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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에 해당되는 글 2건
2021. 6. 27. 11:27

David Buss.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Routledge. 402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대학 교재로 집필되었다. 적응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심리가 발달하였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기존의 모든 연구를 망라하여 소개한다.

진화 심리학은 인간 심리에 대해 기존의 심리학의 분과 학문과는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인지 심리학이 인간의 보편적인 인지 구조를 전제로 한다면, 진화 심리학은 적응과 번식의 문제 영역에 따라 상이한 인지 구조를 주장한다. 식량을 획득하는 분야, 위험을 탐지하고 회피하는 분야, 짝을 찾는 분야, 등  각각의 분야에 맞추어 상이한 인지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인간의 대상 인지와 기억, 문제 해결 능력, 언어 능력, 지능, 등이 보편적인 규칙에 따라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각 문제 분야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인간의 사회 관계에 적용되는 심리 기제 역시 적응과 번식이라는 문제에 맞추어 발달되었다. 인간의 도덕 감정이 대표적 예이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에게 도적적 분노가 퍼부어지는 이유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함으로서 인간의 집단적 생존에 해가 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상이하게 심리적 성숙이 이루어지는 것은 발달 단계에 따라 해결해야 할 적응과 번식의 문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접근은 개인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의 성격의 차이를 상이한 환경에 적응하고 번식하기 위해 개인이 택하는 전략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불안정한 성격과 무책임한 성적 방종을 일삼는 성격은 불안정한 성장 과정과 불리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가장 이익이 되는 전략이기 때문에 발달한 것이다. 심리적 부적응과 심리적 일탈이라고 칭하는 문제들도 당사자에게는 현실적으로 가장 이익이 되는 적응일 수있다. 예컨대 실패에 부닥뜨려 의기소침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것은 불리한 현실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추후의 기회를 노리는 현실적 방책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설명한다면, 심리학의 다양한 분과나 사회과학의 다양한 주제들이 일관되게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시이론인 진화론이 구체적 문제를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인간 세계의 많은 현상을 진화론으로 아우르는 것은 유망한 접근임에 틀림이 없다.

2021. 6. 13. 22:46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3. Sex. Evolution, and Behavior. Willard Grant Press. 344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사회생물학 sociobiology의 교과서로 집필되었다. 후손을 생산하는 데서 유리함을 획득하는 것 evolutionary fitness 으로 생물체의 행동과 생존 방식을 설명할 수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란 결국 후손 생산을 많이 하기 위하여, 다시말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기 위하여 최선의 성 전략을 구사하는 존재 sexual strategist 이다. 

후손을 생산하기 위하여 부모가 얼마나 어떻게 투자하는가 parental investment 의 관점에서 암컷과 수컷 사이의 성적 관계를 분석한다. 암컷은 수컷과 비교하여 생산할 수 있는 후손의 수의 최대값에 제한이 있으며, 각각의 후손을 생식가능한 단계까지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수컷은 생산할 수 있는 후손의 최대값에 제한이 없으며, 각각의 후손에게 크게 투자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컷은 짝을 고르는데 수컷보다 훨씬 더 신중을 기하며, 짝으로부터 후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자원을 획득하는데 주로 관심을 둔다. 반면 수컷은 짝을 고르는데 까다롭지 않으며, 가능한 한 많은 짝으로부터 많은 후손을 얻는 데에 주로 관심을 둔다.

