 감정적 단절이 점차 허물어질 수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만으로 경제를 설명하려고 한다면 불황, 실업, 극심한 가격 변동, 낮은 저축율, 극심한 빈곤, 등 흔히 발생하는 경제 현상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심리적인 요인을 추가하여 설명할 때 이러한 경제 현상이 더 명쾌하게 이해 된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에 근거한 고전 경제학 이론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비합리적 감정적인 요인에 의해 경제가 움직인다면 이러한 요인이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개입하여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필수이다. 

이 책은 경제학 이론 수업에서 참고 교재로 쓰는데 적합하다. 대부분의 논의는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경제학계에서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이기에 저자는 이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경제 상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지만, 전문적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에 그리 흥미롭게 읽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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