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439)
복숭아나무 (28)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비합리성'에 해당되는 글 2건
2025. 5. 14. 21:09

Dan Ariely. 2023. Misbelief: What makes rational people believe irrational things. Heligo Books. 290 pages.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는 원인을 분석한다. 감정적, 인지적, 성격 특성,  사회적 요인들이 중첩하여 작용함으로서 사람들을 음모론에 빠지게 만든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일 때문에 큰 소외, 좌절,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 실업,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혼, 배신 등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빠지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러한 불행을 안긴 원인과 비난의 대상을 찾는다. 난관을 극복할 심리적 강인함 resilience 을 지닌 사람은 이러한 어려움에 빠져도 견디고 극복할 수 있으나, 이러한 심리적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은 심리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쉬운 해결책을 찾는다. 심리적 강인함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성장과정에서 및 주변 공동체로부터 얼마나 안정적인 감정적 유대 emotional attachment 를 구축하였는지에 좌우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믿는 성향 confirmation bias 이 있다. 일단 어떤 주장을 믿기 시작하면, 그에 부합하는 증거를 열심히 찾고 그 주장과 어긋나는 증거들은 외면하면서, 그것이 진실임을 자신에게 설득한다 motivated reasoning.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알고 있는 것보다 세상 만사의 작동원리에 대해 더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원적인 인지적인 편향성이 감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와 결합하게 되면, 자신에게 불행을 안긴 원인을 설명하는 외곡된 이론에 쉽게 빠져든다.

음모론에 빠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이나 자신의 인지 능력을 과신하는 반면,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의심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능력 intellectual humility 이 떨어진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애 narcissism 가 강하다.

음모론은 개인이 홀로 주장하기보다는 그룹을 지어 서로 격려하는 집단 네트워크 속에서 이루어진다. 일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음모론을 추종하는 무리 속에서 소속감과 감정적 위안을 얻는다. 음모론 집단의 대의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도 의심하는 지나친 주장을 믿는 것처럼 행동하고 주위 사람에게 퍼트리는데 열성을 보인다. 남보다 더 극단적인 주장을 제시할수록 음모론 집단 속에서 더 인정을 받기 때문에 음모론 추종자들이 경쟁적으로 극단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전개된다. 음모론을 추종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믿음이 사회일반의 상식이나 주위의 돌아가는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때, 자신들이 추종하는 음모론에 더 집착함으로서 인지적 불일치 cognitive dissonance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음모론 추종 집단은 종교적인 사교 집단과 흡사한 집단 다이나믹을 보인다.

음모론이 발흥하는 것은 사회적인 신뢰 trust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권위, 제도, 기관, 타인에 대한 신뢰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음모론에 쉽게 집착한다. 근래에 소득 불평등이 높아지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의 신뢰수준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었다. 신뢰는 일단 떨어지면 다시 올리기 힘들다. 특정 음모론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 음모론을 추종하던  사람들은 다른 이슈의 음모론으로 갈아타곤 한다. 음모론은 사회의 정당한 권위에 대한 의심이 핵심이며, 이는 사회의 게임으로부터 소외된 감정 sense of being excluded 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한 음모론은 계속 독버섯처럼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은 코비드 팬데믹 기간 중, 저자가 음모론 추종자들의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겪은 어려움을 배경으로 하여,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깔려 있으므로 논의가 구체적이고 현장감이 있으나, 논의의 깊이가 좀 떨어진다는 것은 약점이다. 왜 멀쩡한 사람들이 터무니 없는 음모론에 빠지게 되는지 하는 평범한 의문을 심리학 지식과 연구방법을 동원하여 깊이있게 검토해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근래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기술이 음모론의 확산에 미친 영향을 의도적으로 논의에서 뺐는데, 이는 심리학적 동인에 논의를 집중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인터넷과 SSN이 알고리즘의 작용으로 음모론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현실을 누락하는 약점은 피할 수 없다. 

2025. 5. 8. 17:07

Dan Ariely. 2009.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Harper Perennial. 322.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다양한 패턴을 설명한다. 15개의 찹터마다,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상이한 이유와 배경을 관련 실험과 함께 소개한다.

경제학은 인간은 비용과 수익을 계산해서 행동하는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많은 경우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곤 하는 데, 그러한 비합리성은 무작위적으로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러한 비합리성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오류에 기인하기 때문에,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증명해도 자신의 의지로 고칠 수 없다. 그러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환경, 맥락을 바꿈으로서 사람들을 올바른 행동으로 인도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언급하는 '은연중에 권하는 장치, nudge" 가 바로 그러한 개입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다양한 비합리적 행동 양식이 소개되는데, 다음에서 그중 몇개를 예시한다.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서만 대상에 대해 사고를 하며, 비교가 제시되었을 때가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그것에 더 끌리는 성향이 있다. 비교의 대상이 제시되기 전에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의 편향성은 마케팅에서 흔히 이용된다. 예컨대 이코노미스트 잡지 구독을 권하기 위해, 잡지 구독과 온라인 접속권을 함께 묶은 상품을, 단순 잡지 구독 상품과 비교 제시함으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잡지 구독과 온라인 접속권을 함께 묶은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전략이다. 

화폐로 가치가 매겨진 서비스와 무료로 제시하는 서비스는 다른 인식의 영역에 있다. 전자는 '시장' market 의 인식 모드를 가동시키므로 사람들은 손해와 이익을 따지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반면 무료로 제시하는 서비스는 '사회적 규범' social norms 의 인식모드를 가동시키으므로, 공동체 전체의 복리를 고려하며 일대일의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두 영역은 동시에 섞여서 취급될 수 없다. 예컨대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면서, 회사에 미치는 손익을 깐깐히 계산적으로 접근하면서 보상한다면, 종업원들은 '헌신' 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이는 물건뿐만 아니라 더 넓게 적용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높이 평가하는 반면, 상대의 입장이나 상대의 생각을 자신의 것보다 낮게 본다.

사람들은 기회가 허용되면 사소한 정도로 자신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부정직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대단한 부정은 기회가 허용되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돈이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소한 부정직을 저지른다. 예컨대 직장에서 문방용품을 집으로 가져온다거나, 대학교 기숙사의 공용 냉장고에서 남의 음식을 쓸쩍 집어먹는 행위 같은 것. 또한 돈이 직접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개입된 경우, 사람들은 양심에 꺼리끼는 행동도 손쉽게 한다. 예컨대 회계를 약간 조작한다거나, 스톡옵션의 발동 시기를 과거로 한다거나, 등등.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어리석은 행동을 랜덤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행하는 비합리적 행동 유형과 그 배경의 인식구조를 이해한다면, 이러한 비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환경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점에 행동경제학의 실용적 묘미가 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에서 흔히 언급되는 많은 아이디어의 보고이다. 특히 각각의 행동 오류에 대해 실험을 기획하고 실행한 이야기가 독창적이고 유머 넘친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