수컷에게 암컷은 자신의 후손을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므로, 후손을 잘 만들 수있는 육체적 능력을 지니는지를 주로 본다.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고 자신이 배타적으로 암컷의 성을 독점하는 데 매우 큰 관심을 둔다. 암컷이 바람을 피워 다른 수컷의 자녀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노력을 들여 암컷의 행동을 감시한다. 수컷의 질투는 암컷이 다른 수컷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지는 반면, 암컷의 질투는 수컷이 다른 암컷에게 자원을 나누어 주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수컷은 암컷을 독차지 하기 위하여 수컷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한다. 따라서 수컷은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며, 일찍 죽는 확율이 높다.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심할수록, 수컷은 암컷보다 육체적으로 강하고 크다. 일부다처 동물의 경우 수컷 간에 경쟁이 매우 치열한 반면, 일부일처 동물은 상대적으로 수컷간 경쟁이 덜 심하다. 인간은 어느 정도 일부다처 동물이다. 암컷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한 수컷의 단독 짝이 되는 선택지와 능력이 뛰어난 수컷의 두번째 짝이 되는 선택지 중에서 후손을 재생산하는 데 유리한 쪽을 택한다.

동물은 기본적으로 친족을 타인보다 우대한다 nepotism. 이는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리는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친족은 타인과 달리 약간이라도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inclusive fitness. 자신과 혈연적 관계가 가까울 수록 수컷은 암컷이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타인과보다 훨씬 덜 한다.

암컷과 수컷으로 분화되어 교미를 통해 유전자를 교환하는 양성 생식 방식으로 후손을 만드는 것은 단성 복제 생식보다 훨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양성 생식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유전자의 다양성이 확대된다. 이는 해로운 병원체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유전자를 진화적 선택을 통해 만들어냄으로서 종의 생존에 유리하다. 동물 세계에서는 환경이 우호적일 때에는 단성 복재 생식으로 단시간에 많은 후손을 생산하고, 환경이 불리할 경우에는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력이 높은 양성 생식 방식으로 번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신의 집단 밖의 개체와 성 관계를 통해 유전자를 섞을 경우 열성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나,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 내에서만 성관계가 계속 이루어지면 세대가 흐르면서 열성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족 구성원간의 성적 관계를 금하는 터부가 진화적 선택을 통해 발달하였다. 유전자를 공유하는 형제자매간에는 성적 관심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는 유전자의 공유 그자체보다는 성장기를 같이 보내는 경우에 뚜렷이 나타난다.

동물의 번식 전략은 많은 개체를 낳는 대신 개별 후손의 성장을 위해 자원을 적게 투자하는 전략과, 반대로, 소수의 개체를 낳는 대신 개별 후손의 성장에 투자를 많이 하는 전략으로 구분된다. 곤충이나 물고기 중에는 전자의 전략 r-strategy 를 취하는 종이 많은 반면, 포유류 중에는 후자의 전략 K-strategy를 취하는 종이 많다. 포유류의 경우 후손을 모두 생식가능한 성체로 양육하는 데에는 부모의 노력이나 자원 환경의 제약이 큼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수를 출산하며, 양육환경이 불리할 때에는 의도적으로 영아를 살해한다. 인간은 영양상태가 부실하면 여성의 초경이 늦고 월경이 중단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발현이다.

인간 남녀간의 성적 관계나 삶의 방식은 진화생물학적인 이론에 의해 많은 부분이 설명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농경이 시작되고,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단시간에 인간의 삶의 환경이 크게 변하였으므로, 과거 인류의 오랜 생존방식인 수렵채취방식의 삶을 통해 진화적으로 발달한 삶의 방식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의 행위와 삶의 많은 부분은 진화적으로 후손을 생산하는 관점 evolutionary fitness 에서 적절히 설명할 수있다.

이 책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대단한 혜안을 제공한다. 엄청난 경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술하며, 교과서로 집필되었음에도 일반 독자에게 놀랄만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책을 읽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느낌이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한 다음 인간의 살인 homicide 을 분석하는 책을 집필했는데, 두 책은 사회생물학 sociobiology 이라는 일관되는 이론을 배경으로 인간을 매우 잘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가 이 책을 일찌감치 읽었더라면 인생을 그렇게 헤메지 않았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물론 젊은 시절에 읽었다면 이 책에서 서술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지나고 난 다음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거라는 것을, 지나고 나서 후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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