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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해당되는 글 2건
2022. 3. 13. 21:43

Sheena Iyengar. 2010. The Art of Choosing. Twelve. 277 pages.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관해 이론적 검토와 함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인에게 '선택'은 항시 긍정적으로 인식되지만, 많은 선택지나 개인이 하는 선택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복리를 더 높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인생을 보는 세가지 세계관이 있다. 첫째, 인생이란 운명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 둘째, 인생이란 우연에 따라 전개되는 것, 셋째, 인생이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인생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세계로 인식한다. 미국인은 바로 이러한 세계관에 경도해 있다. 미국인의 꿈(American Dream) 이념은 누구라도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믿음은 현실과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열심히 노력하고 선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여기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이 개인을 위해서 대신 선택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을 때 힘이나고 만족도가 높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이 중시하고 신뢰하는 집단 구성원이 자신을 대신하여 선택하는 경우에 오히려 힘을 얻는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고유성을 강조하여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선택에 집착하는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과 조화를 이루는 공통의 선택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특정 개인이 튀는 선택을 부정적으로 본다. 

개인주의 문화에서 남과 다른 개개인의 선택에 집착하지만, 그렇다고 남과 크게 다른 선택을 바람직스럽게 보지는 않는다. 남과 대체로 동조하지만 사소하게 다른 그런 차이를 개인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개인은 주위의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에 집착하는 선택은 피상적이다. 미국의 상업광고에서는 바로 이러한 사소한 차이를 둘러싼 선택을 강조하며, 미국인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사소한 차이를 구별하도록 훈련받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사소한 차이를 보이는 물품을 소비자들이 계속 구입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통해 굴러간다. 사소한 차이를 둘러싼 소비자의 선택에 대해, 기업의 이윤을 위해 사람들의 의식을 조작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징적 차이를 통해 사람들의 개성을 표현하도록 돕는다고 볼 수도 있다.  패션이나 유행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대략 일곱가지 이상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무지개의 일곱가지 색, 한 옥타브의 일곱가지 음계, 등등, 신화나 인간사에서 일곱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선택지 간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이 힘들어지며 선택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선택의 다양성이 매우 큰 경우, 선택의 다양성이 제한된 경우보다 오히려 열등한 결과를 낳는다.

개인이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 항시 당사자의 복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선택을 위임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선택하려하지 않는 경우, 상황을 잘 아는 타인이 그를 위해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미국에서는 당사자 개인이 직접 선택하는 것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예컨대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생명을 중단시킬 위험이 있는 결정의 경우, 미국에서는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의사가 결정을 내리는 데, 프랑스 사람이 미국 사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개인이 은퇴를 대비한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저축을 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개인에게 저축 여부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평가는 타인이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한 것보다 항시 더 긍정적이다. 사람들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왜 그렇게 선택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선택을 항시 긍정적으로 합리화할 수있다. 반면 타인은 그 사람 만큼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지 못하기에,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긍정적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고집센 사람이라고 평가한다거나, 자신은 자신이 일관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 충동적이라고 평가한다거나, 자신은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냉혹하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를 냉정히 검토하여 자신을 고쳐나가면, 자신의 선택과 주위 사람들의 평가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많은 경우 선택은 어렵다. 선택이 어려운 경우, 가능한 선택지와 각 선택지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를 써놓고 냉정하게 비교하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권한다. 선택의 기술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선택 일기'를 매일 쓸 것을 권장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서, 가능한 선택지와 각 선택지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매일 기록한 다음, 일이 어느 정도 전개되고 난 후 뒤돌아 자신의 과거의 선택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작업을 반복한다면, 선택의 기술을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쓴 고급 교양서이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저자의 강연을 유투브로 찾아 들어 보니, 처음 소개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참가자 누구도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대하는 가장 좋은 길은, 장애를 배려하여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과 다름없이 대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장애인으로 콜럼비아대학교 교수가 되고,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실험과 연구를 하기위해 일반인의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점을 생각했다. 흥미있는 책이다.

2020. 3. 11. 09:34

David Sloan Wilson. 2007. Evolution for Everyone: How Darwin's theory can change the way we think about our lives. Bantam Dell. 349 pages.

저자는 생물학자로 진화론을 적용하여 생물계만이 아니라 인간사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진화론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에 가장 도움이 되는 형질이 선택적으로 후세에 전해져 생물이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환경이 바뀌면 바뀐 환경에 부적합한 형질은 도태되고, 대신 환경에 적합한 형질이 선택된다. 선진국 사람이 비만과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것은 인간의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에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버리고 새로운 형질로 바꾸지 못한 결과이다. 인간이 똑똑하다고 하지만 진화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인간의 호불호의 감정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진화의 과정은 엄청나게 정교한 생존 전략을 만들어 낸다. 놀라운 특이한 능력이나 정교한 생존전략은 생물체가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복잡한 두뇌와 높은 학습능력 또한 인간의 의식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진화의 과정을 통해 특정 동물은 특정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하도록 고도로 특화된 기술을 탄생시킨다. 지구의 역사를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서 수많은 생물체는 생존 경쟁에 승리하지 못하고 도태되었다. 인간의 경우에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토태시켰다.

진화의 과정을 통해 개별 생물체가 집단으로 뭉쳐서 단일 개체로 움직인 결과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획득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복잡한 유기체는 이러한 집단화의 산물이다. 집단화가 한단계 더 진전된 경우가 개미나 말벌과 같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체를 넘어서 집단화하여 살아가는 사회적 생물은 덜 집단화한 생물보다 훨씬 생존에 유리하기에, 이러한 사회적 생물이 지구상 전체 동물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 동물은 집단내에서 유전자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생존 활동을 전개하며, 개체들 사이에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

인간 세계는 이러한 집단화가 새로운 단계로 진행된 것이다. 인간은 문화라 부르는 삶의 기술을 세대간 학습을 통해 전승한다. 문화는 인간에게 개체의 능력을 뛰어 넘어 엄청난 능력을 가져다 주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다. 오랜 학습과정을 거친 후에만 정상적 인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다른 사회적 동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인간의 집단화는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 인간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 이유이다.

인간의 집단화에서 문제는 어떻게 집단 구성원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냐는 것이다. 인간의 도덕률과 종교는 바로 이러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종교는 집단을 개인보다 우위에 두도록 하며,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기능을 한다. 인간의 미적 감수성이나 도덕률은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규정하며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규정한다. 인간은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 삶의 보람을 느끼며,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느낌을 받는다. 집단의 대의에 헌신하고자 하는 인간의 감정은 진화의 산물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진화론을 생물계와 인간사에 적용하는 것을 주제로 강의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인간 현상에 대해 진화론을 적용하여 설명하는데, 생물체의 진화를 설명할 때에 비해 서술이 장황하고 논리가 허술하다. 후반부에는 저자의 개인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며, 맨 마지막 장은 본인의 성장과정을 썼다. 노력하며 살아왔지만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교수의 이야기이다. 나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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