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Cialdini. 2007(1984).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Harper Collins. 280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심리학 이론과 실험 사례들을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설득당하는지, 부당하게 설득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설명한다. 사람들이 설득당하는 심리 기제로 다음 여섯가지를 제시한다. 호혜적 주고받음 reciprocation, 약속한 것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기 commitment and consistency, 다수의 선택을 추종하기 social proof,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기 liking, 권위에 따르기 authority, 부족한 것을 선호하기 scarcity, 등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면서 사안에 대해 이성적으로 꼼꼼히 따져보는 것을 피한다. 복잡한 정보를 포함한 것이 내는 단순한 신호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으로, 머리를 덜 쓰면서 산다. 사람들이 설득 당하는 심리 기제는 바로 이러한 단순 신호에 자동 반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체로 이렇게 행동하면 사안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단순 신호에 자동 반응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의 심리적 자동 반응을 부당하게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설득의 심리 기제를 부당하게 상대에게 구사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다음에서 여섯개의 심리적 기제를 간단히 설명한다.
첫번째, 호혜적 주고받음 reciprocation은, 인간은 상대로부터 무엇을 받으면 반드시 상응하는 것을 주려고 하는 강한 의무를 지게 된다. 상대로 부터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먼저 상대에게 무엇을 주는 것은 효과적이다. 상대에게 선물로 인식될 것은 물론, 상대에게 양보로 인식될 것을 미리 제시하면, 이에 상응하여 상대의 마음을 내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세일즈맨이 이 원리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물건을 팔려 한다면, 상대가 나에게 미리 준 것이 선물이 아니라 물건을 팔기 위한 미끼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대에게 의무감을 갖지 않도록 생각을 의식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두번째, 약속한 것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기 commitment and consistency는, 사람들은 일단 약속을 하면 이후 그것과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이다. 처음부터 큰 약속을 얻어내려 하기보다, 처음에는 작은 것에 대한 약속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규모를 높여 나가면, 큰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세번째, 다수의 선택을 추종하기 social proof는, 사람들은 불확실할 때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자신과 유사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을 사람들은 신뢰한다. 처음 몇 사람들이 선택을 한 것을 뒤에 온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따라하면서 눈덩이 효과 snowballing effect를 만들어 낸다.
네번째,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기 liking는, 사람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두가지 큰 요인으로, 하나는 외모이며, 두번째는 자신과 유사한 특성이다. 외모의 영향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크다. 세일즈맨은 고객이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고객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세일즈맨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이 관심을 갖는 물건은 자신이 세일즈맨을 좋아하는지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을 자각하고, 구입하려고 하는 물건의 특성에 집중하여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다섯번째, 권위에 따르기 authority는, 사람들은 권위있는 사람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심지어 권위있는 사람의 전문 분야가 아닌 분야에까지 확장하여 그의 의견을 추종한다. 권위의 근거가 되는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와 관련하여서는, 권위있는 사람 역시 보통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으로 거짓 권위에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여섯번째, 부족한 것을 선호하기 scarcity는, 사람들은 물량이 부족하거나 가용 시간의 제한이 있는 물건을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며 더 선호한다. 이는 손실을 보는 것을 이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꺼리며, 선택이 제한되는 것을 기피하는 성향 때문이다. 세일즈맨들은 물량의 제한이나 가용 시간의 제한을 거짓으로 설정하여, 고객이 열등한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서둘러 구매하도록 압박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바꾸게 되는지, 어떻게 설득에 넘어가는지를 심리학 이론과 실험 연구 사례를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이 연구를 위해서 다양한 세일즈 회사에 지원하여 참여관찰자로 3년이나 일했다고 한다. 책이 나온지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잘 팔리는 데에는, 저자가 제시한 설득의 심리 기제가 현실적이고 타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책의 최근 판에서 하나를 더 덧붙인다. 일곱번째 심리기제로 '상대와 동일한 집단에 속하면 따른다 unity'를 추가한다. 본인과 상대가 같은 집단에 속하며, 한 배를 탔다는 점을 인식시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부족주의 tribalism 성향을 지적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구성원을 선호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저자의 설명은 대체로 현실적으로 타당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저자는 설득의 심리 기제에 자동 반응하지 않기 위해, 생각을 의도적으로 전환하는, 즉 이성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면, 자동반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자동반응의 심리기제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며, 대부분의 경우에 자동반응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타당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일순간에 사고하는 방식을 전환하여 자동반응을 멈추고 이성적으로 따져보기는 힘들다.
저자는 상대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거래에 대해서는 상대를 설득하는 데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제외하겠다고 책의 서문에서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남의 설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그의 지적은 일견 당연한 듯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됨에도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름진 음식을 탐닉한다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술 담배를 하는 등은 자신의 건강에 해가 됨을 잘 알고 있지만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지 못한다. 상대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바람직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데에는 심리적 기제를 활용하거나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실 아무리 심리적 기제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게 행동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심리적 조작을 통해 상대가 자신의 이익에 반하여 물건을 사도록 설득하는 것은 일시적 피상적으로만 가능할 듯하다. 예컨대 보험을 판매한다고 할 때, 그것이 고객의 욕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심리적 조작을 하여 구매하도록 설득한다고 하여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그런 관계에는 신뢰가 쌓일 수 없고, 그런 회사는 오래 버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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