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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솔리니'에 해당되는 글 1건
2021. 8. 16. 11:36

Robert Paxton. 2004. The Anatomy of fascism. Vintage books. 220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파시즘이라고 지칭하는 정치체제를 실제 전개된 상황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한다. 파시즘은 극우 정치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열정적 참여를 독재자의 권력 장악에 이용한 독특한 사례이다.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고 국민의 참여를 동원한다는 면에서 단순한 독재나 전제정치와 다르며, 민주적 절차와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면에서 민주주의 정치와도 구별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치는, 20세기초 전국민에게로 참정권이 확대되었으나 부르조아 중심의 기성 정치가 일반 시민의 참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1차 세계대전에 패하고, 이어서 대공황으로 독일의 경제는 도탄에 빠지고, 강대국에 희생양이라는 피해의식과 불안감이 국민 전반에 확산되고, 1917년 러시아의 공산혁명 이후 공산당 세력이 노동자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파업이 일상화되었는데, 기존의 부르조아 보수 정치 권력은 이러한 곤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내적 분열만 거듭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위기에 처한 독일, 이탈리아 민족의 부흥을 외치면서 일반 소시민의 환호를 받는다. 이들은 지지자를 조직하여, 위기를 구하고 민족의 적을 쳐단한다는 명목으로 공산주의자를 폭력적 제거하는데, 기존의 보수 정치 권력은 이러한 탈법적 행위를 묵인한다. 기존의 보수 정치권력은 정치 경제적 위기의 탈출구를 모색하면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조직을 수용하여 공동정부를 구성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제도 정치에 발판을 구축한 후, 자신들의 사적인 조직을 이용하여 폭력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인종과 민족의 순수성과 역사적 영광을 회복하겠다고 선동하고 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하여,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적이라고 지목한 공산주의자, 장애인, 유태인을 탄압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했으며, 국외적으로는 영토 확장에 착수하였다. 히틀러는 체코, 오스트리아, 폴랜드에 있는 독일 소수민족을 부추켜 독일의 영토확장을 꾀했으며, 나아가 이웃나라에 침공하여 독일 제국을 만들려 하였다. 무솔리니는 발칸반도를 침공하고 이어서 북아프리카를 침공하여 이탈리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꿈을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조직한 나찌 친위대(SS)와 돌격대는 지도자 개인에게 충성하면서 국가의 제도 권력의 밖에 위치해 권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제도권의 권력과 중복되며 갈등관계에 있기도 했으나, 새로이 점령한 영토에서는 법을 넘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며, 민족의 적을 폭력으로 제거하는 작업을 일선에서 담당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조직의 지지층은 다양하다. 19세기 후반의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농민, 소지주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노동자,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고 현대화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이 핵심 지지층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기성의 정치인, 권력, 권위의 무능과 위선에 환멸을 느끼고 강력한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 세대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였다. 유소년층에서부터 이삼십대의 젊은층까지 촘촘한 조직을 만들어 이들의 집단적 활동을 장려하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냈으며, 파시즘 사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용하였다. 이들의 일부는 파시즘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도권의 권력의 영내로 진입하여 공식적 지위를 획득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제도권과 별개의 친위대 조직의 일원으로 권력을 행사하였다. 

파시즘 권력은 국민의 참여 열정을 등에 업고, 민족의 영향력 확대를 약속하였기에, 결국 전쟁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때는 국민의 지지와 동원을 끌어내고 폭력적 탄압에 대한 묵인을 얻을 수있었으나, 전황이 불리하게 변하자 결국 국민이 이들을 내치는 결말로 끝났다. 히틀러는 자살로, 무솔리니는 정부 수반 자리에서 쫒겨나 연합국 병사에게 살해당하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부는 경제나 사회적 혁명을 추구하지 않았다. 기성의 자본가와 경제권력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피했으며, 기존의 사회적 위계 질서를 해체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성의 경제권력에 완전히 영합한 것은 아니다. 파시즘 정부는 노동자의 정치적 참여와 이익을 배려하는 조치로서, 정부가 중앙에서 조정하면서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코포라티즘 corporatism 정치를 구사하였다. 자본가와 경영자는 이러한 정부의 조정으로 이익의 일부를 양보해야 했으나, 정부의 국외 확장 전쟁 덕분에 이익을 배가할 수있었으므로, 이들은 파시즘 정부를 지지하고 물질적으로 지원하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역사적 사례이외에 유사한 형태의 파시즘 정치체제가 다른 시기 다른 나라에서 출현하기는 쉽지 않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치는 20세기 초반 독특한 역사적 환경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종과 민족의 순수성, 민족의 영광을 외치면서, 국민의 지지를 동원하고,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도 불사하면서 반대세력을 탄압고, 독재적 권력을 장악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뭉개버리는 정치체제는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건 출현할 수 있다. 빠른 사회변화 속에서 경제 정치적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기성의 민주주의 제도 정치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분열한다면, 이러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카리스마를 가진 선동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성의 정치권이 이러한 선동가를 포섭하여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면, 결국 이 독재적 선동가에게 자리를 완전히 내주고 민주주의는 폐기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분석적으로 서술한 에세이이다. 파시즘 정치의 여러 측면을 분석적으로 조명하면서, 왜 그런 정치체제가 나타났는지, 기성 정치 권력 및 그들이 만든 조직과 권력자가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어떻게 몰락했는지, 파시즘 정치의 매력과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역사와 정치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 매우 잘 읽어내려간다는 점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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